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미애 경북도청팀 책임기자
지방의회를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단체장과 의회가 단일 정당으로 채워질 때 견제와 감시의 기능이 얼마나 빠르게 약화되는지를 확인하게 된다. 그러나 12년 전인 2014년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직후, 대구 지역 일부 기초지자체 의회는 단체장이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소속임에도 당시 야당과 무소속 의원들이 유의미한 의석을 확보하며 상호 견제 구도를 형성했다. 당시 대구의 한 기초지자체를 출입하며 지켜본 의회의 집행부를 상대로 한 질의와 예산 심사 과정을 살펴보면 초선 의원들 특성상 다소 서툰 부분이 있긴 했지만, 일방적인 독주를 허용하지 않는 적당한 긴장감이 감돌았던 기억이 있다.
당시 2014년 지방선거 결과 대구 8개 구·군의회는 상당 폭의 인적 교체를 경험했다. 지역 기초의원 당선자 102명 중 절반 정도가 새 인물로 채워졌다. 비례대표를 포함해 정당별로 보면 대구지역 기초의원 당선자 116명 중 새누리당이 87명으로 가장 많았고,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13명, 무소속 13명, 정의당 2명, 노동당 1명 등을 합쳐 29명의 비(非)새누리당 의원이 배출됐다. 수성구·중구의회 등에서는 비(非)새누리당 출신이 전체 의석의 3분의 1을 차지하며 일당 독점에 대한 견제 기반을 마련했다.
당시 지방선거에서 지역민들은 단체장 선거에서는 새누리당을 택하면서도, 기초의회에서는 정당에 얽매이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당시 선거는 올해 선거와 마찬가지로 김부겸 후보가 새정치민주연합 대구시장 후보로 출마해 지역 표심을 끌어냈던 선거이기도 했다.
이번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개표 결과를 보면서 당시 대구에서 관찰된 표심 분화와 인적 쇄신의 흐름이 2026년 현재 경북지역 기초의회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나고 있음을 느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경북도지사와 시·군 단체장은 국민의힘 후보들이 대거 당선되며 보수 우위 지형이 유지됐다.
하지만 경북 22개 시·군 기초의원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약진했다. 특정 정당의 공천장이 곧 당선증으로 직결되던 공식이 부분적으로 균열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비례 포함 27명이 당선됐던 2022년 제8회 지방선거와 비교하면 2배가 넘는 60명(비례 9명 포함)의 당선자를 냈다. 특히 포항·구미·안동·경산·경주 등 경북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당선자가 다수 배출됐다. 녹색당은 안동에서 전국 최초로 기초의원을 배출하기도 했다.
이번 6·3지방선거에 투영된 경북 유권자의 표심은 당시 대구지역 기초의회에서 나타났던 교차 투표 경향과 구조적으로 맞닿아 있다. 도민들은 단체장 선거에서 정당에 대한 선호도를 드러냈지만,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인 시·군의회에는 다양한 배경의 후보들을 진입시킨 것이다.
정당 공천에만 기대어 선거에 임한 후보들의 낙선은 지역 정치권 전체에 분명한 신호를 보낸다. 특정 정당에 대한 맹목적 지지 성향이 약화돼 유권자의 선택이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번 선거의 결과는 당선자들에 대한 무조건적인 지지라고 볼 순 없다. 앞으로 이들이 보여줄 의정 활동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조건부 지지'다.
새로 출범하는 경북 기초의회는 경북이 당면한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하고, 지역 자생력을 높이는 데 집중해야 한다. 치열한 의정 활동의 성과에 따라 이들이 다음 지방 선거에서 받아들 성적표는 달라질 수 있다.
최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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