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구소극장페스티벌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열리는극단 늘해랑의 '행복 드림 콘서트'. <대구소극장협회 제공>
지역 소극장계에 활기를 불어넣어온 '대구소극장페스티벌'이 오는 19일 다시 돌아온다. 올해는 '소극장 이따: 아트 워크(Arts Walk) 대구'라는 슬로건으로 예술가와 시민, 소극장과 골목을 하나로 잇는 산책형 예술축제로 꾸며진다. 이날부터 21일까지 사흘간 대구 남구 대명공연거리 일대를 걸으며 연극·전시·판소리·댄스 퍼포먼스 등 다양한 볼거리를 즐길 수 있다.
대구소극장페스티벌은 대구소극장협회에서 2009년부터 개최해온 공연예술 행사다. 지역 예술가와 시민 간 소통 창구이자 대명공연거리 활성화의 마중물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여느 행사와 마찬가지로 코로나19 시기 팬데믹 직격탄을 피해가지 못했다. 8년 동안 중단됐다가 2024년 가까스로 재개됐지만, 예산 확보의 어려움으로 지난해 또 열리지 못했다.
이나경 대구소극장협회장은 올해 대구소극장페스티벌을 개최한 것과 관련해 "어렵게 재개된 축제가 또 중단되면 언제 다시 열릴지 모른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준비했다"며 "많은 예술가들이 뜻을 모아준 덕분에 더욱 풍성한 축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
"극장의 명맥 유지조차 위태롭다"는 호소가 지역 소극장계에서 쏟아지던 가운데, 다행히 올해 대구문화예술진흥원 다장르예술지원사업에 선정되면서 2년 만에 다시 시민들을 만나게 됐다. 행사를 주최·주관한 이나경 대구소극장협회장(극단 기차 대표)은 "어렵게 재개된 축제가 또 중단되면 언제 다시 열릴지 모른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준비했다"며 "많은 예술가들이 뜻을 모아준 덕분에 더욱 풍성한 축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소극장페스티벌은 어떤 준비를 거쳐서, 어떤 모습으로 시민을 찾아갈까. 이나경 협회장을 만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었다.
'제2의 대학로'라 불리는 대구의 대명공연거리. 수십개의 소극장과 극단 사무실이 밀집된 공연예술 특화거리다. <영남일보 DB>
◆위기의 대명공연거리, '산책형 예술축제'로 돌파구 모색
지역 예술가들 사이에서 '공연계의 IMF'라는 자조섞인 말이 나올 만큼, 현재 대명공연거리와 대구 연극계는 역대급 위기에 봉착했다. 대명공연거리는 '제2의 대학로'라 불릴 만큼 수십개의 소극장과 극단 사무실이 밀집된 공연예술 특화거리다. 이성민 등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지역 출신 배우들이 활동한 공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팬데믹 이후 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 위축과 문화예술 예산 삭감이라는 이중고를 겪으며 한계 상황에 직면했다. 오랜 시간 자리를 지켜온 소극장 및 극단 관계자들은 "버틸 만큼 버텼다"는 탄식의 목소리를 높인다.
체험형 전시 '민화가 살아 있다'. 시민이 전시에 직접 참여해 작품의 일부가 되는 식으로 완성된다. <대구소극장협회 제공>
이런 위기 속에서 돌파구를 찾기 위해 올해 대구소극장페스티벌은 변화를 시도했다. 올해 축제의 가장 큰 특징은 '아트 워크 대구'라는 슬로건처럼, 예술가들과 시민들이 함께 대명공연거리 일대의 골목을 걸으며 예술을 체험한다는 점이다. 소극장에서 공연을 열고, 관객이 극장에 찾아가 작품을 관람하고 끝나던 기존 축제 방식과 차별화를 꾀했다.
