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한 재건축 조합에서 명의 도용 의혹이 제기됐다. 사진은 한 조합원이 작성한 서면결의 철회서지만 해당 조합원은 철회서에 서명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 <조합원 제공>
대구 한 재건축 조합에서 명의 도용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한 조합원이 서면결의 철회서를 작성한적이 없다는 내용의 사실확인서.<조합원 제공>
대구 달서구 한 재건축 단지에서 해임 가결된 집행부가 조합원들 개인정보를 도용, 서류를 위조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해당 조합은 총 429명의 조합원으로 구성돼 있다. 재건축 완료 시 약 800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조합원들은 지난 7일 임시총회를 열고 A조합장과 상근이사 등 임원 다수에 대한 해임안을 가결시켰다. 23일 영남일보가 확보한 '2026년 3월 7일 임시총회 의사록(공증인가 D법률사무소 제265호)'에 따르면 당시 총회는 총 투표자 223명 중 찬성 216명으로 A조합장을 포함한 임원 전원에 대한 해임을 가결했다. 공증인은 해당 총회에 직접 참석해 결의의 절차와 내용이 진실에 부합함을 공식 인증했다.
조합원들은 8년째 재임 중인 A조합장이 조합을 방만하게 운영했으며 공금 유용 의혹을 제기했다. A씨가 홍보 요원 인건비를 부풀려 차액을 착복하거나 조합 자금을 유용해왔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조합원들이 십시일반 모금해 사업 정상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집행부는 조합원들 재산인 조합 자금을 자신들의 자리를 지키는 데 쓰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A조합장이 해임 반대를 위한 서면을 징구하는 과정에서 조합원 개인정보를 도용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138건의 철회서가 들어왔는데 이중 18건에서 위조된 정황이 확인됐다는 것이다.
해임 발의자 대표는 "조합원들이 과거 제출했던 주민등록증, 면허증 사본을 조합장이 허락 없이 도용했다"며 "심지어 2012년 여권 사본을 복사해 철회서를 꾸민 사례도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조합원들은 최근 이동통신사와 쿠팡 등에서 발생한 개인정보 유출로 신분증을 갱신한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결국 조합이 보관 중이던 과거 신분증 사본이 위조 정황을 입증하는 근거가 됐다는 입장이다.
일부 조합원들은 '사실확인서'를 제출, 자신이 해임안 철회서에 서명한 사실이 없다는 점을 공식 문서로 제출했다. 현재 인감증명서 징구를 모두 마치고 24~25일 성서경찰서에 사문서 위조 및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할 방침이다.
대구 한 재건축 조합에서 명의 도용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임시총회가 정상적으로 열렸다는 공증서. <조합원 제공>
대구 한 재건축 조합에서 명의 도용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임시총회가 정상적으로 열렸다는 공증서. <조합원 제공>
이에 대해 A조합장은 도용 등 모든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대구지역 경기가 나빠 사업 진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서울에서 변호사 교육을 받고 전문 자격증을 취득한 전문가로서 도용의 위험성을 누구보다 잘 안다"며 "상대 측이 자료를 내놓지 않아 가결 여부도 확인되지 않은 상태"라고 반박했다. 또 "필적 확인 등 법적 절차를 통해 진실을 가리면 될 일"이라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행태가 정비사업 현장의 '인장 도용 관행'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고령층이나 다른 지역 거주자가 많은 조합의 경우 집행부가 이들의 인장과 신분증을 보관하면서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의미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전문가는 "재건축·재개발 현장에선 조합원들 도장을 미리 파서 조합 사무실에 갖다 놓고 쓰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며 "사문서 위조에 해당해 구두로 동의를 구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또 "조합원 본인이 일일이 확인하지 않는 한 사전에 막을 방법이 마땅치 않은 구조적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대구가톨릭대 서경규 교수(부동산학과)는 동의서 징구 시 본인 지장 날인 등 확인 절차를 엄격히 하고 있으며 이를 임의로 활용하는 것은 엄연한 법적 처벌 대상이라고 단언했다. 서 교수는 "이미 도입된 전자투표 시스템을 적극 활용해 본인 인증 과정을 투명화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운영 주체의 투명성과 양심 문제지만 제도적 보완이 병행돼야 한다"고 했다.
김현목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단독인터뷰] 한동훈 “윤석열 노선과 절연해야… 보수 재건 정면승부”](https://www.yeongnam.com/mnt/webdata/content/202603/5_한동훈_인터뷰_썸네일.p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