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홍기자
경북 영양군이 전국적인 관심 속에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을 본격화했다. 군민 1인당 월 20만원씩 지급되는 이번 사업은 단순한 지원을 넘어 지역 안에서 소비를 돌리고, 소멸 위기에 놓인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영양군은 다른 시범지역보다 자체 재원 5만원을 더 보태 지급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정책 의지가 읽힌다. 실제 분위기도 나쁘지 않다. 지급이 시작되면서 읍내 상권을 중심으로 소비 증가 기대감이 커졌고, 군 안에서는 매달 약 27억3천만원이 유통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제도의 성패는 지급 자체가 아니라 주민들이 이를 얼마나 쉽게 이해하고 불편 없이 사용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특히 고령층 비율이 높은 면 단위 지역에서는 이 문제가 더 민감하다. 영양군은 영상과 안내문 등을 통해 사용 방법과 유의사항을 알리고 현장 안내도 강화하고 있지만, 일부 지역 고령의 주민들 사이에서는 실제 결제 과정에서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이어지고 있다.
배경에는 사용 구조의 복잡성이 있다. 기본소득 20만원에는 지역 상권 활성화 취지에 따라 업종·지역별 사용 한도가 일부 설정돼 있다. 주유소, 편의점, 면 단위 하나로마트, 농협 농자재 등 제한 업종은 합산 10만원까지만 사용할 수 있고, 면지역 거주자가 읍내 가맹점을 이용할 때도 일부 한도 규정이 적용된다. 정책 취지는 이해할 수 있지만 현장에서는 생각보다 높은 문턱이 되고 있다.
이 같은 구조는 고령의 주민들에게 더 어렵게 받아들여진다. 카드에 잔액이 남아 있어도 업종 한도나 지역 기준을 넘기면 결제가 거부될 수 있고, 결제금액이 잔액을 초과할 경우 부족분만 빠져나가는 것이 아니라 연결된 개인 계좌에서 전액이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제도를 익숙하게 접한 사람은 대응할 수 있겠지만, 지역 어르신들에게는 이런 결제 방식 자체가 낯설다. 작은 오해 하나만으로도 현장에는 혼란이 야기될 수밖에 없다.
물론 시행 초기인 만큼 어느 정도의 불편은 뒤따를 수 있다. 영양군도 이를 알고 어르신들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안내를 강화하고 있다. 다만 현장 불편의 상당 부분은 카드 결제 구조와 시스템 설계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한국조폐공사도 이런 상황을 인지하고 있지만, 아직 주민들이 체감할 만한 뚜렷한 개선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잔액 처리나 초과 결제 방식 문제는 영양군만의 일이 아니라 다른 시범사업 지역에서도 공통적으로 제기되는 사안이라고 한다.
농어촌 기본소득은 영양군의 미래를 건 중요한 실험이다. 주민 반응이 전반적으로 좋고 지역 소비 확대 효과도 기대되는 만큼, 이 제도가 현장에 안착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럴수록 지금 필요한 것은 성과를 앞세우는 일이 아니라 사용 과정에서 드러난 작은 불편을 세심하게 보완하는 일이다. 이제는 '얼마를 지급했는가'보다 '누구나 불편 없이 쓸 수 있는가'를 먼저 살펴야 할 때다.
정운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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