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트럼프 함정’

  • 박규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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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3-26 09:02  |  발행일 2026-03-26

미국 경제학자 찰스 킨들버거는 저서 '대공황의 세계 1929~1939'에서 대공황의 원인을 세계 리더십 공백에서 찾았다. 1차 세계대전 후 최강대국이 된 미국이 패권국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킨들버거의 함정'은 킨들버거의 대공황 연구를 분석한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석좌교수가 처음 쓴 용어다. 미국은 자국 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1930년 스무트-홀리법을 제정해 2만여 개 수입품에 최고 59%의 관세를 부과했다. 이는 유럽·아시아의 보복관세로 이어졌고, 3년 만에 세계 교역량은 25%나 줄었다. 미국이 리더십 발휘는커녕 대공황을 더 심화한 꼴이다. 법 제정 당시 미국 대통령이 허버트 후버다. 그래서 미국인들은 대공황을 '후버 공황', 빈민촌을 '후버 빌'이라 조롱한다.


미국-이란전은 '킨들버거 함정'의 전쟁 버전이다. 경제 대공황과 공통분모가 많다. 패권국의 리더십 부재 및 판단 오류, 미국의 독단 행동, 세계 경제 위기 확산 등이 데칼코마니다. 털시 개버드 미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최종 결단을 할 사람은 대통령뿐"이라며 이란 공격이 트럼프의 독단적 결정임을 시인했다. 트럼프는 댄 케인 함참의장의 이란 호르무즈 봉쇄 위험 보고도 묵살했다. 중동전쟁 부스터,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말만 솔깃했던 모양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군사전쟁이 이제 걸프만 중동국가들의 에너지 전쟁으로 비화하는 형국이다. 트럼프는 전쟁이 촉발할 에너지 위기를 예측했을까. 세계는 관세 폭탄에 이어 다시 '트럼프 함정'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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