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이 거의 망가진 하야부사 1호에서 산화하기 몇초 전 마지막 힘을 쏟아 찍어 보낸 흐릿한 지구 사진은 "자식 같은 탐사선이 죽기 전 부모 얼굴을 보고 간 것"처럼 묘사되어 전 국민을 눈물바다를 만들었다. <임재양 원장 제공>
개화기 일본은 철도의 중요성을 간파하고 영국의 도움을 받아 건설에 힘을 쏟았다. 그 결과 오늘날 일본은 자타가 공인하는 '철도 왕국'이 되었다. 20세기 들어 자동차와 비행기가 발달하며 기차가 사양산업으로 치부되던 시절, 일본은 1964년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당시 세계 최고 속도인 시속 210㎞의 신칸센을 선보였다. 그 이후 세계 고속철 시대를 이끌었다.
신칸센은 노선과 속도에 따라 이름이 다양하고 외국인에게 어렵다. 도쿄에서 오사카를 거쳐 후쿠오카까지 가는 노선은 속도에 따라 '노조미', '히카리', '코다마'로 나누고, 도쿄에서 아오모리를 잇는 가장 빠른 열차에는 '하야부사'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런 명칭들은 단순히 KTX나 SRT 같은 약자가 아니라, 국민 공모를 통해 분위기를 띄우고 일본의 역사와 자연을 담아 결정되었다. 가장 빠른 '하야부사'는 '매'를 뜻하며, 빠르고 용맹함의 상징으로서 전투기나 오토바이의 이름으로도 사용된다.
나에게 '하야부사'는 또 다른 면에서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바로 일본이 자랑하는 소행성 탐사선의 이름이기 때문이다. 소행성은 46억 년 전 태양계가 형성될 때 행성이 되지 못한 '우주의 부스러기'이다. 현재까지 약 130만 개가 알려져 있는데, 먼지 크기부터 한반도만 한 것까지 다양하지만 대부분 지름 1㎞ 내외다. 영화 <스타워즈>에서는 소행성들이 빽빽하게 밀집해 우주선이 요리조리 피하는 모습으로 묘사되지만, 실제 소행성 간의 거리는 지구와 달 사이 간격의 3배 정도로 멀리 떨어져 있다.
우주 개발 초기, 미국과 러시아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달과 행성(화성, 금성) 탐사에 집중할 때 일본은 전략적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했다. 적은 예산으로 소행성 샘플을 채취해 돌아오는 것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적은 연료로 먼 거리를 이동하는 이온 엔진을 개발하고 정밀 로봇 공학 기술을 축적한 결과, 이 분야에서 일본은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하게 되었다. 정부 주도의 탐사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일본 아마추어 천문가들이 발견한 소행성 수는 압도적이다. "하늘에 일본 이름의 소행성만 떠 있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다.
일본의 소행성 탐사선 하야부사는 인류 최초로 소행성 시료를 얻어 귀환한 기념비적인 우주선이다. 2003년 발사된 하야부사 1호는 엔진 고장, 연료 누출, 통신 두절 등 절망적인 상황을 딛고 7년 만에 귀환했다. 본체는 대기권에서 소멸하며 호주 사막으로 캡슐을 보냈다. 2010년, 만신창이가 된 하야부사 1호가 마지막으로 찍은 지구 사진을 전송하고 불타 사라지는 모습은 일본인들에게 마치 "심부름을 마치고 돌아온 아이"처럼 비춰졌고, 열도는 감동의 눈물바다가 되었다.
도쿄에서 하코다테까지 가는 가장 빠른 신칸센인 하야부사의 날렵한 모습. 우리나라 고속철보다 오래 되었지만 디자인도 현대적이고 항상 깨끗하다. <임재양 원장 제공>
이어 2014년 발사된 하야부사 2호는 2020년 12월, 목표치의 50배가 넘는 5.4g의 시료를 지구로 보내온 뒤 또 다른 임무를 위해 우주로 떠났다. 당시 코로나19로 우울했던 일본 열도는 이 소식을 국가적 축제로 받아들였다. 캡슐이 유성처럼 빛을 내며 진입하는 순간 주요 방송사는 생중계를 편성했고, 도쿄 시내 시부야, 신주쿠 같은 번화가의 대형 전광판에는 캡슐 착륙 소식이 속보로 떴고, 시민들이 멈춰 서서 박수를 치고 반기는 모습을 보였다.
언론은 "수억㎞ 밖에서 바늘구멍을 통과해 돌아온 기적"이라 보도했고, 하야부사 캐릭터 상품이 불티나게 팔렸다. 빠르게 움직이는 소행성에 접촉해 시료를 얻는 것은 날아가는 총알을 수백km 떨어진 거리에서 총알로 맞히는 것만큼 정밀한 기술을 요하는 기술이다.
우리나라도 소행성 연구를 상당 부분 진행하고 있지만, 대중적인 인지도는 낮다. 단순히 기술적 성취를 넘어 사건에 의미를 부여하고, 전 국민이 자부심을 느끼게 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탁월한 능력은 우리가 일본으로부터 배워야 할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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