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치 이하’ 뒤에 숨은 영주 환경행정…대기오염은 장비 없어 외면

  • 권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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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5-20 17:23  |  발행일 2026-05-20
영주의 한 알루미늄 제공 공장에서 수증기인지 연기인지 알 수 없는 물질이 배출되고 있다. <권기웅기자>

영주의 한 알루미늄 제공 공장에서 수증기인지 연기인지 알 수 없는 물질이 배출되고 있다. <권기웅기자>

경북 영주시의 악취·수질오염 민원이 특정 축사와 하천, 비료시설 주변에서 해마다 반복되고 있지만, 행정 대응은 여전히 신고 뒤 현장을 확인하는 사후 점검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영주시 환경보호과가 공개한 2022년부터 2026년 4월까지의 환경오염 민원신고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 기간 접수된 환경민원은 모두 91건이었다. 이 가운데 악취 관련 민원은 57건, 수질 관련 민원은 37건으로 집계됐다. 악취와 수질오염을 함께 호소한 복합 민원도 3건 있었다. 단순 생활불편 신고라기보다, 같은 장소에서 같은 문제가 되풀이되는 구조적 민원에 가깝다.


가장 심각한 곳은 안정면 묵리와 풍기읍 백리 일대다. 자료에는 '묵동농장'이 11차례, '도솔농장'이 7차례, '칠백농장'이 5차례 등장한다. 민원 내용도 "악취가 포함된 수증기", "가축분뇨 유출 의심", "배수로를 따라 갈색 물이 흐른다", "수년간 악취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는 등 구체적이다.


하천도 예외가 아니다. 서천에서는 축산폐수 유출 의심, 악취, 부유물, 녹조류, 수질오염 의심 신고가 이어졌다. 원당천에서는 악취와 수질 악화, 시멘트 폐수 유출, 검은 침하물, 오염 신고가 반복됐다. 풍기 남원천과 문수면 대양리, 장수면 일대에서도 흙탕물, 거품, 폐수 무단방류 의심 신고가 잇따랐다. 시민 눈에는 '뿌연 물'과 '거품'이 보였지만, 행정 답변은 상당수 "현장 확인 결과 오염물질을 발견하지 못했다", "우천·농업용수·비점오염원 영향으로 보인다"는 수준에 그쳤다.


문제는 영주시의 대응 방식이다. 자료에 나타난 조치는 대부분 현장 확인, 지도·계도, 악취 모니터링, 보건환경연구원 검사 의뢰, 농장주 관리 요청 등이다. 일부 사안에서는 행정처분과 고발, 과태료 부과, 조치명령도 이뤄졌다. 그러나 반복 민원이 많은 지역에서는 "기준치 이하", "악취를 느끼지 못함", "위반사항 없음"이라는 답변이 누적됐다. 주민이 겪는 고통과 행정이 측정한 수치 사이의 간극이 그대로 방치된 셈이다.


영주 적서동 서천변에 알루미늄 제공 공장 쪽에서 하천이 흘러 유입되고 있다. <권기웅기자>

영주 적서동 서천변에 알루미늄 제공 공장 쪽에서 하천이 흘러 유입되고 있다. <권기웅기자>

더 큰 문제는 관할권을 이유로 한 소극 행정이다. 영주에 있는 노벨리스코리아(알루미늄 제조) 공장 관련 악취 민원은 대구지방환경청 관리 대상이라는 이유로 시가 적극 나서지 않는다는 불만이 제기된다. 법적 권한이 환경청에 있다 해도 피해를 호소하는 주민은 영주시민이다. 관할권이 없다는 말만으로 지역 주민의 불편을 외면하고 있어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악취 민원은 특히 야간과 새벽, 우천 뒤, 저기압 때 심하다는 호소가 많다. 하지만 점검은 공무원이 현장에 도착한 시점의 상태에 좌우된다. 냄새가 가장 심한 시간은 지나간 뒤이고, 하천의 탁수와 거품도 비가 그친 뒤 사라질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는 반복 민원의 원인을 잡기 어렵다. 같은 장소에서 같은 신고가 되풀이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수치도 가볍지 않다. 2024년 민원은 30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 가운데 악취가 22건이었다. 2026년은 4월까지 집계된 8건 중 7건이 악취였다. 5월부터 10월까지 접수된 민원은 52건으로 전체의 절반을 넘었다. 장마, 고온, 퇴비 살포, 축사 관리, 하천 유량 변화가 겹치는 시기에 민원이 집중된 것이다.


주민들은 '신고가 들어오면 나가는 행정'으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영주시 가흥동에 사는 이길효씨는 "민원이 반복되는 곳은 이미 정해져 있다"며 "이제는 신고 대응이 아니라 상시 관리 체계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 전문가들도 같은 지적을 한다. 김수동 안동환경연합 공동대표는 "반복적으로 언급되는 시설과 지역은 별도 관리대상으로 묶는가 하면 야간·새벽·우천 직후 기동점검을 정례화하고, 악취 포집과 수질 채수 시점, 장소, 결과를 주민에게 공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우열 환경보호과장은 "대기오염에 관해서는 장비가 없어 정확한 민원 해결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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