이 협회장은 "어떻게 하면 시민들에게 대명공연거리와 이 근방의 소극장들을 자연스럽게 알리고,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지 고민했다"며 "거리와 극장이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이라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작은무대 가인에서 전통예술을 선보이는 소리꾼 박세미. <대구소극장협회 제공>
◆버스킹부터 미디어아트까지…5개 코스 골목 여행
남산역 광장에서 시작되는 축제는 총 5코스로 구성됐다. 첫 코스는 남산역 광장 특설무대에서 열리는 극단 늘해랑의 '행복 드림 콘서트'다. 탁 트인 공간에서 시민들과 함께 호흡하며 에너지를 전하는 라이브 콘서트가 펼쳐진다. 이후 대명공연거리로 이동하면 소극장 소금창고에서 장경희 작가와 극단 구리거울이 기다리고 있다. 체험형 전시 '민화가 살아 있다'가 열리는데, 시민이 전시에 직접 참여해 작품의 일부가 되는 식으로 완성된다.
이어 작은무대 가인에서는 소리꾼 박세미·최은해가 '우리 소리 이야기'를 선보인다. 관객들은 소극장 특유의 친밀한 공간에서 판소리와 전통예술의 매력을 가까이서 느낄 수 있다. 골목실험극장에서는 김민선·최영주·박범진 배우가 참여하는 '3인 3색의 독백' 무대가 마련된다. 배우의 목소리와 몸짓만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실험적인 공연으로, 연극 본연의 힘을 보여줄 예정이다.
골목실험극장에서는 김민선·최영주·박범진 배우가 참여하는 '3인 3색의 독백' 무대가 마련된다. 사진은 김민선 배우의 무대. <대구소극장협회 제공>
축제의 마지막은 예술극장 액터스토리에서 장식한다. 기술과 인간의 관계를 주제로 한 미디어아트 체험형 퍼포먼스 '당신의 이름은?'과 미래 예술가들이 선보이는 댄스 공연이 관객들을 맞이한다. 첨단 기술과 예술이 결합된 무대를 통해 인간 존재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청소년 예술가들의 열정적인 에너지로 축제의 대미를 장식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축제 기간 동안 극단 예전의 '향교품바'(예전아트홀), 다섯시간반의 '개나리 집'(한울림소극장) 등의 연극을 만날 수 있다.
기술과 인간의 관계를 주제로 한 미디어아트 체험형 퍼포먼스 '당신의 이름은?'. <대구소극장협회 제공>
◆소극장 다양한 활용 기대…축제 지속되려면 지자체 관심 필요
이 협회장은 이번 축제가 새로운 관객층을 소극장으로 이끌면서도, 소극장이 다양하게 이용되는 계기로 이어지는 것도 기대하고 있다. 그는 "소극장은 연극만 하는 공간이라는 인식이 강한데, 판소리나 전시, 댄스 공연 등 다양한 장르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더 많은 예술가들이 대명공연거리의 공간을 활용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두는 의미도 있다"고 전했다.
예술극장 액터스토리에서 댄스 공연을 선보이는 청소년 예술가들. <대구소극장협회 제공>
그렇다면 왜 소극장일까. 화려한 무대 장치와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는 대극장도 있고, 영화·드라마는 물론 각종 공연 영상까지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로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시대다. 이 협회장은 말한다. "가장 아날로그적인 공간이에요. 바로 눈 앞에서 배우의 표정과 땀방울, 숨소리까지 보고 들을 수 있죠. 배우와 관객이 작은 공간에서 호흡하며 삶의 희로애락을 나누는 경험은 소극장에서만 할 수 경험이고, 그 어떤 예술보다 생생한 예술입니다."
올해는 다행히 대구문예진흥원 사업에 선정돼 숨통이 트였지만, 사업 공모 결과에 따라 축제의 지속 여부가 좌우되는 불안정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지자체가 나서 소극장 활성화 사업을 이어가고 있는 타 지역과는 대조적이다. 부산에서는 올해 '부산소극장오페라축제'에 부산시 예산이 1억원 투입되고, '대전국제소극장연극축제'는 대전시 예산을 통해 '국제' 행사로 진행되고 있다.
이 협회장은 "대명공연거리는 많은 지역에서 부러워하고 영감을 받아가는 공연예술 거리이지만, 이를 지속할 수 있는 장기적인 지원이 부족하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이어 "타 지역은 몇 년 단위로 소극장과 극단을 꾸준히 지원하면서 좋은 콘텐츠를 축적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며 "대구의 젊은 예술가들도 충분한 역량을 갖추고 있으니 창작 생태계가 지속될 수 있는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현희
문화팀 조현희 기자입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