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미 변호사
이번에는 우연히 '대동법: 조선 최고의 개혁'이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소위 벽돌 책인데 나의 평소 독서 습관에 비추어 수인한도를 넘어선 분량의 책이었다. 그러나 자기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울 때는 이런 책을 읽고 나면 성취감도 얻고 자기 존재가 가치있게 느껴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나는 나의 무가치함과 싸우는 중이므로 이 책을 적절한 시기에 만났다는 생각이 든다.
대동법 이전에 조선의 조세수입은 지역특산품을 공물로 바치는 '공납'에 의존하고 있었다. 공납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다. 지역특산품이라고 하여 누구나 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지역특산품을 겨우 구해서 바치면 지방의 수령이나 관리들은 품질을 트집 잡아서 퇴짜를 놓았는데 이럴 경우 백성들은 어쩔 수 없이 지역특산품을 대신 구해서 공납하는 '대납업자(방납업자)'에게 비싼 수수료를 주고 납세의무를 이행했다. 지방의 수령과 관리들은 이 대납업자들로부터 수수료나 뇌물을 받았기 때문에 이런 폐단이 고착되었고, 납세의무를 피하기 위해 야반도주하여 유랑민이 되는 백성이 생기는 등 백성들의 삶은 도탄에 빠졌다.
대동법은 세금을 지역특산품이 아니라 쌀, 베, 동전으로 거두되 토지 면적에 따라 거두는 방식이었다. 토지를 많이 소유한 사람이 세금을 많이 내는 것이었고 신분과 지역에 차별을 두지 않고 거두었다. 이 덕분에 토지를 소유하지 못하거나 적게 소유한 백성들은 세금의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러나 기득권층의 반발로 이 법이 전국적으로 실시되기까지는 100년이 걸렸다. 대동법 덕분에 조선은 전쟁과 인구 10% 가까이 소멸한 경신대기근에도 나라가 소멸하지 않고 유지될 수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가난은 나랏님도 구제하지 못한다'는 말은 잘못된 말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사회의 변화에 따라 세금 제도를 개혁한 대동법에서 우리 사회의 변화도 생각해보았다. 과거에는 사람이 고속도로 통행료를 징수했는데 지금은 하이패스로 슥 지나가고, 백화점이나 공항과 호텔에는 안내 데스크가 늘 있었는데 안내 로봇이 대신하는 곳이 늘고 식당에는 키오스크와 서빙 로봇이 등장하면서 사라져가는 일자리들이 생겨났다.
변호사인 나는 AI에게 질문하고 도움받으면서 일을 하고, 의료현장에는 로봇수술이 상용화된지 오래고 이제 인간이 들 수 없는 무게를 들고 휴식을 하지 않아도 되는 물류 로봇도 나왔다. 성심당에서는 튀김 소보로를 이제 로봇이 튀긴다 하고, 2028년 모 자동차 회사에서는 자동차조립공정 자동화를 위해 휴머노이드 로봇을 출근시킨다고 한다. 이렇게 로봇이 사람의 일자리를 대신하면 사람의 일자리가 줄어들 텐데. 그러면 사람이 내던 세금과 4대 보험은 로봇이 내나? 하는 생각까지 이어졌다. 국가도 재정이 있어야 나라 살림을 할 것이고 사회보험료 수입이 있어야 사회보장이나 복지정책도 실현할 것인데 세금을 낼 사람이 줄어들면 이것은 어떻게 할 것인가. 로봇이나 인공지능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이 있을 것이고 언젠가는 그런 세상도 올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나는 정말 대단하다 어떻게 이렇게 사회 변화를 심도있게 분석하고 로봇에 세금을 매기는 생각까지 해낼까, 독서로 인해 가지게 된 통찰력에 감탄했고 역시 독서의 이로움은 끝도 없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로봇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에 대해서 검색했더니 이미 많은 사람이 주장하여 오래전부터 많이 논의가 되던 것이었다. 내 이럴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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