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미 작곡가·예술기획자
어제는 오랜만에 좌우명을 적어보았다. 예전에는 자기소개를 할 때 감명 깊게 본 영화나 존경하는 인물, 좌우명 같은 것들을 자연스럽게 이야기했던 것 같은데, 요즘은 MBTI 말고는 딱 떠오르는 게 없는 것 같다.
한때는 나름 정해둔 좌우명이 있었는데, 막상 다시 적으려니 뭐라고 써야 할지 잘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도 좋아하는 말들은 여전히 많아서 그중에서 골라보려고 몇 가지를 적어보았다. 어디선가 문득 마음에 드는 문장을 들으면 메모해두는 습관이 있는데, 그걸 다시 펼쳐보는 순간이 괜히 뿌듯하게 느껴졌다.
'다정한 낯선이' '소리는 기억보다 강하다' 같은 문장들을 하나씩 떠올리다가, 결국 '언제나 봄'이라는 말에서 멈췄다. 지금이 봄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이름이 보미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봄을 좋아하는 엄마가 '김봄'이라고 지으면 너무 독특하게 느껴질까 봐 조금 부드럽게 늘려 지은 이름이 보미라고 들은 적이 있다. 그래서인지 나에게 봄은 늘 조금 더 가까운 단어처럼 느껴진다.
어렸을 때는 보미라는 이름이 받침도 없고 너무 여리여리한 느낌이라고 생각했다. 왠지 모르게 힘이 없어 보인다고 느껴져서, 조금 더 단단한 이름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렇지만 꽃이 여기저기 활짝 피어나는 요즘을 보면, 이 이름도 괜찮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돌이켜보면, 이 이름 덕분에 떠올리게 되는 장면들도 많다. 뭔가 피어나고 긍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어서인지 프로그램 이름을 지을 때도 은근히 봄이라는 말을 찾게 된다. 벚꽃이 피면 사람들이 괜히 들떠서 사진을 찍고 웃는 모습을 보게 되는데, 그걸 보고 있으면 이유 없이 나도 기분이 좋아진다. 날이 따뜻하면서 하늘이 맑은 날에는 괜히 설레고, 계절이 바뀌는 순간에는 별다른 일도 없는데 마음이 조금씩 들뜨기도 한다.
이름 때문인지, 아니면 원래 그런 성향인지 모르겠지만 유난히 봄이라는 계절에 마음이 자주 머문다. 그래서인지 한때는 그 이름이 조금 버겁게 느껴지기도 했다. 언제나 밝고, 따뜻하고, 누군가에게 기분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였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꼭 그렇게 완벽한 모습이 아니어도 괜찮다는 걸 알게 됐다. 항상 따뜻할 수는 없어도, 어떤 순간에는 누군가에게 작은 온기가 될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곡도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그래서 요즘은 이 이름이 마음에 든다. 오래 머물지 않아도 괜찮지만, 지나고 나서 문득 떠올랐을 때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