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4시쯤 대구 동구의 한 주유소. 휘발유값과 경유값이 1천900원대에 육박하면서 지역 운송업계의 고충이 깊어지고 있다. 이남영기자 lny0104@yeongnam.com
중동 사태 장기화로 유가가 다시 급등하면서 지역 운수업자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경유를 주 연료로 사용하는 택배·화물 종사자들은 늘어난 고정 지출비를 고스란히 떠안으며 생계마저 위협받고 있다. 왕복 450㎞ 거리를 주 4회 운전하는 화물기사의 경우 한 달 주유비가 200만원을 훌쩍 넘어서 일을 해도 남는 게 없는 수준이다.
30일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유류값 인상으로 지역 택배기사들이 부담하는 기름값은 대체로 2배 가까이 늘었다. 택배 차량으로 쓰이는 트럭은 경유를 사용하는데, 전국에서 자동차용 기름값이 가장 싼 대구에서도 ℓ당 평균 1천860원을 넘었다. 한 달 새 ℓ당 300원 올라 20% 가까이 급등한 수준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운수업자들의 지출비용이 눈덩이처럼 불고 있다. 통상 화물·택배 운송업계의 '고정 지출' 중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게 '주유비'이기 때문이다.
택배기사 경우 이동 거리나 배송 건수에 따라 수입이 달라지는 구조여서 많이 이동하고 더 많이 배송할수록 유류비가 늘어나 수익이 줄어들게 된다. 특히 밀집도가 낮은 시외 등 외곽지역을 담당하는 배송기사의 부담은 더 클 수밖에 없다. 택배 전용 차량인 1t 탑차를 활용하는 택배기사의 경우 5만원치를 주유하면 기존에는 4일 반나절을 탔으나, 최근에는 사흘을 겨우 탈 정도다.
원경욱 택배노조 대구경북지부장은 "택배기사들의 고정지출을 따지면 주유비가 70%를 차지한다. 고정수입은 한정돼 있는데, 유가 상승으로 지출만 20~25% 이상 늘었다. 한 달 전만 해도 기름값은 15만~20만원 정도만 들었지만 지금은 30만~40만원도 우스운 상황"이라며 "시내 배송은 사정이 낫지만 외곽지 배달기사들의 재정적 타격이 상당하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사정은 화물 종사자들도 마찬가지다. 25t 화물차로 경북 포항에서 충북 제천까지 왕복 약 450㎞를 이동하는 K씨는 유가 상승으로 하루 평균 8만~10만원의 유류비를 더 지출하고 있다. 한 달에 16일가량 화물운송을 할 경우 지출하는 유류비만 240만원에 달한다. 이렇게 일하고 받는 수입은 한 달 약 500만원. 유류비·식비·통행료와 같은 고정 지출을 제외하면 생계가 막막한 수준이다.
권오동 화물연대 대구경북 동부지부장은 "정부가 차량 5부제, 유류세 감면 등의 정책을 하고는 있지만 효과는 미미하다. 하루 빨리 전쟁이 끝나는 것 말고는 지금 상황을 해결할 방법이 없는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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