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대학을 대표하는 핵심적인 정신은 자유학풍이다. 기존의 권위나 상식,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고 학문을 자유롭게 탐구하면서 비판한다. <임재양 원장 제공>
1868년 메이지 유신으로 수도가 도쿄로 옮겨가면서 천년 고도 교토는 충격에 빠졌다. 도시의 존립마저 위태롭던 혼돈 속에서 제3대 교토 지사는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1885년, 일본 최대 호수인 비와호의 물을 끌어오는 대규모 수로 공사를 시작한 것이다. 이는 단순히 물길을 낸 것이 아니라, 죽어가던 교토를 최첨단 도시로 부활시킨 시작이었다.
수로의 물길로 케아게 수력 발전소를 세웠고, 여기서 만들어진 전기는 1895년 일본 최초의 노면 전차를 달리게 했다. 이 에너지를 바탕으로 시마즈 제작소 같은 공장들이 들어서며 정밀 기계 산업의 기틀이 마련됐다. 전기를 통한 산업화로 여유가 생기면서 아이들을 가르쳐야 도시가 산다는 운동이 생기고 시민들이 스스로 돈을 모아서 일본 최초의 근대식 공립 초등학교인 '방구미(최소 행정 단위) 소학교'를 곳곳에 세웠다.
1901년 설립된 교토대학은 이러한 발전에 이론적 토대를 제공했다. 도쿄대가 관료를 양성하는 '주류의 정점'이라면, 교토대는 남이 가지 않는 길을 파고드는 '괴짜들의 천국'이다. 일본인 노벨상 수상자 31명 중 교토대 출신이 11명으로 도쿄대(10명)를 앞서는 비결도 여기에 있다. 기성 권위를 인정하지 않고 의문을 제기하는 비판적 학풍은 교토를 진보적 색채가 짙은 도시로 만들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교토는 가장 전통적이기 때문에 가장 진보적일 수 있다. "우리는 이미 천 년 전부터 최고였다"는 자부심은 도쿄의 눈치를 보지 않는 강한 독립심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교토의 장인들 또한 과거를 복제하는 데 머물지 않고 끊임없이 기술을 혁신했다. 그 혁신의 시간이 쌓여 오늘날 교토의 첨단 산업을 이루었다.
교토의 자부심은 때로 완고할 정도로 당당하다. 1991년 호텔 오쿠라 재건축 당시, 600여 개의 사찰은 경관 보호 규정을 어긴 호텔 투숙객의 관람을 금지하며 강력히 반발했다. 이 타협 과정은 2007년 일본에서 가장 엄격한 경관법이 만들어지는 계기가 됐다. 최근 오버투어리즘으로 몸살을 앓는 와중에도 교토는 의연하다. 숙박비가 떨어지고 관광객이 줄어 가게들이 손해를 봐도 수입에는 매달리지 않는 특유의 콧대가 있다.
지난 달 교토 지사 선거. 전통적으로 교토는 야당 지지가 가장 높다. 하지만 항상 여러 당이 연합을 해서 중앙 정부에서 예산을 많이 가져 올수 있는 무소속 후보가 당선된다.<임 원장 제공>
일본은 축제, 마츠리의 나라다. 전국에서 10만개 이르는 축제가 1년내내 열린다. 그중 가장 유명한 마츠리는 오사카 텐진 마츠리, 도쿄 간다 마츠리, 교토 기온 마츠리이다. 기온 마츠리가 열리는 7월 한달은 온 시민이 참여하고 관광객이 넘쳐난다. 대부분 행사는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돈을 모으고 교토시 예산 지원은 최소한으로 받는다.
일본에서 야당이 강세인 지역이 있다. 홋카이도, 오키나와는 원주민이 합병되고 탄압받은 역사적 사실때문에, 동북 지역은 메이지 정부에 맞선 정치적인 문제로 차별을 받으면서 야당이 강한 곳이다. 그런데 아주 독특하게 교토는 자발적으로 야당이 아주 강한 곳이다. 메이지 유신 이후 수도가 옮겨가면서 중앙 정부에 억눌리지 않겠다는 자존심과 교토대학을 중심으로 자유롭고 비판적인 학풍이 시민들의 높은 자치 의식과 연결되어 야당 지지 특히 공산당 지지가 전국에서 가장 높다. 교토는 1950년부터 28년간 공산당 지지를 받은 지사가 장기 집권하면서 중앙과 분리된 자치 기틀을 가졌다. 이후 선거는 교토가 발전하려면 중앙의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공산당만 안되면 된다는 생각으로 나머지 정당들이 이념에 관계없이 연합하는 독특한 지역이다. 현실적인 중앙 지원을 챙기기 위해서는 보수를, 시의원은 자기들 진보적인 색깔을 가지는 선택이다. 올해 4월 5일 실시한 지사 선거 또한 공산당 중심의 야당에 맞서 중앙 관료를 지낸 무소속 후보를 다른 정당들이 연합해서 당선시켰다. 그럼에도 공산당 후보는 항상 30-40%를 차지할 정도로 전국에서 가장 진보적이다.
흔히 상업의 도시는 오사카라고 한다. 그러나 실리도 챙기고 명분도 거머쥐는 교토를 보면, 그들이야말로 진정 수준 높은 '장사꾼'이자 정치를 아는 시민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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