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일 칼럼] 김부겸 등판과 1당독점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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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3-30 07:21  |  발행일 2026-03-30
박재일 논설실장

박재일 논설실장

오래 전 미국에 지방자치 제도를 취재 갔다가 놀랐다. 샌프란시스코 시의회에 들렀는데 의원들 전원이 민주당 소속이다. 아니 여기도 1당독재야? "이 도시는 리버럴(Liberal)하다. 캘리포니아 전체가 민주당이다"고 했다. 시의원 선거에는 정당 공천이 금지돼 있지만, 실질적으론 색깔이 드러나고 몽땅 민주당을 선출한단다. 찾아보니 지금도 11명 전원이 민주당이다.


대구시의회는 32명 중 현재 31명이 국민의힘이고, 단 한 명 더불어민주당인데 그나마 비례대표로 들어왔다. 2022년 직전 지방선거에서는 무려 20명의 대구시의원이 무투표 당선됐다. 민주당을 비롯 당시 야권은 거의 선거를 포기했다. 후보 구하기도 어렵고 공천해도 된다는 보장이 제로에 가깝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격(格)인 국회의원으로 눈을 돌리면 다 알다시피 12명 전원이 국민의힘이다. 6선에 4선·3선 중량급들이 즐비하다. '1당독점' 구조다. 국민의힘 계열 정당 공천만 받으면 놀면서 선거운동해도 당선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물론 공천과정이 사투(死鬪)에 가깝다는 걸 모르는 바 아니다. 아무튼 떨어진 후보는 본인의 문제가 크다.


특정지역의 1당독점 구조가 좋으냐 나쁘냐는 '가치 판단'의 영역이다. 주권을 위임받은 시민이 찍는다는데 왈가왈부해봐야 논쟁만 커진다. 선거 제도를 원천적으로 바꾸는 방안(예를 들면 한 선거구에 2~3명씩 뽑는 중대선거구제)이 도입되면 달라질 텐데, 현실적으론 정치권의 이해관계가 첨예해 어렵다. 설령 그렇게 해보니 정당끼리 혹은 정치인끼리 나눠먹기로 유권자는 뒷전이었다. 물론 우리는 경북을 포함한 TK정치를 논할 때 종종 1당독점 구조의 폐해를 적시한다. 필자도 오랫동안 이 사안이 우리 대구경북의 미래 발전을 좀먹고 있는지 늘 고심해 왔다.


시장경제에서 독점(Monopoly)은 사악한 것으로 분류된다. 경쟁이 없다면 가격은 왜곡되고, 누군가 이득을 독차지한다. 자본주의의 대표국가 미국도 독점을 극히 싫어한다. 전화통신회사 AT&T처럼 독점적 구조를 가진 기업이 등장하면 아예 쪼개기(기업분리)를 명령한다. 마이크로소프트도 독점 논쟁에 휩싸여 법적 분쟁을 거쳐 합의했고, 구글도 지금 그런 처지다. 독점은 정치에서도 어울리지 않는다. 민주적 경쟁 체제와 배치되는 것으로 인식된다. 그렇다고 해서 특정 도시, 특정 지역의 정치 성향이 한쪽으로 기운다고 그게 비민주적인가란 질문은 또 다른 담론이다. TK가 '보수의 성지'라 하지만, 대한민국 전체를 놓고 보면 TK 없이는 경쟁 구도가 형성되지 않는 정치적 함의가 엄연히 존재한다. 호남이 민주당에 압도적인 것을 상기하면 된다.


김부겸 전 총리가 이번 지방선거 대구시장에 드디어 도전할 모양이다. 정청래 당 대표가 공식 요청했고, 김 전 총리도 수락했다. 최근 영남일보 여론조사에서 김 전 총리는 국민의힘 후보와의 1대1 대결에서 모조리 앞서는 수치가 나와 전국적 주목을 받았다. 물론 선거는 두 달가량 남았고, 어떤 이슈가 덮쳐 본래의 탄성으로 돌아갈지 아무도 모르지만, 대구시장 선거가 이번 지방선거의 '빅 이슈'가 됐다는 점은 분명하다.


시장 선거는 대구 12개 국회의원 선거구 전역을 대상으로 하기에 그 파급력이 크다. 김 전 총리가 당선된다면 독점구조에 균열이 가는 것으로 평가될 것이다. 2년 뒤 총선, 나아가 대선에서 대구의 정치 지형에 중대한 변곡점이 될 수도 있다. 과연 그런 날이 올 것인가? 단언할 수 없지만 아무튼 현재로서는 흥미진진한 선거판이 된 건 확실하다. 흥미를 넘어 놀면서 선거운동하는 것은 스스로의 건강을 위해서도 좋지 않다는 것 또한 확실하다.



대구는 전통 보수의 아성


1당 독점구조가 굳어져


좋으냐 나쁘냐는 다른 담론


김부겸 등판에 전국 주목


경쟁체제 돌입, 변곡점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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