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체험, 영남이가 간다⑪] 치우고 먹이고 살피고…대구 달성공원 동물원 사육사의 하루

  • 조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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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4-10 14:44  |  발행일 2026-04-10

<11>대구 달성공원 동물원 사육사

1970년 개장…현재 67종 652마리 거주

10명 사육사 2인1조로 3~4곳 사육장 담당

"사육장 돌며 청소, 급여하면 하루 금방 가

관람객들, 외부 음식 주는 행위 자제해주길"

3일 오전 대구 중구 달성공원 사슴사에서 본보 조윤화 기자가 사슴 사료를 주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3일 오전 대구 중구 달성공원 사슴사에서 본보 조윤화 기자가 사슴 사료를 주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3일 오전 대구 중구 달성공원 사슴사에서 본보 조윤화 기자가 건초를 준비하고 있다. 이윤호기자

3일 오전 대구 중구 달성공원 사슴사에서 본보 조윤화 기자가 건초를 준비하고 있다. 이윤호기자

1970년 5월에 개장한 대구 중구 달성공원 '동물원'은 지역민에게 추억이 깃든 공간이다. 문을 연 지 56년이 넘었지만, 현재까지도 학생들에겐 소풍 등 학교 행사의 '단골 방문지'로 각광받고 있다. 가족과 연인들은 나들이 코스로 많이 찾는다. 이 달성공원을 찾은 시민들이 동물들의 행동 하나하나를 눈에 담아가는 과정에서 손놀림과 발걸음이 유달리 분주한 이들이 있다.


바로 '사육사'들이다. 이곳에 사육되고 있는 동물들은 모두 652마리(67종)다. 과거에는 700마리가 넘기도 했으나, 시설 노후화와 2027년 예정된 대구대공원(수성구 삼덕동)으로의 이전을 앞두고 있어 현재는 무리하게 개체 수를 늘리지 않고 기존 동물들의 건강 관리에 집중하고 있는 상태이다. 이곳에서 사육사들은 해가 뜨기 전부터 저물 때까지, 동물들의 상태를 일일이 점검한다. 영남일보 취재진이 사슴과 코끼리를 담당하는 사육사들과 동행하며 그들의 하루를 들여다봤다.


사육장 점검과 청소로 시작하는 하루

지난 3일 오전 8시50분쯤 찾은 달성공원 사무실에선 10명의 사육사가 모여 오전 회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회의에선 오후에 예정된 물새 사육장 이끼 제거 작업과 사료 입고 일정이 공유됐다. 회의가 끝나자 이들은 각자 맡은 사육장으로 흩어졌다. 사육사들의 업무는 보통 2인 1조로 이뤄지며, 한 조가 인접한 사육장 3~4곳을 맡는다.


이날 아침부터 취재진과 사육사가 함께 향한 곳은 꽃사슴 사육장. 안전상의 이유로 초식동물에 대한 동행 취재가 허락됐다. 이곳을 담당하는 문준환 사육사는 우선 동물들의 건강과 사육장 시설 전부를 살펴봤다. 이상 신호가 없는 것을 확인한 뒤 곧바로 배설물 청소 등 사육장 정리 작업을 진행했다. 취재진도 빗자루를 들고 꽃사슴의 배설물을 치웠다. 검은콩처럼 작고 둥근 배설물은 빗질을 할수록 사방으로 흩어져 쉽게 모이지 않아 다소 곤혹스러웠다. 반면 문 사육사는 능숙한 손놀림으로 빠르게 작업을 마쳤다.


청소가 진행되는 동안 꽃사슴 21마리는 사육장 한켠에 모여 있었다. 문 사육사는 "평소에는 청소할 때도 곁에 잘 있는다. 오늘은 낯선 사람이 들어와 경계하는 것 같다"고 했다.


3일 오전 대구 중구 달성공원 사슴사에서 본보 조윤화 기자가 사슴 배변을 치우고 있다. 이윤호기자

3일 오전 대구 중구 달성공원 사슴사에서 본보 조윤화 기자가 사슴 배변을 치우고 있다. 이윤호기자

청소가 끝난 뒤엔 동물들의 식사 시간이다. 꽃사슴의 하루 먹이량은 건초 11.4㎏. 단단히 뭉친 건초를 사슴이 먹기 쉽도록 잘게 풀어 급식통에 넣어야 했다. 취재진은 건초가 잘 풀어지지 않아 애를 먹었다. 건초 위로 사슴들이 좋아하는 '펠렛 사료'를 뿌릴 땐 사슴들도 경계를 풀고 조금씩 다가와 취재진과 거리를 좁혔다.


