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성군에서 자라는 태극전사들…차범근 축구상 두 명 배출한 ‘유소년 축구의 힘’

  • 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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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3-01 00:31  |  수정 2026-03-01 10:50  |  발행일 2026-03-01
차범근 축구상 2명 배출…대구 유소년 축구 저력 입증
화원초 운동장에서 시작된 전국급 축구 꿈
“성적보다 성장”…인성과 실력 함께 키운 지도 철학
차범근 축구상을 수상한 달성군청 유소년축구단 수비수 박성준이 축구공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차범근 축구상을 수상한 달성군청 유소년축구단 수비수 박성준이 축구공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지난달 28일 오전 10시, 대구 달성군 화원초등학교 운동장. 아침 공기가 아직 서늘했지만 운동장에는 이미 열기가 감돌고 있었다. 아이들이 주고받는 공이 잔디 위를 쉼 없이 가로질렀다. "뒤!" "한 번 더!" 짧은 외침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골문 앞에서는 골키퍼가 몸을 날려 공을 쳐냈고, 튀어나온 공을 수비수가 힘껏 걷어냈다. 공이 터치라인을 넘어가도 잠시 뒤 다시 패스가 이어졌다. 코치의 호루라기 소리가 울리자 선수들은 다시 속도를 올렸다. 스파이크가 잔디를 긁는 소리와 숨소리가 운동장에 퍼졌다. 평범한 학교 운동장이었지만 실제 경기처럼 활기가 넘쳤다.


이 운동장에서 최근 한국 축구계의 시선을 끄는 큰 성과가 나왔다. 달성군청 유소년축구단 소속 골키퍼 최우성과 수비수 박성준이 국내 유소년 축구 최고 권위의 상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차범근 축구상을 나란히 받은 것이다. 한 팀에서 두 명이 동시에 이름을 올리는 일은 흔치 않다. 지역 축구계에서는 지방 유소년 축구의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1988년 시작된 차범근 축구상은 한국 축구 유망주를 가늠하는 상으로 통한다. 이동국과 박지성, 기성용, 황희찬, 이승우 등 국가대표로 성장한 선수들이 어린 시절 이 상을 거쳤다.


올해 수상자는 총 21명이다. 이 가운데 선수는 16명으로 공격수 4명, 미드필더 5명, 수비수 5명, 골키퍼 2명이다. 여기에 여자 선수 4명과 지도자 1명이 별도로 선정됐다.


선수로 선발된 이들은 올해 여름 '팀 차붐 독일 원정대' 자격으로 해외 연수에 참가한다. 독일 현지에서 훈련과 문화 체험 등을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수비수 박성준 "막아내는 순간이 가장 짜릿"


이날 운동장에서는 박성준이 동료들과 함께 훈련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는 센터백이다. 또래 선수들이 공격수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는 수비에서 재미를 느꼈다고 했다.


"상대 공격을 막아내는 순간이 가장 짜릿합니다."


축구를 시작한 것은 초등학교 2학년 때였다. 동네 클럽에서 처음 공을 찼고, 초등학교 4학년 무렵 달성군 팀에 합류했다. 이후 꾸준히 실력을 키워 왔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로는 지난해 대구광역시장기 대회를 꼽았다.


"경기가 끝나고 우승이 확정됐을 때 정말 기뻤습니다."


몸싸움과 활동 범위가 넓은 수비수로 평가받는 그는 공을 가로챈 뒤 전방으로 연결하는 킥에서도 강점을 보인다. 3월부터는 부산 아이파크 U-15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롤모델은 국가대표 수비수 김민재다.


"김민재 선수처럼 팀을 지키는 수비수가 되고 싶습니다."


함께 차범근 축구상을 받은 골키퍼 최우성은 초등학교 2학년 때 축구를 시작했다. 형이 먼저 공을 차는 모습을 보고 자연스럽게 따라 나섰다고 했다. 처음에는 여러 포지션을 경험했지만 지도자의 권유로 골문 앞에 서게 됐다. 빠르게 날아오는 공을 막아내는 순간의 긴장감이 마음에 들어 골키퍼를 계속하게 됐다고 했다.


