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선택적 공정

  • 조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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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3-24 01:15  |  발행일 2026-03-24

국민의힘이 최근 지방의원 공천 신청자들을 대상으로 공직후보자 기초자격평가(PPAT)를 실시했다. 32문항이 출제됐고, 전부 객관식이었다. 시험 점수는 공천 과정에 반영된다고 한다. 70점 미만의 비례대표 광역의원과 60점 미만의 기초의원 신청자는 '컷오프'(공천배제) 대상이다. 전 세계 어디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정치판 수능'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서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단체장은 시험에서 제외됐다. 단체장은 '기초자격'이 없어도 상관이 없다는 것일까. 4년 전에도 형평성 논란이 있었다. 당시 국민의힘 지도부는 "단체장은 정무적 판단과 행정 능력이 중요하며, 당 내외의 복잡한 검증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시험까지 치르게 하는 것은 과하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지방의원과 단체장 후보의 정치적 중량감을 다르게 본 셈인데, '공정의 이중잣대'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상대적으로 약자에게만 공정의 가치를 엄격하게 적용되고, 힘 있는 후보에게는 면죄부를 준 꼴이기 때문이다. 지방의원은 단체장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역할을 한다. 예산 집행권과 인사권은 단체장에게 있다. 단체장이 당의 정강이나 정책, 기초적인 법규를 모른다면 자격 없는 지방의원보다 더 큰 재앙 아닌가.


단체장 시험 면제는 공천권자의 '기득권 사수'를 위한 장치로도 읽힌다. 국회의원들은 단체장에 '자기 사람'을 심으려고 한다. 시험 성적이라는 변수가 개입되면 국회의원의 입김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단체장에 '내 말을 잘 듣는 사람'이 앉으면 차기 국회의원 선거에 도움이 된다. 국민의힘 기초자격평가에 선택적 공정과 권력의 카르텔 냄새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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