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찬의 구조동물 외과센터] 이 많은 강아지들은 어디에서 올까

  • 이승찬 구조동물 외과센터 홍금동물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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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4-28 10:49  |  발행일 2026-04-29
이승찬 구조동물 외과센터 홍금동물병원 원장

이승찬 구조동물 외과센터 홍금동물병원 원장

잠시 생각해보면, 우리는 반려동물을 기를 때 대부분 중성화 수술을 한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 곁에 있는 이 아이들은, 누가, 어디서, 어떻게 태어나게 된 것일까. 그 답은 멀지 않다. 많은 경우 번식장에서 태어난 새끼들은 몇 주가 지나 젖을 뗄 무렵 경매장을 거쳐 펫숍으로 보내진다. 그리고 우리가 길거리에서 흔히 보게 되는 작은 분양장 속 모습이 만들어진다.


하지만 우리 병원에서 마주하는 아이들의 출발점은 조금 다르다.


동물구조단체를 통해, 불법 번식장 혹은 '합법'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열악한 환경의 번식장에서 구조된 아이들이 병원을 찾는다.


병원을 개원했을 무렵, 부산의 한 번식장에서 대규모 구조가 이루어졌다. 구조된 아이들 상당수가 엉덩이, 무릎 질환을 가지고 있었고, 배 쪽에 유선종양을 여러 개 달고 있는 개체들도 적지 않았다. 일반 반려견이라면 치료를 받았을 질환들이지만, 번식장에서 새끼를 낳는 도구로만 사용되던 이들에게 치료는 애초에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다행히 이 아이들은 구조가 되어 약 80여 마리의 개체들은 몇 달에 걸쳐 치료가 이어졌고, 많은 아이들이 입양처나 임시보호처를 찾아, 비로소 가정에서 살아가게 되었다.


지난해 7월, 강화도의 한 번식장에서 약 300마리가 구조되었고, 그중 100여 마리가 병원을 찾았다. 처음 마주한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열악한 위생 상태, 이미 탈구된 무릎과 고관절. 그럼에도 사람을 반기며 꼬리를 흔드는 모습은 더 큰 무게로 다가왔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아이들 중에서 개 브루셀라가 확인되었다. 사람에게도 전파될 수 있는 법정 전염병으로, 격리가 필요한 질병이다. 약 100마리를 검사한 결과, 절반에 가까운 개체에서 항체 양성이 확인되었다. 즉시 방역당국에 상황을 알리고 병원 소독을 강화했다. 구조단체 역시 격리 공간을 마련해 아이들을 분리했다. 번식장에서 벗어난 아이들은, 전염병이라는 이유로 다시 제한된 공간에 머물게 되었다. 개 브루셀라는 증상과 전염력을 낮출 수는 있지만 완치가 매우 어려운 질환이다. 음성 개체들은 반복 검사 후 격리가 해제되지만, 양성 개체들은 상황이 다르다. 일부 아이들은 9개월이 넘은 지금까지도 여전히 격리 상태에 놓여 있다.


번식장의 문제는 단순히 '동물이 어디에서 오는가'의 문제가 아니다. 그 시작부터 이어지는 이야기이며, 우리가 보지 못했던 출발점이 결국 이 아이들의 삶을 만든다. 지금도 많은 아이들이 치료를 받으며 조용히 가족을 기다리고 있다. 어쩌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거창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잠시 한 번 더 생각해보고, 조금 다른 선택을 해보는 것. 그 선택이 한 아이에게는 전부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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