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곤 울진읍 이장협의회장 인터뷰 모습. <원형래기자>
초여름 햇살이 부드럽게 내려앉은 오후, 경북 성류굴 인근 한 조용한 커피숍에서 황병곤 울진읍 이장협의회장을 만났다.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카페 창밖으로는 울진의 푸른 산세가 펼쳐졌고, 황 회장은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조심스럽게 지역 이야기를 꺼냈다.
최근 2년 임기의 울진읍 이장협의회장으로 선출된 그는 "아직은 배우는 과정"이라며 웃었지만, 인터뷰가 이어질수록 주민생활과 지역 현안에 대한 고민은 누구보다 깊었다.
황 회장은 "거창한 계획보다 주민들이 실제 체감할 수 있는 변화가 중요하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울진읍은 울진군 중심 생활권이다. 27개 리에 1만3천800여 명이 생활하고 있으며, 행정과 상업, 교육 기능이 집중된 지역인 만큼 주민생활과 관련된 다양한 현안도 함께 몰려 있다.
황 회장은 이장협의회의 가장 중요한 역할로 '소통'을 꼽았다. 그는 "이장협의회는 주민들과 행정을 연결하는 가장 가까운 현장 조직이라고 생각한다"며 "각 마을 이장님들과 계속 소통하면서 주민들의 불편사항과 요구사항을 행정에 잘 전달하는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회장이 된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배우는 과정이지만 주민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협의회를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인터뷰 도중 황 회장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지역의 가장 큰 고민으로 △복지와 교통 △청년 일자리 △인구감소 문제를 꼽았다.
지난 4월 황병곤 울진읍 이장협의회장이 취임 후 27개 이장들과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원형래기자>
특히 복지 문제에 대해서는 젊은 층이 체감하는 복지 부족 문제를 가장 먼저 언급했다.
그는 "노인 복지는 예전에 비해 상당히 좋아졌다고 본다. 하지만 젊은 층이 느끼는 복지 시스템은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며 "젊은 세대가 지역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생활 기반과 복지, 일자리 환경이 함께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앞으로 젊은층의 목소리를 많이 듣고 행정기관에도 적극 전달하려고 한다"며 "협의회 혼자만의 힘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단체들과 협력해 개선 방향을 찾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통 문제 역시 주민들이 꾸준히 제기하는 대표적 생활 민원 중 하나다.
황 회장은 "서울이나 부산 같은 대도시를 당일 일정으로 다녀오려면 현재 교통편으로는 상당히 빠듯하다"며 "기차나 버스 편수가 조금만 더 늘어나도 주민들이 훨씬 여유 있게 이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 동해선 철도 개통 이후 기대감은 커졌지만 실제 주민 체감도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당장 거대한 교통망이 새로 생기기는 어렵겠지만 주민들이 실제 생활에서 느낄 수 있는 배차 간격 개선이나 연계 교통 확대는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구감소 문제에 대한 고민도 깊었다.
황 회장은 "결국 인구감소의 가장 큰 원인은 일자리 문제"라고 단언했다.
그는 "복지와 생활 환경도 중요하지만 결국 안정적인 일자리가 있어야 젊은 층이 지역에 남을 수 있다"며 "생계 문제 때문에 외지로 나가는 현실이 가장 안타깝다"고 말했다.
원전 건설과 관련된 지역 경제 효과에 대해서도 현실적인 시각을 보였다.
"원전 공사로 인해 지역 경기가 살아나는 부분은 분명 있다. 하지만 대부분 공사기간 중심의 일시적인 효과가 크고 외부 인력 유입도 많다. 지역 청년들에게 장기적인 안정 일자리로 이어지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사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젊은 사람들이 지역에 정착할 수 있는 구조를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황 회장이 인터뷰 내내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소통'이었다.
그는 주민들이 가장 많이 요구하는 부분 역시 결국 주민과 행정 간의 소통 문제라고 설명했다. "주민들과 공무원들 사이에 소통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며 "특히 공무원 인사 이동이 잦다 보니 업무 연속성이 떨어지는 부분에 대한 아쉬움도 있다"고 말했다.
또 "주민 입장에서는 같은 설명을 반복해야 하는 경우도 많고 요구사항 전달에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행정의 신속성과 연속성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황 회장은 주민들의 마음을 "등이 간지러운데 바로 긁지 못하는 답답함"에 비유하기도 했다.
그는 "주민들이 원하는 건 거창한 게 아니다. 생활 속 작은 불편이라도 빨리 해결되는 걸 바란다"며 "그런 부분을 잘 챙기는 것이 결국 주민들이 체감하는 행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향후 협의회 운영 방향에 대해서는 "거창한 계획보다 현장을 보며 하나씩 개선하는 방식으로 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처음부터 큰 계획을 준비하고 나온 것은 아니지만 회장을 맡은 만큼 예전보다 조금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하고 싶다"며 "현장을 직접 보면서 개선할 부분은 개선하고 주민 의견은 행정에 충실히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주민들과 이장님들이 믿고 이야기할 수 있는 협의회를 만드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고 덧붙였다.
커피숍 창밖으로 늦은 오후 햇살이 비치기 시작할 무렵, 황 회장은 마지막까지 "주민들이 체감하는 변화"를 이야기했다.
거창한 개발 논리보다 생활 속 작은 불편을 먼저 해결하겠다는 그의 말 속에서는 현장을 오래 지켜본 이장의 현실적인 고민이 묻어났다.
울진읍은 울진군의 중심 생활권이지만 동시에 고령화와 인구감소, 청년 유출이라는 지방도시의 공통 과제를 안고 있다. 결국 지역의 미래는 얼마나 주민들의 목소리를 빠르게 듣고 현실에 반영하느냐에 달려 있다.
원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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