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3월, 대한민국 형사사법 체계가 건국 이래 가장 파격적인 변화를 맞이하게 됐다.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둔 검찰 개혁안의 핵심은 70여년간 이어져 온 '검찰청 체제의 종언'이자 '수사·기소의 분리'다.
이번 개혁은 검찰의 자의적 수사와 권한 남용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에서 비롯됐다. 기존의 검찰청은 기소와 공소 유지 업무만을 담당하는 '공소청'으로 축소 개편되고, 검찰이 보유했던 중대범죄 수사권은 신설되는 행정안전부 산하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으로 전면 이관된다.
국가 사법 시스템 근간을 바꾸는 이번 개혁의 주요 쟁점별로 법조계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모습. 연합뉴스
◆중대범죄수사청의 신설
중수청은 6대 중대범죄 수사를 전담하는 독립 기구를 신설해 수사 전문성을 높이려는 시도다. 검사-수사관으로 분리됐던 직급체계는 수사관으로 일원화되고, 행안부 소속 일반 공무원 신분을 갖게 된다. 수사와 기소를 모두 쥐고 있던 검사의 특권적 지위를 해체하고, 수사를 행정 영역으로 통합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대구대 최철영 교수(법학부)는 "중수청에 부패·경제 등 특정 영역에 대한 수사 역량이 집중되면서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키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향후 중수청의 수사 범위와 권한을 어디까지로 한정하고, 어떤 견제 장치를 두느냐가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당장의 수사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장영수 교수는 "중수청이 맡을 사건은 고도의 법률 분석과 판단이 핵심"이라며 "전문성을 지닌 검사가 사라지고, 이들의 지휘나 조언을 받을 수 없는 구조에서 이들 인력 흡수까지 막히면 수사 지연과 사건 처리 부실이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법조계는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데 입을 모았다. 장영수 교수는 "대통령의 인사권 아래 있는 행정부 소속 조직은 구조적으로 외풍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경찰은 상명하복 체계와 신분 구조상 검찰보다 더 권력 친화적으로 움직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최철영 교수도 "행안부 산하에 중수청을 두는 것은 정치적 중립성 취지와 맞지 않다. 수사 조직이 정치권력의 지배 아래 놓일 우려가 있다. 행안부 장관이 경찰청과 중수청을 동시에 통제하는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19일 국회에서 열린 3월 임시국회 2차 본회의에서 공소청법안(대안)을 상정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소청 신설의 의미는?
이번 개혁안의 핵심 축이 되는 공소청은 검찰을 '수사기관'이 아닌 본래 의미의 '기소자(Prosecutor)'로 되돌리겠다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공소청 검사는 스스로 수사를 시작하거나 진행할 수 없고, 수사기관이 송치한 사건에 대한 직접적인 보완수사도 막힌다.
한동대 이국운 교수(법학과)는 "검찰이 독점해 온 권한이 축소되면서 권력 분산이 이뤄지게 됐다. 그간 검찰은 공소권을 바탕으로 사건을 선별해 수사하고, 유죄 입증을 염두에 둔 무리한 수사를 이어가는 등 '정치 검찰' 논란을 낳아왔다. 그러나 수사권이 분리되면서 이러한 구조 자체가 차단돼 같은 방식의 폐해는 반복되기 어려워졌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소청 도입을 둘러싼 수사 지연 등 우려는 기존 검찰 중심의 틀에서 바라보는 탓"이라며 "기존 수사 구조를 기준으로 단순 비교해 우려를 확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특히, 수사 지연 문제는 공소청 자체의 결함이라기보다 수사를 맡은 기관이 얼마나 신속하고 충실하게 대응하느냐의 문제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대로, 검사 출신 안영림 변호사(법무법인 선승)는 현장에선 수사 지연이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안 변호사는 "2021년 수사권 조정 이후 실무에서는 사건이 제대로 수사되지 않거나 지연되는 경우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검찰이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하더라도, 경찰은 이미 한 차례 처리했던 사건이라는 인식이 강해 수사에 좀처럼 속도가 붙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또한, 검사가 특별사법경찰을 지휘·감독할 권한이 삭제된 데 대한 우려도 내놨다. 안 변호사는 "2024년 기준 특사경이 송치한 사건 중 기소로 이어진 비율은 45%"라며 "특사경은 의약·금융·노동 등 분야 행정공무원이다. 형사법적 지식이 부족해 이들이 수사한 증거가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무고하게 입건되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개혁 정부안 수정 경과. 연합뉴스
◆인권 보호의 완성인가 '사법 뺑뺑이'의 시작인가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발견한 미진한 점을 직접 수사해 바로잡던 '보완수사권'은 사라지고, 수사기관에 처리를 맡기는 '요구권'만 남게 된다. 이는 검찰의 별건 수사와 자의적 권한 행사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선언적 의미를 갖는다.
대구에서 활동하는 천주현 형사전문 변호사는 "검사가 직접 수사라는 '칼'을 휘두르던 자의적 전횡에서 벗어나 인권 보호기관이자 수사 감시자라는 본연의 위치로 돌아오는 과정"이라고 긍정적 측면을 짚었다. 그는 "검찰의 마구잡이식 자의 행사를 멈추고 적법 수사인지를 통제하는 본래의 기소자 역할로 돌아가는 것이 사법 개혁의 완성"이라고 평가했다.
천 변호사는 법정 공방의 양상이 달라질 것으로 예측했다. 그는 "변호인의 역할이 수사 초기부터 중요해지고 그 역할도 더 커질 수 있다"며 "(법정 공방의 양상은) 범죄 구성 요건에 관한 다툼보다 '위법한 수사로 얻은 증거이므로 무효'라는 절차적 정당성을 따지는 주장이 주를 이룰 것이다.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가 선고되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경찰 출신 법조인 A씨는 보완수사권 박탈은 곧 '사법 필터의 실종'이며, '사법 뺑뺑이의 일상화'라고 비판했다. A씨는 "경찰은 지금도 '수사가 충분하다'며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몇 번의 '뺑뺑이'를 거친 뒤엔 검사도 결국 '수사 미진'을 이유로 불기소 처분을 내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A씨는 사법 불평등 해소를 위한 대안을 촉구했다. 그는 "경제적 여유가 있는 이들은 변호사를 조력 삼아 복잡한 절차를 견뎌내겠지만, 그렇지 않은 서민들은 영문도 모른 채 불기소 처분을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현재 재판 단계에 국한된 국선변호인 제도를 수사 단계까지 확장하는 등 검사의 보완수사 기능 삭제로 인한 공백을 메울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최시웅
구경모(대구)
조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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