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이슬람 사원 건립, 엇갈린 사회상…서구 ‘정착’ 북구 ‘표류’ 무엇이 달랐나

  • 구경모(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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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3-14 09:20  |  발행일 2026-03-14
북구 대현동은 표류, 서구 비산동은 정착
관할 구청 조정 장기화, 생활민원이 가치 갈등으로
외국인 집단 공동체 형성 과정 차이 달라
대구 서구 비산동에 있는 이슬람 사원. 이곳은 2020년 준공 이후 별다른 사회적 충돌 없이 운영되고 있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대구 서구 비산동에 있는 이슬람 사원. 이곳은 2020년 준공 이후 별다른 사회적 충돌 없이 운영되고 있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대구 서구·북구지역 '이슬람 사원'을 둘러싼 상반된 사회상이 지역사회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같은 종교시설임에도 설립 과정에서 드러난 두 지역의 상황이 극명하게 갈려서다. 2020년 준공된 서구 비산동 이슬람 사원은 건립 사업 전·후 별다른 사회적 충돌 없이 지역사회에 정착한 모양새다. 반면, 대구 북구 대현동 이슬람 사원은 수년째 이어진 사회적 갈등과 법적 공방이 벌어지며 건립 사업이 표류 중이다. 영남일보가 지역 내 이슬람 사원들의 두 얼굴을 집중 조명해 봤다.


◆대구의 이슬람 사원


무슬림들이 기도하거나 집회를 갖는 이슬람 사원은 크게 모스크(메카 방향 표시·대규모 사원 마스지드)와 무살라(소규모 사원·기도실)로 나뉜다. 현재 대구에 있는 모스크·무살라는 총 10여곳. 모스크급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큰 곳은 대구 북부정류장 인근(비산동)에 위치한 이슬람 사원이다.


앞서 이 서구 이슬람 사원은 2019년 착공해 2020년 준공됐다. 연면적 약 430㎡에 지상 3층 규모로 지어졌다. 착공 초기 사원 건립에 대한 사소한 민원이 있었으나, 준공 이후 사원 운영을 둘러싼 집단 민원이나 분쟁은 발생하지 않고 있다.


대구 북구 대현동 이슬람사원 건축 현장. 현재 공사가 중단된 채 굳게 문이 닫혀 있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대구 북구 대현동 이슬람사원 건축 현장. 현재 공사가 중단된 채 굳게 문이 닫혀 있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최근 서구와 비슷한 규모의 이슬람 사원이 북구에서 건립 중에 있다. 하지만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북구 이슬람 사원은 2020년 9월 건축 허가를 받으며 건립 사업이 가시화됐다. 사업 대상지는 북구 경북대 인근(대현동)이며, 사업 규모는 연면적 245㎡에 지상 2층이다. 2021년 초 사원 건립을 반대하는 지역민들의 반발로 공사 중단 조치가 내려졌고, 사원 측이 행정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하며 법적 분쟁으로 이어졌다. 2022년 9월 대법원이 사원 측 손을 들어주며 건립 문제가 일단락되는 듯 보였지만, 이후 사업 설계 변경과 구조 안전성 문제가 제기되며 공사가 다시 중단됐다. 현재까지 이렇다 할 진척이 없는 상태다.


대구가톨릭대 최원오 교수(종교영성학과)는 "종교학적으로 보면 이슬람 사원 건립은 다종교 사회에서 서로 다른 종교 공동체의 종교 활동이 공적 공간에서 어떻게 인정되고 조정되는가와 관련된 사안"이라며 "이 과정에서 기준이 되는 것은 종교에 대한 보편적 공감과 종교의 자유라는 인권 원칙이 사회적으로 어떻게 적용되는지다. 이것이 이슬람 사원 건립을 단편적인 찬·반 논리로 보기 보다는 왜 찬·반 입장이 갈릴 수 밖에 없는지 등 다양한 측면에서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라고 했다. 이어 "다만, 국제적으로는 종교의 자유와 소수 종교 공동체의 종교 활동 보장은 이제 보편적인 주요 인권 지표로 다뤄지고 있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2022년 10월 대구 북구 대현동 이슬람 사원 공사 현장 인근에 돼지머리가 놓여 있는 모습. 해당 사건을 계기로 혐오 표현 논란과 종교 자유 침해 논쟁이 확산됐다. 영남일보 DB

2022년 10월 대구 북구 대현동 이슬람 사원 공사 현장 인근에 돼지머리가 놓여 있는 모습. 해당 사건을 계기로 혐오 표현 논란과 종교 자유 침해 논쟁이 확산됐다. 영남일보 DB

◆사회적 갈등 키운 '행정 개입' 차이


서구·북구 이슬람 사원은 '건립 과정'에서 행정 기관이 사회적 갈등에 개입한 방식과 시점에 따라 다른 상황을 맞게 됐다. 둘 다 갈등 요소가 존재하지만, 세세한 민원 사안에 대한 행정 판단기준을 두고 상황이 엇갈린 것.


