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희 영남일보 문화팀장
요즘 서점가의 매대나 신간 목록을 훑어보다 보면 유독 시선을 붙드는 세 단어가 있다. 루틴, 반복, 그리고 연금이다.
지난달 펼쳐든 신간 '반복의 쓸모'는 이른바 '미라클 루틴'의 힘을 역설한다. 기상 후 아침 시간을 운동, 명상, 감사 일기 쓰기, 반려견 산책, 아내와 커피 마시기 등 자신만의 고유한 루틴으로 설계해 반복하는 세 사람(팀 쿡 애플 CEO, 하워드 슐츠 전 스타벅스 CEO, 오프라 윈프리 OWN 미디어 창립자)을 예로 들며 일어난 후 루틴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삶을 바꾸는 것은 벼락같은 행운이 아니라 자신에게 최적화된 루틴을 설정하고 그 루틴을 습관으로 만드는 힘이라는 것이다. 고단한 반복은 결코 무의미한 공전이 아니며, '삶을 무너뜨리는 건 큰 사건이 아니라 매일 반복되는 사소한 포기'라고 따끔하게 지적하기도 한다.
"너는 나이 안 먹을 줄 알지?"
얼마 전 지인의 이 뼈아픈 말 한마디가 계기가 돼 집어든 책이 있다. 지난해 6월 출간된 이후 10만 부 넘게 팔린 스테디셀러 '박곰희 연금부자수업'이다.
지난해 은퇴한 그 지인은 "매달 꼬박꼬박 입금되는 연금이야말로 시니어의 가장 강력한 무기"라면서 "연말정산 혜택도 받고 노후 대비라는 미래 안전판도 챙겨야 한다"며 개인연금 예찬론을 폈다. 연말정산 때 돈을 토해내지 않기 위해서라도 '든든하게 연금을 들어야지'라고 다짐만 하고 있던 차였다. 그제야 미뤄둔 숙제를 하듯 책의 첫 장을 넘겼다. 출간 이후 내내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지키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기도 했다.
저자는 10여 년 전 증권사 PB 시절, 모순적인 상황을 목격했다. 고객들이 많게는 억 단위의 퇴직연금은 현금으로 방치한 채 고작 수백만 원이 든 주식 계좌에는 하루에도 열 번씩 매매를 하며 일희일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안타까운 마음에 연금 재정비를 권유했지만 돌아오는 반응은 차가웠다. 심지어 보이스피싱 취급을 받기도 했다. 노후 자금에 대한 인식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유튜브를 시작했고 책까지 내게 됐다고 했다.
저자가 제시하는 모델은 '노벨재단'이었다. 130년 전 오늘날의 가치로 약 2천300억원의 기금으로 출발한 재단은 지난 120년 동안 매년 수십억원을 상금으로 지급하고도 현재 8천억원이 넘는 자산을 유지하고 있다. 비결은 단순하다. 원금은 절대 건드리지 않고, 수익금만 사용하며, 세제 혜택을 극대화해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드는 것이다. 저자는 풍요로운 노후를 위한 세 가지 열쇠로 시장 상황과 관계없이 매달 정해진 금액을 꾸준히 적립하고, 반드시 장기 투자로 운용하며, 절대 깨지 않아야 한다고 못박았다.
책장을 덮을 때쯤 '이게 전부라고? 뭔가 특별한 비법이 있는 게 아니고?'라는 생각이 스쳤다. 독자의 마음을 눈치챘는지 저자도 에필로그에 '연금 부자가 되는 길은 복잡하거나 난해한 비법이 아니다. 중요한 건 단순하고 명확한 원칙들을 실천하는 것'이라는 문장을 남겨뒀다.
루틴, 반복, 그리고 연금. 언뜻 별개처럼 보이는 이 세 단어는 꾸준함이라는 지점에서 서로 교차한다. 매일 아침 잘 짜인 루틴이 건강한 신체와 마음을 견인하고, 매달 적은 금액이라도 연금 계좌에 밀어 넣는 반복이 든든한 노후를 만든다. 이 단어들은 결국 꾸준히 준비하는 사람이 가장 멀리 간다고 말하고 있다.
박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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