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족(士族) 자녀가 30세가 가까워도 가난하여 시집을 못 가면 예조(禮曹)에서 임금에게 아뢰어 헤아리고 자재(資材)를 지급한다. 집안이 궁핍하지도 않은데 30세 이상이 되도록 시집가지 않는 자는 그 가장을 엄중하게 논죄한다.' 조선시대 국가 운영의 근간이었던 경국대전의 내용이다.
제때 결혼을 못하는 노처녀의 혼인을 국가가 책임지도록 하고 있다. 가난하여 혼인을 못 시킬 경우에는 국가가 재정적으로 지원하고 살림이 어렵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딸을 제때 시집보내지 않으면 아버지에게 죄가 돌아간다.
조선시대에는 노처녀를 시집 못 가 원한이 맺힌 여자라는 의미로 원녀(怨女), 노총각을 홀아비라는 의미로 홀아비 광자를 써서 광부(曠夫)라 칭했다. 가뭄이 길어지면 억울하게 혼기를 놓친 이 원녀와 광부들 때문이라 생각하여 전국의 노총각·노처녀를 파악하고 관에서 중매를 서거나 비용을 대어 결혼을 시키도록 했다. 오늘날 저출산·미혼 대책보다 훨씬 더 강제적이고 구체적이다.
경북 상주시가 지난해부터 세 차례에 걸쳐 미혼남녀 만남이벤트 '데이트 온 상주'를 열어 36쌍의 커플을 탄생시켰다. 36커플은 그리 많은 수는 아니지만 결혼가뭄이 고질화된 농촌사회에서는 의미 있는 성과다. 커플매칭 성공률도 58%로 매우 높은 편이다. 상주시뿐만 아니라 다른 지자체에서도 청춘남녀를 이어주는 사업을 꽤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경기도 성남시의 '솔로몬의 선택'은 미국과 영국 등 해외에 소개되기도 했다. 그러나 지자체의 이런 적극적인 시책에 비해 정부 차원의 혼인정책은 미온적인 느낌이다. 조선시대만큼은 아니더라도 재정이나 세제 등 좀 더 적극적인 지원책을 찾아야 한다.
이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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