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새미 달서아트센터 공연기획자
일은 언제나 내게 가장 강력한 동력이었다. 대학 시절부터 휴학 한 번 없이 작품 활동에 열중했고, 사회에 나와서도 쉬지 않고 늘 다음 목표를 향해 달렸다. 더 나은 결과를 만들고, 더 좋은 공연을 선보이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했다. 그렇게 일에 몰입하고 성장하는 과정은 내게 자아 성취 그 자체였다. 내가 쏟아부은 만큼 성과가 돌아왔고, 그 과정 자체가 즐거웠다. 멈추는 법을 잊은 채 앞만 보고 달리는 것이 내게는 숨 쉬는 것처럼 당연했다.
하지만 인간의 몸은 기계가 아니다. 끝없이 당겨진 활시위는 결국 끊어지기 마련이다. 건강에 이상 신호가 찾아오고 나서야, 나는 비로소 아주 위태로운 줄타기를 하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그제야 에너지는 화수분처럼 계속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분배하고 충전하며 관리하느냐에 따라 그 생명력이 달라지는 자원임을 절실히 느꼈다.
그래서일까, 요즘은 자신의 에너지를 조용히 운용하는 사람들에게 눈길이 간다. 그들은 자신이 가진 에너지의 총량을 가늠할 줄 안다. 무작정 자신을 몰아붙이기보다 어디에 힘을 쏟고 어디에서 쉬어야 하는지 구분해 낸다. 예전에는 폭발적인 추진력을 가진 사람이 대단해 보였다. 하지만 지금은 자신만의 속도를 지키며 꾸준히 나아가는 사람에게 깊은 인상을 받는다. 자신의 에너지를 알고 성실하게 나누어 쓰는 그 태도는 내게 또 다른 형태의 실력처럼 느껴진다.
물론 노력 없는 결과는 없고, 희생 없는 성취도 없다.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때로 스스로를 태우는 고통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잘 안다. 다만 이제는 그 희생을 무작정 감수하는 단계를 넘어, 조금 더 현명하게 에너지를 운용하는 법을 고민하고 싶다. 고통과 노력은 기꺼이 짊어지되 나를 소진시키지 않으면서 정말 중요한 순간에 힘을 쏟을 수 있는 것. 지금의 나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열정이 아니라, 그 열정을 오래 지켜낼 수 있는 균형 감각이다.
좋아하는 일을 오래 하기 위해서는 의도적인 쉼이 필요하다. 일할 때는 깊이 몰입하고, 쉴 때는 미련 없이 쉬는 것. 하루의 보람을 일터 밖에서도 발견하는 것. 그런 시간들이 쌓여야 다음 몰입도 가능해진다. 예전에는 쉬는 시간이 멈추는 시간처럼 느껴졌지만, 이제는 더 멀리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회복의 시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모든 에너지를 한 번에 태워버리는 화려한 질주만이 정답은 아닐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쏟아내느냐가 아니라, 그것을 얼마나 오래 지켜갈 수 있느냐이다. 규칙적인 몰입과 충분한 쉼이 쌓일 때, 열정은 비로소 소진되지 않는 지속 가능한 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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