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교 대경미래혁신포럼 대표·대구대 전 총장직무대행
5월은 연중 가장 비효율적인 소비가 정당화되는 시기다. 거리마다 카네이션이 보이는 가정의 달, 사람들의 고민은 비슷하다. 무엇을 사야 할까. 어린이날부터 어버이날, 스승의 날까지 이어지는 풍경은 따뜻하지만, 경제학의 언어로 들여다보면 다른 의미를 띤다. 선물은 정성의 상징이면서 동시에 의도된 비효율의 제도다. 마음을 담은 선택이 자원 배분의 관점에서는 손실로 남는다는 역설이 가정의 달의 이면이다.
이 문제를 날카롭게 파고든 이가 조엘 월드포겔이다. 그가 제시한 '선물의 사중손실(Deadweight Loss)'은 선물이 왜 비효율적인지 명쾌하게 보여준다. 가장 효율적인 소비는 개인이 자신의 효용을 극대화하는 선택을 직접 할 때 발생한다. 그러나 선물은 타인의 취향을 추정해 대신 선택하는 구조다. 10만 원짜리 넥타이가 받는 이에게 6만 원의 만족만 준다면 나머지 4만 원은 누구의 만족으로도 이어지지 못한 채 사라진다. 이 논리대로라면 결론적으로 가장 합리적인 선물은 현금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 결론에 쉽게 동의하지 않는다. 현금은 효율적이지만 관계를 설명하지 못한다. 돈을 건네는 순간 선물은 교환으로 바뀌고, 정성은 계산으로 환원된다. 그래서 우리는 비효율을 알면서도 선물을 택한다. 최근에는 위시리스트와 모바일 기프티콘처럼 선택권을 받는 이에게 넘기면서도 '선물'의 형식을 유지하는 방식이 확산되고 있다. 효율과 감정 사이에서 우리는 절충을 만들어낸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여전히 시간을 들여 선물을 고르는가. 답은 신호 이론에 있다. 선물은 재화의 이전이 아니라 관계의 강도를 드러내는 행위다. 상대의 취향을 짐작하고 시간을 들이며 실패 가능성까지 감수하는 과정 자체가 "당신은 이만한 비용을 들일 가치가 있는 사람이다"라는 메시지가 된다. 우리는 가격보다 고민의 시간을 더 오래 기억한다. 이때 선물의 가치는 금액이 아니라 시간과 관심에서 형성되며, 우리는 물건이 아니라 관계에 비용을 지불하는 셈이다.
결국 선물의 비효율은 단순한 낭비가 아니다. 그것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감수하는 의도된 손실이다. 실패할 수도 있고, 어긋날 수도 있으며, 기대에 못 미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끝내 고르고, 포장하고, 건넨다. 효율이 지배하는 시대일수록 인간은 스스로 비효율을 선택한다. 가장 정확한 계산은 현금이지만, 가장 강력한 메시지는 손해를 감수하려는 의지에서 나온다. 그래서 우리는 가장 비효율적인 방식인 선물로 관계를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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