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정순 전 경북대학교 초빙교수|
모든 것은 짧아지고 동시에 강렬해지고 있다. 음악 데이터 분석 플랫폼 '차트메트릭'에 따르면 곡의 길이는 매년 짧아지는 추세다. 2024년 스포티파이 차트에 오른 곡들은 2019년보다 30초, 2023년보다는 15초가량 짧아졌다. 2018년에서 2024년 사이 전체 노래의 평균 길이는 최소 17초 이상 감소했다. 특히 힙합 장르는 평균 29초나 줄어들었는데, 5년 연속 힙합이 가장 많이 소비되는 장르라는 점을 고려하면 '짧은 것에 대한 선호'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되었다. 이제 스트리밍 속 음악에서 긴 전주와 간주는 사치가 되었고, 시작과 동시에 '핵심(Hook)'이 쏟아져 나온다.
이것은 단순한 취향의 변화를 넘어선 경제적 선택이다. 정보 과잉 시대에 청년들은 시간 대비 성능, 즉 '시성비'를 최우선 가치로 둔다. 영상을 1.5배속이나 2배속으로 시청하는 것은 예삿일이며, 문학이나 학습마저 요약본으로 소비한다. 2분 미만의 마이크로송, 숏폼 영상의 범람은 한정된 시간 안에 더 많은 경험을 성취하려는 일종의 '압축소비' 전략이다. 긴 서사를 견디기보다 찰나의 '피크(Peak)'를 소비하며 가장 강렬한 하이라이트에 집중하는 것이다.
플랫폼의 변화는 이러한 경향을 더욱 가속화한다. 페이스북과 카카오스토리의 시대가 저물고 인스타그램과 틱톡의 시대가 도래했다. 이전 매체들이 '이야기'의 단위를 지향했다면, 지금의 플랫폼들은 훨씬 더 축약된 '장면'의 단위를 소비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의 보고에 따르면 20대부터 40대는 인스타그램을 압도적으로 선호하는데, 이는 보다 짧고 빠르며 강력한 소통에 최적화된 플랫폼을 원하는 시대상을 반영한다.
'숏폼(Shorts)' 콘텐츠의 확산은 단순히 정보 소비 방식을 넘어 예술의 구조까지 바꾸고 있다. 음악은 이제 처음부터 끝까지 감상하는 완결된 흐름이 아니라, 잘라 쓰기 좋은 '구간'으로 기능한다. 무명 가수가 숏폼을 통해 일약 스타덤에 오르는 과정도 전곡이 아닌 하이라이트의 무한 반복 재생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 과정에서 전개와 서사는 거세되고 즉각적인 인상을 남기는 '훅(Hook)'만 남는다. 시간을 따라 쌓이는 경험이 아니라, 단발적인 자극으로 압축되는 것이다.
유튜브에서 특정 정보를 찾거나 동영상 시청을 위해 검색창을 두드려도, 어느새 알고리즘은 우리를 숏폼의 끝없는 바다로 안내한다. 플랫폼의 설계 자체가 사용자의 의지를 앞질러 짧은 호흡을 강요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단순한 유행을 넘어, 기술 권력이 우리의 집중력과 시간 소비 방식을 '숏(Short)'의 규격에 맞춰 재편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숏의 선호는 언어생활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청년 세대에게 단축어와 축약어는 단순한 유행을 넘어 소통의 효율을 극대화하려는 '언어적 압축소비'다. 긴 문장이 주는 맥락과 정서적 여운을 즐기기보다, 핵심 정보만을 빠르게 전달하고 확인받고 싶어 하는 욕구다. 전주를 생략한 2분짜리 노래와 닮아있다. 호흡이 짧아질수록 깊이는 줄어든다. 스포티파이 등 주요 스트리밍 서비스는 재생 30초가 지나면 1회 스트리밍으로 산정한다. 곡이 짧을수록 스트리밍 횟수는 늘어나고 반복 재생과 공유에도 유리하다. 자본의 논리가 음악을 점점 더 작고 가볍게 만들고 있는 셈이다.
음악, 뉴스, 학습, 대화까지 숏화된 시대 속에서 호흡은 짧아지고 욕망의 추구는 강렬하다. 도파민 자극에 최적화된 세상은 즉각적인 쾌감을 선사하지만, 도파민의 과다분비는 충동과 공격성, 그리고 감정의 불균형을 초래한다. 짧은 것만을 추구하는 시대, 사회 갈등이 점점 더 극단으로 치닫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짧아진 호흡만큼 긴 서사를 들어줄 여유를 잃어버린 지금, 함께 조금 더 긴 호흡을 만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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