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오전 대구 북구 한 빌라에서 통합돌봄 시범운영 서비스를 받고 있는 몸이 불편한 신차순(83세) 할머니가 의사의 방문진료를 받고 있다. 영남일보DB
자신이 살던 곳에서 보건·의료·돌봄 서비스를 제공 받는 '지역사회 통합돌봄(2026년 3월27일)' 제도가 시행 한 달째를 맞았다. 찾아가는 복지 서비스로 대구지역 돌봄 현장에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고 있지만, 시행 초기인 만큼 '제도적 틈새'는 존재한다. 안정적인 제도 이행을 위한 돌봄 인력 보강과 유기적인 민간 자원 연계 체계 마련이 그것이다. 영남일보가 통합돌봄 시행 이후 현장에서 나타난 애로사항과 성공적 제도 안착을 위한 전제 조건은 무엇인지 알아봤다.
◆65세 이상 고령 인구 많은 구·군 신청 집중
대구 구군별 통합돌봄 신청 및 서비스 연계 현황 (4월 22일 기준). 대구 각 구군청
지난달 27일부터 통합돌봄지원법이 본격 시행(보건복지부)되면서 전국 229개 시군구에서도 '지역사회 통합돌봄' 사업을 본격화했다. 통합돌봄은 그간 병원(의료), 건강보험공단(요양), 지방자치단체(돌봄)로 분절돼 있던 서비스를 통합 제공하는 서비스다. 대상은 노쇠·장애·질병 등으로 일상생활 유지가 어려운 65세 이상 노인과 장애인 등이다.
27일 대구지역 각 구·청에 확인 결과,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22일까지 기초지자체에 접수된 통합돌봄 신청자는 모두 554명이다. 구·군별로는 동구 112명, 달서구 86명, 수성구 64명 등의 순으로 신청자가 많았다. 전반적으로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많은 지역일수록 신청자 쏠림 현상이 심화됐다. 지난해 말 기준 대구지역 65세 이상 인구수는 달서구(11만7천115명), 동구(8만4천643명), 수성구(8만3천270명)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각 기초지자체와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관계기관이 참여한 통합지원회의를 거쳐 통합돌봄 서비스 연계가 확정된 대상자는 모두 422명이다. 동구가 95명으로 가장 많았고, 남구와 북구가 각각 64명으로 뒤를 이었다. 특히, 중·남·북구의 경우 통합돌봄이 본격 시행되기 전 시범사업 단계에서 발굴된 이들까지 포함돼 실제 신청자보다 확정 대상자가 더 많았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발표한 전국 통합돌봄 신청자 집계 현황을 보면, 지난달 27일부터 지난 10일까지 2주간 전국 통합돌봄 신청자 수는 모두 8천905명이다. 이를 시·도별 65세 이상 인구 1만 명당 신청자 수로 환산하면 전남 18.2명, 부산 17.0명, 대전 16.6명 등의 순으로 높았다. 대구는 6.2명으로 전국 평균(8.1명)을 밑돌며 17개 시·도 중 뒤에서 5번째였다.
대구시 배명섭 복지정책팀장은 "대구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범 사업에 들어가 타 시·도보다 출발이 늦은 측면이 있다. 현재 신청 문의가 꾸준히 들어오고 있는 상황에서 다음달 쯤엔 1천명 안팎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통합돌봄 대상자가 늘어나는 만큼, 업무적 인력난과 재정난이 발생하지 않도록 행정력을 집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행정복지센터 전담인력 보강·비용 안내 등 과제
통합돌봄 지원절차. 보건복지부 자료 바탕으로 생성형 AI
통합돌봄 시행 초기, 현장 직원들이 직접 밝힌 제도적 걸림돌은 크게 2가지로 분류된다. 통합돌봄 업무를 전담하는 직원들의 업무적·심리적 부담 증가와 유·무료 서비스 제공에 따른 이용자 혼선이다.
첫 번째는 현장 직원들이 기존 업무에 통합돌봄 일까지 더해졌을 뿐더러, 의학 등에 관한 기본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1차 판단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대구지역 각 읍·면·동 행정복지센터의 경우 통합돌봄 전담 인력 1명이 업무를 전담하는 구조다. 신청서가 접수되면 담당 직원이 신청자 가정을 방문한다. 이후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구·군 통합돌봄팀과 함께 개인별 지원계획을 수립한다. 마지막으로 보건소·건강보험공단·서비스 제공기관 등이 참여한 통합지원회의를 통해 대상자에게 제공할 서비스를 결정한다.