집은 대구 북구(칠곡)다. 훈련장까지 거리가 상당해 이동이 쉽지 않았다. 이른 아침마다 부모의 도움을 받아야 했지만 축구를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고 했다. 코치진은 그의 장점으로 강한 킥과 안정적인 캐칭 능력을 꼽는다. 또래 선수들보다 침착하게 경기를 읽는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는 곧 수원 삼성 블루윙즈 U-15 팀에 합류한다.


차범근 축구상을 수상한 달성군청 유소년축구단 골키퍼 최우성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영남일보 DB>

차범근 축구상을 수상한 달성군청 유소년축구단 골키퍼 최우성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영남일보 DB>

◆"성적보다 성장"…달성군 유소년 축구의 힘


훈련을 지켜보던 배대호 감독은 "성적보다 아이들이 성장하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지도자 생활 초반에는 성적에 대한 부담이 컸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결과만 강조하면 선수들이 위축될 수 있기 때문에 즐기면서 뛰는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선수들의 태도와 인성을 강조했다.


"축구 실력도 중요하지만 사람으로서의 자세가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서로 존중하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마음을 배우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배 감독은 훈련에서도 정답을 미리 정해 주기보다 스스로 판단하도록 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경험 속에서 배우는 과정이 선수들을 더 성장하게 만든다는 생각에서다.


차범근 축구상의 경쟁 규모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대상이 초등학교 6학년 선수들입니다. 엘리트 팀만 따져도 전국에 약 400개 정도 됩니다. 한 팀에 최소 10명에서 많으면 20명 정도 선수들이 있기 때문에 6학년 선수만 계산해도 대략 5천 명 정도는 됩니다. 그 가운데서 선발되는 것입니다."


그는 최우성에 대해 "지도하면서 본 골키퍼 가운데 재능이 돋보이는 선수"라고 평가했고, 박성준에 대해서도 "기복이 적고 꾸준한 수비수"라고 호평했다.


달성군청 유소년축구단에는 현재 선수 48명이 활동하고 있다. 이 가운데 80% 이상이 달성군 지역 학생이다. 최근에는 다른 지역에서도 입단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


달성군청 유소년축구단 배대호 감독이 선수 육성 철학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달성군청 유소년축구단 배대호 감독이 선수 육성 철학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성적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이 팀은 2025년 주말리그에서 전승 우승을 차지했고, 대구광역시장기 대회에서는 3년 연속 정상에 올랐다. 전국소년체육대회 대비 평가전에서도 4년 연속 우승을 기록했다. 올해 열린 제주 칠십리배 전국 유소년 축구대회에서는 준우승을 차지하며 전국 무대에서도 경쟁력을 보여줬다.


팀 환경도 이전과 달라졌다. 학교 중심으로 운영되던 시절에는 연습경기를 잡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행정 절차 때문에 경기 경험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은 지자체(달성군)가 운영을 맡으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훈련 시설이 늘었고 대회 참가도 수월해졌다. 학부모 부담 역시 줄었다.


한국 유소년 축구는 오랫동안 수도권 중심 구조가 강했다. 좋은 팀과 대회가 대부분 수도권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달성군 팀의 성과는 지역 축구에도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배 감독은 "지방에서도 충분히 좋은 선수를 키울 수 있다"며 "언젠가 이 운동장에서 세계적인 선수가 나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재훈 달성군수는 "대구에서 처음으로 2년 연속 수상자가 나온 데다 지역 최다 수상자까지 배출한 것은 달성군의 큰 자부심"이라며 "앞으로도 지역의 축구 꿈나무들이 더 큰 무대에서 마음껏 기량을 펼칠 수 있도록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차범근 축구상을 받은 달성군청 유소년축구단 수비수 박성준(오른쪽)과 배대호 감독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차범근 축구상을 받은 달성군청 유소년축구단 수비수 박성준(오른쪽)과 배대호 감독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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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규

사실 위에 진심을 더합니다. 깊이 있고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을 기록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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