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석기시대

  • 윤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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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4-08 08:57  |  발행일 2026-04-08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특유의 위협적인 언행이 도를 넘어서는 형국이다. 최근엔 이란을 '석기시대(Stone Age)'로 되돌려 놓겠다'라고 으름장을 놓아, 국제사회를 아연실색하게 했다. 군인과 민간인 가릴 것 없이 전쟁 상대를 모두 초토화하겠다는 의미로, 실로 반문명적이며 비윤리적인 협박이 아닐 수 없다.


이 말을 전쟁의 수사(修辭)로 끌어들인 인물은 따로 있다. 미 공군 참모총장을 지낸 커티스 르메이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1960년대 중반 베트남 전쟁이 본격화할 당시, 그는 북베트남 폭격을 추진하면서 "그들을 석기 시대로 되돌려 놓겠다"라며 과격성을 드러냈고, 실제로 그의 퇴역 직후인 1965년 2월부터 북폭이 진행됐다. 그는 자서전에도 '석기시대'라는 말을 언급, 당시 지식인들로부터 '그와 동시대를 산다는 게 부끄럽다'라며 거센 비판을 받았고, 미국에서 본격적인 반전운동이 펼쳐지는 계기가 됐다. 압도적인 화력으로 철저하게 파괴, 문명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겠다면,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인명 피해를 낳을지 생각하면 끔찍하다. 이 말은 베트남전 이후 '야만적인 협박'의 대명사가 됐다.


트럼프의 거친 독설은 선진 문명국의 정부 수반으로서 최소한의 품격조차 포기한 행위이며, 국제 고립을 불러오는 자충수로 귀결되는 모양새다. 실제로 동맹국조차 이제는 등을 돌리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그의 이런 거친 언사는 쇠퇴해가는 미국 제국주의의 현주소를 반영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이란과의 전쟁으로 미국의 전쟁 수행 능력, 패권 유지 역량이 의외로 허술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게 그 방증이다. 패권국 미국의 쓸쓸한 뒷모습이다. 윤철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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