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달성토성마을의 산증인 이갑연씨. 문순덕 시민기자
대구 달성토성마을에 거주하는 이갑연(73·서구 비산동)씨는 결혼 후 현재 살고 있는 집에서 48년을 살고 있는 동네 터줏대감이다. 군위 소보에서 태어나 대구로 이사해 대명동에 거주하다가 비산동으로 시집을 왔다.
서구 비산 2·3동은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당시 지어진 낡은 주택들이 밀집해 있다. 비만 오면 물바다로 완전 고립된 생활을 해야 하고, 온 동네가 물난리를 겪어야만 했다. 맏며느리인 이씨는 이사를 하고 싶어도 시어른들을 모시고 있어서 엄두도 못냈고, 특히 정이 들어 떠나지 못했다고 속마음을 털어 놓았다. 이씨가 밤깎기를 시작하면서 동네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주택에 살아도 서로 왕래를 안하면 얼굴도 잘 모르는게 현실이었다. 150여 명의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살림에 보태는 부업을 할 수 있는 일거리가 주어졌고, 그로 인해 동네 사람들의 형편과 성격 등을 알 수 있었다.
2015년 새로 부임 해 온 동장이 '화분을 집앞에 내 놓자'며 주민들에게 권유하였지만, 화분을 분실한다고 처음에는 반대를 하였다고 했다. 당시 비산동은 낮에 혼자 골목을 다니기가 무서웠고, 무단으로 내놓은 쓰레기 더미로 몸살을 앓던 동네였다. 변화하는데 선뜻 나서는 사람이 없을 때 이씨는 팔을 걷어 붙였다. 바깥에 나가는 것을 싫어하는 남편도 봉사하는 일에는 협조를 잘해주었다.
1호 정원은 동장이 만들었고, 2호 정원을 만들 때 이씨가 주민들을 설득해서 네 사람이 먼저 내 집 앞에 화분을 내 놓았다. 그러자 주민들이 동참해서 40여 호가 골목 정원 만들기에 힘을 합했다. 골목이 예쁜 정원으로 변하자 사람들의 마음도 변하기 시작했다.
이씨는 낙후된 골목을 바꾸고 주민 공동체를 이끌어 온 일꾼이다. 자발적으로 쌈짓돈을 모아 집 앞 담벼락에 꽃을 심고 화단을 가꾸기 시작하면서 불법 쓰레기가 사라졌다. 무엇보다 마을 분위기가 밝아지면서 외지인들이 찾는 '달성토성마을 축제'의 기반이 되었다.
이씨는 또 '달성토성마을 방송국'의 대표를 맡아 마을 미디어를 이끌어 왔으며,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침체해가는 서구 지역에서 주민들의 연계망을 확장하고 사라져가는 공동체 정신을 회복하기 위해 남모르게 노력해 왔다. 추위가 시작되면 좁은 주택에 화분을 들일 수 없어서 잘 키워 온 꽃들을 봄에 볼 수 없는 현실을 해결하기 위해 2018년에 '달성토성마을 온실'을 만들어 주민들의 고충을 해결했다.
이갑연 문화관광해설사가 달성토성마을을 찾은 방문객에게 달성토성 성곽 조형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문순덕 시민기자
이씨는 골목 정원 등 지역자원과 연계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동네의 소소한 이야기나 주민들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역할을 하면서 누구보다 마을의 속사정을 잘 아는 여장부로 알려져 있다. 꽃으로 물들인 골목 정원이 소문이 나서 살기 좋은 동네로 매스컴을 타고, 해외까지 알려지면서 그의 바람은 마을에 게스트하우스를 조성하는 것이다. 외부인들이 마을을 찾을 때 편안한 잠자리를 마련하여 인심이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고 싶은 마음을 전했다. 이씨의 열정을 알고, 빈집을 기부체납 해 주어서 멀지 않아 꿈을 이룰 것 같다고 살짝 이야기를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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