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메일] 다수결과 컨센서스

  • 배정순 전 경북대학교 초빙교수
  • |
  • 입력 2026-06-14 18:19  |  발행일 2026-06-15
배정순 전 경북대학교 초빙교수

배정순 전 경북대학교 초빙교수

선거가 끝났다. 누군가의 지지자는 당선되어 환호하고, 누군가의 지지자는 낙선하여 아쉬움을 삼킨다. 사람들의 시선은 오직 '누가 이기고 졌는가?'에만 집중되어 있다. 과거 찬반이 치열했던 원탁토론의 현장에서도 풍경은 비슷했다. 토론에서 정작 중요한 것은 '왜 반대하고, 왜 찬성하는지' 그 이면에 담긴 이유와 가치를 찾아내 결론에 녹여내는 일이었다. 토론을 거치며 의견의 오류를 발견하고 생각을 수정하는 성숙한 과정도 존재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늘, '그래서 누구 의견이 채택됐는가?' '어느 편이 이겼는가?'라는 결과에만 집착했다. 생각이 이 지점에 머물면 치명적인 부작용이 생긴다. 서로의 '다름'을 공존해야 할 '차이'로 인정하지 못하고, 오직 '옳고 그름'이라는 극단적 이분법으로 재단하며 서로에게 상처를 남기기 때문이다. 승패에만 매몰된 다수결의 논리는 그렇게 우리 사회에 깊은 감정의 골을 남기곤 한다.


최근 한 유튜버와 교수인 한 방송인은 특정 지역의 투표 결과를 폄훼하며, 반대 진영 투표자들의 사고체계를 비난하고 나섰다. 이분법적 폭력성이 소위 사회의 지식인이라 불리는 이들에게서조차 이렇게 노골적으로 나타난다니, 우리 사회 갈등의 골이 위험수위에 도달한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나와 다른 표를 던졌다고 해서 상대를 '계몽과 진압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오만함, 그것이 과연 민주주의를 논하는 지식인의 태도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는 나와 다른 것을 악으로 치부하고, 다수결의 승리에 도취해 소수의 의견을 짓밟아도 좋다는, 위험한 독재적 발상에 불과하다. 민주주의에서 절대적으로 옳거나 절대적으로 틀린 표심이란 없다. 지역이 어디든, 보수를 찍든 진보를 찍든 모든 표에는 그 지역과 세대가 처한 현실과 요구, 이유가 담겨 있다. 선거에서 이겼다고 해서, 나와 다른 가치를 지지한다고 해서, 반대편의 목소리를 '박멸'이나 '제압'의 대상으로 삼는다면, 그것은 정치가 아니라 폭력이며 민주주의의 가치를 훼손하는 행위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반대파를 내쫓을 '몽둥이'가 아니라, 그들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경청하고 조율하는 컨센서스, 사회적 합의다.


흔히 선거는 최선을 뽑는 것이 아니라 차악을 선택하는 과정이라고 한다. 유권자는 자신의 마음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최선의 후보자가 없어도, 투표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차선을 선택하거나, 아예 최악을 피하는 방법으로 투표권을 행사하기도 한다. 이겼다고 자만할 것도 졌다고 죄인도 아니다. 승패라는 도파민에 중독된 사회는 본질을 보지 못하고 이성과 합리적 판단을 그르치게 된다. 실제 인간에게 도파민은 불충분도 문제지만 지나치게 과다할 경우 행동장애와 충동 조절 실패로 나타난다.


국민은 최선이 아닌 차악을 고르는 지난한 선거 과정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차악으로 선택한 후보자가 그런 유권자의 마음을 읽지 못하고 기쁨에만 취해 있다면 국민은 무슨 생각을 할 것인가? 또 당선자가 지지자들만 염두에 두고, 지지하지 않은 국민이나 후보자가 주장했던 가치를 몰라라 한다면, 과연 다음의 승리를 기약할 수 있을 것인가? 사실 '누가 되고 안되고 그 나물에 그 밥이다' '서민들의 삶이야 별반 달라질 것도 없다'라는 냉소적이고 비관적인 의견들도 팽배하다. 과연 무엇이 정치를 혐오하게 만들고 있는 것일까?


선거가 끝난 뒤 진정한 리더와 성숙한 시민이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당선이 절대 선이 아님을 인정하고, 지지하지 않은 이들의 목소리도 경청하는 것이다. 다수결로 결정된 권력에 '정당성'이 있다면, 그 권력이 배제된 소수의 의견까지 포용해 만들어가는 컨센서스가 필요하다. 바로 여기에 공동체를 유지하는 '지혜'가 담겨 있다. 부디 이 협의와 중재, 컨센서스의 지혜를 저버리지 말기를 기대해본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정치인기뉴스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