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에 문외한 60~70대들은 대체로 '스태그플레이션'이라면 고개를 갸웃거리지만, '석유파동'이라면 어릴 적 고생한 기억 탓에 절로 몸서리를 친다. 1970년대 석유파동, 즉 두 차례의 '오일쇼크'는 이스라엘과 중동국가 간의 4차례 전쟁과 이란 혁명에서 비롯됐다. 중동국가들이 석유를 무기화한 탓에 당시 기름값은 4배 이상 치솟았고, 이 여파로 경기는 가라앉는데, 물가는 급등하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이라는 괴물을 맞닥뜨리게 됐다. 세계는 인류사에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이 괴물을 물리치기 위해 수년간 악전고투를 치렀다.
보릿고개를 겨우 면했던 우리나라 역시 괴물을 피해갈 수 없었다. 당시 4개월 만에 물가는 25% 폭등했고, 결국 정부는 전시에 준하는 조치를 가동했다. 기름 절약을 위해 시내버스마저 운행을 중단하는 극한의 어려움에 부닥쳤고, 서민의 고생은 말로 표현을 못 할 정도였다. 미국 역시 고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연 20%까지 올리는 초강력 '벙커버스터'를 투하했다. 그 결과, 중소기업 40%가 도산했으며, 실업률도 10%를 웃도는 혹독한 대가를 치른 끝에 고물가를 잡았다.
스태그플레이션은 한 번 걸리면 치료 약이 제대로 없어 혹독한 병치레를 치러야 한다. 불황인데도 물가는 급등하는 탓에 취약계층이 직격탄을 맞는다. 이른바 'S의 공포'가 또 스멀스멀 나타날 조짐이다. 이번에도 발단은 중동전쟁이다. 에너지 의존도가 높고,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에겐 더 치명적이다. 호환 마마보다 더 무서운 이 괴물과 맞설 생각을 하니 겁부터 덜컥 난다. 중동에 하루빨리 평화가 찾아오기를 학수고대한다.
윤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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