북구 이슬람 사원 건립 사업의 초기 갈등은 차량 통행, 주차 문제, 이용자 집중 등 전형적인 생활권 민원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북구청이 주민 민원을 받아들여 '공사 중단'이란 행정 처분을 내리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이후 사업 자체가 법적 분쟁 단계로 심화하며 사업 갈등은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운 구조로 굳어졌다. 이 과정에서 갈등의 쟁점도 변화했다. 생활 불편을 둘러싼 문제 제기는 시간이 지나면서 종교적 자유, 혐오 표현, 소수자 권리 등 가치와 정체성 문제로 확장됐다.


반면 서구 이슬람 사원은 서구청이 건립 사업 인·허가 기준에 대한 행정 판단을 유지하면서 갈등이 확대되지 않았다. 사업 초기 북구와 비슷한 민원이 제기됐지만, 사업 충족 요건과 사회적 갈등을 평행선상에 두지 않았다. 용도지역과 건축 기준, 교통·안전 등 법적 기준을 충족할 시, 행정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다양한 사업 반대 민원들을 개별 생활 불편 차원에만 머물게 한 것이다.


이를 두고 경북대 하혜수 교수(행정학과)는 "시간과 비용이 들더라도 시민과 전문가가 참여하는 공론화 과정이나 갈등 조정위원회를 통해 사안을 단계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며 "종교·생활 불편·사실관계 문제를 분리해 토론하는 장이 마련돼야 서로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집단 민원이 발생했을 때 행정 기관이 깊숙이 개입할 경우 갈등을 일시적으로 봉합할 순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갈등을 더 키우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달랐던 '이주민 집단 공동체' 형성 과정…갈등의 분기점


전문가들은 무슬림 공동체가 지역사회에 '언제, 어떻게 드러났는가'가 서구·북구 이슬람 사원 건립 향방을 결정했다는 해석도 내놨다. 같은 도시, 동일 종교시설임에도 집단 공동체 형성 과정의 '자연스러움'과 '급작스러움'이 사업 전반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현재 서구 비산동과 북구 대현동은 전체 인구 중 외국인 비율이 각각 5% 내외로 인적 규모는 비슷하다. 하지만 체류 성격은 상반된다. 비산동 생활권이 '장기 거주' 중심이라면, 대현동 생활권은 '상시 단기 체류' 성격이 짙다.


서구 비산동은 서대구산단, 염색산단, 3산단, 성서산단 등 산업단지들과 인접한 탓에 예전부터 무슬림 등을 비롯한 외국인 근로자들의 밀집도가 높은 편이었다. 이에 따라 서구는 이슬람 사원 건립 대상지 선정에 있어 인근 주민들을 어느 정도 납득시킬 만한 사업적 명분이 작용했다. 반면, 북구 대현동은 경북대라는 공간적 요소로 일자리 근로자보단 교육 등 유학생을 위주로 한 외국인들이 다수며, 무슬림 비율도 비교적 낮은 편에 속한다. 사업 초기 갑작스런 무슬림 공동체 형성으로 주거는 물론 복지·치안 등 사회통합에 대한 부담이 커 갈등이 고착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영남대 정용교 교수(사회학과)는 "두 지역은 '보이지 않던 존재'에서 '보이는 존재'로 된 이후, 그 다음 단계인 '익숙해지는 과정'이 형성됐느냐가 관건이었다"며 "서구는 그간 지역사회에 보여져 왔던 무슬림 공동체들이 목소리를 낸 반면, 북구는 그동안 보이지 않던 공동체가 종교시설을 통해 한꺼번에 가시화돼 사회적 공감대 없이 촉발된 반응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순차적인 접촉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마음을 열고 소통하는 게 중요하며, 교류 시간을 늘리는 데서 이해와 화해의 출발점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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