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날을 앞둔 10일, 대구 중구 서문시장에서 영남일보 취재진이 차례상에 올릴 제수용품을 구매하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10일 대구의 한 마트에서 5만 원으로 구매한 차례상 모습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10일 대구 서문시장에서 5만 원으로 구매한 차례상 모습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고물가 속 명절 차례상 장보기는 주부들의 고민이다. 장바구니 부담이 커진 탓에 쉽게 지갑이 열리지 않는다. 영남일보는 2023년부터 '현금 5만원으로 전통시장과 대형마트에서 설 명절 제수용품을 얼마나 구매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을 갖고 대구 서문시장과 대형마트를 찾아 '5만원으로 설 차례상 장보기'에 도전하고 있다. 구입 품목은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가 마련한 간소화된 설 차례상이 기준이다. 민족 대명절 설(17일)을 앞두고 시민들은 지난해보다 안정된 물가에 한시름 놓은 듯 했으나, 실제 시장에서 마주한 체감물가는 5만원으로 살 수 있는 품목이 제한된 만큼 장바구니 부담이 컸다.
◆마트VS시장…5만원에 차례상 구매해보니
영남일보 취재진은 대구지역 전통시장과 대형마트를 같은날 방문해 차례상에 올릴 물품을 직접 구입해봤다. 지난 10일 이남영 기자는 대구 중구 서문시장에서 5만원으로 사과 3알(1만 원), 배 1알(7천 원), 황태포(8천 원), 시금치(500g·5천원), 대추(150g·4천원), 고사리 한 봉지(165g·3천원), 무 1알(3천원), 밤(570g·5천원), 떡국떡 한 봉지(5천원) 등 9개 품목을 구매했다.
정지윤 기자는 대형마트에서 장을 봤다. 차례상 품목을 골라 배 3개(1만6천320원), 사과 3개(1만9천980원), 황태포(7천980원), 시금치(330g·3천980원), 대추(150g·3천980원) 등 5개 품목을 구매했다. 합계는 5만2천240원. 단출한 구성이었음에도 불구하고 2천240원을 초과했다. 전통시장과 다르게 사과, 배는 낱개 판매가 되지 않아 구성을 그대로 구매해야 한다는 점에서 예산을 초과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대형마트는 품목만 정하면 큰 고민 없이 물건을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오른 물가 체감…지난해와 비교해 보니
영남일보 취재진은 3년 전부터 대구 전통시장을 방문해 매년 5만원으로 '설 차례상' 장보기에 나서고 있다. 당시에도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의 규칙에 맞춰 물품을 구매했지만, 올해는 전통시장과 대형마트에서 뚜렷한 차이가 나타났다. 가장 먼저 전통시장에서는 5만원으로 9개 품목을 살 수 있었지만, 대형마트는 5개 품목이 5만원을 넘었다. 만약 전통시장에서 배 3알을 샀다고 가정하더라도, 고사리나 무를 하나 더 살 수 있는 금액이었다. 마트의 경우 정해진 제품과 양대로 사야하다보니 가격을 조정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었다.
제품군을 모두 비교해보니 무게 대비 가격만 비교했을 경우 시장이 마트보단 저렴했다. 시장의 경우,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가 제시한 기준에 맞춰 제품을 구매할 수 있었지만 대형마트는 규격이 정해진 탓에 가격 조정에 어려움이 있었다.
다만 제품의 외관과 품질을 봤을 땐, 마트 제품의 품질이 시장보다는 대체로 균일했다. 시장의 경우, 비싸지만 품질 좋은 제품을 소량으로 소비자가 직접 골라 구매할 수 있는 게 장점이라면 대형마트는 유통업체가 고른 중상에서 상 정도 품질의 제품을 중저가로 일정하게 팔고 있었다. 대표적으로 사과를 살펴보면 마트가 비쌌지만, 크기나 외관, 맛을 모두 비교해보면 시장보다 품질이 비교적 낫다는 데 취재진 의견이 모아졌다.
◆예년 명절과 비교하니
영남일보 취재진이 '5만 원으로 설 차례상 차리기'를 진행하면서 가격표를 비교한 결과, 매년 '물가 상승'이 이뤄졌다. 그나마 올해는 가격대가 다소 내려갔으나, 몇 년에 걸쳐 오른 물가는 쉽사리 내려가지 않았다.
실제 2023년 설 연휴 전, 취재진이 서문시장에서 제수용 사과 3개 가격은 단 돈 1만원이었다. 하지만 2024년 같은 양에 2만1천원으로 110%나 급등했다. 당시 과일값은 이상기후에 따른 작황 부진과 생산량 감소 영향으로 크게 상승했다. 지난해까지도 3개 1만8천원~2만원 대를 웃돌다가 올해 들어서는 1만 원으로 다소 내림세를 보였다.
배 값은 여전히 높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었다. 2023년만 하더라도 제수용 배 하나에 3천원이었으나, 2024년 7천원, 2025년 1만원으로 고공행진했다. 올해 들어서는 1개 7천원으로 2024년과 같은 가격대를 형성했지만 3년 전과 비교했을 때는 2배나 가격이 오른 셈이다. 황태포는 매년 1천원씩 상승했다. 2023년 5천원이었던 포는 2024년 6천원, 2025년 7천원, 올해 8천원으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소비자들은 그나마 올해는 물가가 전년보다 다소 안정됐다고 입을 모았다. 가족과 함께 마트에서 장을 보던 박정희(여·61)씨는 "지난해 추석과 물가를 비교해보면 크게 오르지는 않은 것 같다. 차례상 물품을 모두 마트에서 구매하기에 적절하다"면서 "사과, 배 등 과일이 많이 비쌀까 봐 걱정이었는데 생각보다 가격이 괜찮았다. 대략 예산을 25~30만원 정도로 잡았는데 충분히 다 구매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5만원 차례상 차리기? "목적 따라 가능"
"5만 원으로 차례상을 차릴 수 있을까요?"라고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대부분은 "불가능하다"고 손사레를 저었다. 다만, '차례상만' 차리는 데 의의를 둔다면 크게 어렵지도 않다는 주부들의 의견도 있었다.
지인들과 함께 시장에 온 주부 구모(여·64)씨는 "명절의 문제가 아니라, 물가가 전반적으로 너무 올랐다. 50만원도 부족한데 5만원으로 어떻게 차례상을 차리냐"며 "그 돈이면 2인 가정이 겨우 먹을 양이다. 5만원 준 사람에게 가서 '당신이 장을 봐라'고 돈을 다시 돌려줘라"고 취재진에게 농담을 건넸다.
마트에서 만난 이모(66)씨 역시 "5만원으로 차례상을 보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번에 설 물가가 크게 오르지 않았다고 하지만 기본적인 품목들이 있다 보니 마트에서 사려면 5만원은 금방 채워질 것"이라면서 "과일, 수산물, 축산물 등 기본적인 것을 구매하려고 해도 최소 15만원 이상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반면 '차례'를 위한 제삿상이라면 가능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서문시장에서 만난 한 상인은 취재진의 질문에 "사과, 배, 귤을 과일로 놓고, 밤, 대추, 무, 시금치, 콩나물 등을 적은 양으로 놓으면 가능은 할 거다"며 "차례상은 결국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어떻게 차리느냐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적은 금액이라도 마음을 담는다면 충분히 제사를 지낼수 있지 않을까"고 말했다.
정지윤
영남일보 정지윤 기자입니다.
이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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