그렇게 오전 시간이 금세 지나갔다. 감염 등의 이유로 방역복을 입고 작업한 탓에, 아직은 제법 쌀쌀한 날씨인데도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여름철 근무가 더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문 사육사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여름엔 스프링클러로 바닥 열기를 식히며 작업한다"며 "오후에도 다른 사육장을 돌며 청소를 이어가다 보면 하루가 금방 간다"고 했다.


달성공원에서 사육사로 일하며 느끼는 고충도 있을까. 그는 "관람객들이 '동물들이 좁은 곳에 갇혀 있다'는 말을 할 때면 무척 마음이 아프다"며 "2027년 대구대공원(수성구 삼덕동)으로 이전하면 지금보다 훨씬 나은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때까지는 주어진 환경 안에서 최선을 다해 동물들을 보살필 것"이라고 말했다.


3일 오후 대구 중구 달성공원 코끼리사에서 본보 조윤화 기자가 코순이 발톱을 세척하고 있다. 이윤호기자

3일 오후 대구 중구 달성공원 코끼리사에서 본보 조윤화 기자가 코순이 발톱을 세척하고 있다. 이윤호기자

3일 오후 대구 중구 달성공원 코끼리사에서 본보 조윤화 기자가 코순이 발톱을 세척하고 있다. 이윤호기자

3일 오후 대구 중구 달성공원 코끼리사에서 본보 조윤화 기자가 코순이 발톱을 세척하고 있다. 이윤호기자

동물 스트레스 최소화 위한 '메디컬 트레이닝'

오후엔 성오성 사육사와 코끼리 사육장으로 향했다. 달성공원엔 2023년 8월 수컷 아시아코끼리 '복동이(50)'가 노령으로 폐사한 뒤 '코순이(57)'가 홀로 지내고 있다. 이날은 코순이의 메디컬 트레이닝이 있는 날이었다. 메디컬 트레이닝은 진료나 위생관리를 받는 동물의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기 위해 진행하는 훈련이다. 마취나 강제적인 제압 없이 자연스럽게 협조를 유도하는 게 포인트다.


사육사와 사육장 안으로 들어서자 코순이는 낮게 울리는 소리를 냈다. 이에 대해 성 사육사는 "럼블(Rumble)이라고, 반가울 때 저렇게 소리를 낸다"고 설명했다.


메디컬 트레이닝이 본격화되자 성 사육사는 "스테이(stay)"라고 외쳤다. 이후 코순이는 오른쪽 앞발을 지지대에 올렸다. 코순이의 행동에 만족한 성 사육사는 사과 한 조각을 건넸고, 코순이는 이를 코로 받아 입에 넣었다.


그렇게 이어진 발톱 관리 작업에 취재진도 손을 거들었다. 성 사육사의 도움을 받으며 작은 솔을 들고 코순이의 발톱을 세척해봤다. 자칫 잘못 건드려 아프게 하지는 않을까 싶어 계속 코순이의 눈치를 살폈지만, 다행히 별다른 반응은 없었다. 세척이 끝나자 성 사육사는 '줄'이라는 도구를 사용해 코순이의 발톱을 잘랐다.


성 사육사는 "코끼리는 발이 굉장히 중요하다. 무거운 몸을 오롯이 발로 지탱하기 때문에 발에 문제가 생기면 큰일이 날 수 있다"며 "발톱이 바닥에 닿지 않게 해야 발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 야생 코끼리는 자연스럽게 발톱이 닳겠지만, 코순이는 활동량이 적은 편이라 주기적으로 발톱을 잘라준다"고 말했다.


취재진이 같이 체험해본 사육사의 하루는 새롭고 흥미로웠다. 자신들이 동물들을 직접 키우며, 이들의 일상을 책임지는 '부모'나 다름없었다. 이에 취재진은 동물원을 나서면서 성 사육사를 바라보며 속으로 이런 말을 건넸다. 동물들과의 교감과 돌봄을 통해 동물원을 묵묵히 지키는 당신이 도심 속 '생명의 놀이터'를 책임지는 '수호신'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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