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암묵지(暗默知)

  • 박규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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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4-29 09:02  |  발행일 2026-04-29

국어사전엔 암묵지를 '학습과 경험을 통해 개인에게 체화(體化)돼 있지만 말이나 글로써 표현할 수 없는 지식'이라고 적시하고 있다. 즉 달인의 내공이나 제조 명장의 경험칙과 노하우가 암묵지에 해당한다. 육화(肉化)하거나 계량화하기 어려운 비정형 데이터라 할 수도 있겠다. 어쨌거나 암묵지는 단순한 지식이 아니다. 고수 또는 숙련공의 축적된 경험, 요령, 재기(才器), 비법, 직관이 뭉뚱그려진 견식(見識)의 총합이다. 영어 'tacit knowledge'로는 암묵지에 내재된 의미를 고스란히 담아내기 어렵다.


도무지 쓸 일 없었던 암묵지란 단어를 끌어낸 건 AI(인공지능)다. 산업통상부의 '제조 암묵지 기반 AI모델 개발 사업'이 논란에 휩싸이면서다. 이 사업은 자동차·조선·철강 등 10개 분야에서 제조 명장의 암묵지를 AI 학습이 가능한 형태로 가공하고, AI로 활용하는 걸 목표로 한다. 노동계는 반발했다. "사람 없는 공장, 일자리 뺏는 AI를 정부가 주도한다"는 주장이다. 한국노총은 "제조 명장의 경험과 판단 등을 데이터로 전환해 AI로 이를 대체하려는 사업"이라고 우려한다. 암묵지 가공 논쟁은 현장 노동자 감축 시비를 낳은 현대차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의 확장판 같다.


산업부는 "노동자를 대체하기보다 숙련기술을 보존하고 다음 세대가 더 빠르게 습득하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고 진화했다. 하지만 피지컬 AI를 둘러싼 노사정 갈등은 증폭될 개연성이 크다. 이제 AI 지력(知力)과 AI 노동력은 거부할 수 없는 대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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