익명을 요구한 중구 남산동 한 행정복지센터 통합돌봄 담당 직원은 "기존 업무에 통합돌봄까지 더해지면서 업무 부담이 상당하다. 가정 방문 시 자녀와의 교류 여부, 거동 상태뿐 아니라 복용 약, 건강 상태까지 확인해야 하는데, 전문가가 아닌 상황에서 1차 판단을 내려야 한다는 점이 심리적으로 큰 부담"이라고 했다. 또 "가정 방문에 30분에서 1시간 정도가 소요돼 하루 2가정 이상 방문하기 쉽지 않다. 27일부터는 고유가 피해지원금 신청 업무까지 겹치면서 전 직원이 해당 업무에 투입될 예정이라 벌써 걱정된다. 전담 인력이 1명만 더 있어도 부담이 크게 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 측은 인력이 추가 투입될 예정인 올해 하반기쯤 지자체 내 업무적 부담이 줄 것으로 내다봤다. 대구시 배명섭 복지정책팀장은 "지난 2월 약 150명 규모의 채용 공고를 올렸다. 이들이 현장에 배치되는 9~10월부턴 업무 부담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본다"며 "인력 보강 전까진 기존 복지 공무원들의 노고가 불가피한 상황이라 현장 지원 방안을 지속적으로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대구 중구청이 시행 중인 통합돌봄 사업 서비스별 본인부담금 현황. 중구청 제공
두 번째는 통합돌봄 서비스 이용을 위한 비용 부담이 현장 내 혼선을 부추기고 있다는 점이다. 무료 서비스로 오인해 통합돌봄을 신청했다가 일부 본인부담금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고 포기 의사를 밝힌 사례도 적지 않다는 게 현장 직원들의 전언이다.
통합돌봄 서비스는 이용 유형에 따라 일정 부분 비용이 발생한다.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은 무료지만, 기초연금 및 장애인연금 수급자는 일부(금액의 20%)를 부담해야 한다. 기초연금 비수급자는 전액을 부담한다. 예컨대 중구 내 식사지원 서비스(주 1회 밑반찬·식재료·도시락 배달)의 경우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은 무료, 기초연금 및 장애인연금 수급자는 1회 6천원, 기초연금 비수급자는 1회 3만원을 부담한다.
지역 재택의료센터로 지정된 동구 소재 한 의료기관 간호사 A씨는 "기초연금 비수급자의 경우 의료진이 1회 방문하면 5만원가량의 비용이 발생한다. 비용이 든다는 사실을 알고 병원을 직접 방문하겠다며 서비스를 포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신청 단계에서부터 서비스별 비용 기준과 지원 범위에 대한 안내가 보다 명확하게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예산 한계 극복 위해 민간자원 폭넓게 활용을"
강상훈 DHC통합돌봄지원센터장(대구보건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이 내세운 핵심 과제는 공공과 민간의 유연한 협업 체계 구축이다. 강 센터장은 "앞으로는 보건소, 복지관, 지역 대학 등 지역 내 다양한 주체들이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짚었다.
그는 구체적인 실행 방안으로 '지역사회 자원 연계형 모델'을 제시했다. 강 센터장은 "보건소나 복지관이 사각지대에 놓인 대상자를 발굴해 연계하면, 지역 대학의 사회복지·간호학 등 관련 전공생들이 실습과 봉사를 겸해 어르신 가정을 방문하는 방식"이라며 "전공생들이 안부를 확인하고 치매 예방 인지 활동이나 기본적인 건강 체크(혈당·혈압)를 지원한다면, 공공 인력의 공백을 메우는 동시에 지역 전체가 돌봄에 참여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역사회 통합돌봄 법률 마련을 위한 연구용역 등을 수행하며 제도 설계에 깊이 관여해 온 신권철 서울시립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는 통합돌봄 안착의 전제 조건으로 '지속 가능한 재정 확보'를 꼽았다.
신 교수는 "통합돌봄은 막대한 예산과 전문 인력이 투입되는 구조인 만큼, 국가 일반 재정만으로는 명백한 한계가 있다. 일회성 사업이 아닌 영구적인 제도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기금 조성 등 안정적인 재원 마련 방안이 필수적"이라고 진단했다.
재정적 보완책과 더불어 지역 공동체 내에서의 '돌봄 순환'에 대한 새로운 접근도 제안했다. 신 교수는 "모든 돌봄을 화폐나 예산으로만 해결하려 하기보다, 비시장 노동 영역에 맞는 대안적 보상 체계를 고민해야 한다"며 "예컨대 '돌봄포인트' 제도를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돌봄 활동에 참여하면 일정 포인트를 적립하고, 향후 본인이나 가족이 돌봄이 필요할 때 이를 사용하는 방식이다. 화폐가 아닌 돌봄의 교환과 축적을 통해 지역사회 안에서 돌봄을 순환시키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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