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근의 시대공감] JTBC 위기가 드러낸 것

  • 하재근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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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6-25 17:43  |  발행일 2026-06-26
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 문화평론가

지상파 방송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까지 성장했던 JTBC가 충격적인 위기에 빠졌다. JTBC뿐만이 아니라 콘텐트리중앙, 메가박스중앙 등 중앙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이 모두 비슷한 처지다. JTBC 채무불이행 선언 이후 중앙그룹 주요 5개사가 모두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했다.


중앙그룹은 방송에 대한 애착이 각별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JTBC 출범 이후 막대한 투자를 이어갔다. 다른 종편사들이 제작비가 많이 들지 않는 시사보도토론 프로그램으로 방송시간을 채울 때 예능, 드라마 등을 적극적으로 제작한 것이다.


그 결과 '이태원 클라스' 같은 히트 드라마를 배출했다. 이번 JTBC 위기 소식이 일본에서도 화제가 된 건 드라마가 한류 히트작이 됐기 때문이다. '냉장고를 부탁해' 같은 예능 프로그램도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제작투자에 나서면서 JTBC의 위상은 특별해졌다.


하지만 그 투자가 독이 되었다. 막대한 투자를 감당할 정도의 수익이 나는 시장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JTBC는 빚으로 투자를 이어갔는데 일부 작품들이 인기를 얻어도 빚은 계속 쌓여갔다.


소수의 지상파 방송사가 독점하던 시장을 케이블, 종편 등 다수의 참여자들이 나눠먹게 된 후부터 이미 한국 방송시장은 레드오션이었다. 안 그래도 힘든 상황에 외부로부터의 거대한 충격이 닥쳤다. 유튜브 등 인터넷 미디어와 OTT의 대두다. 시청자들이 뉴미디어로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특히 젊은 시청자들의 이탈이 심각했다. 그 결과 대부분의 방송사들은 남아 있는 중장년 시청자들에게 특화된 방송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JTBC는 젊은 시청자 대상의 콘텐츠에 돈을 쏟아 부었는데 밑 빠진 독에 물붓기가 되고 말았다. 인터넷 시대라는 도도한 흐름을 한 방송사가 거스를 수 없었다.


콘텐츠 제작업도 위기다. 해외 OTT의 대두로 한국 콘텐츠 제작비가 급상승했다. 이것은 콘텐츠 제작업계의 수익저하로 이어졌고 야심차게 콘텐츠 제작업에 투자했던 중앙그룹은 큰 타격을 받았다. 제작사 상장으로 거액을 조달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에 외부 투자를 받았는데, 업황이 안 좋아지자 상장에 실패했고 투자금 반환 압박으로 유동성 위기에 몰렸다고 한다.


극장업도 위기에 빠졌다. 코로나19 사태 때 시장이 붕괴되다시피 한 이후 아직까지 회복이 안 된다. 중앙그룹은 극장업의 미래를 믿고 메가박스중앙에 투자했지만 결국 재무 압박의 한 축이 되고 말았다.


계열사들이 재무적으로 서로 연결된 구조이기 때문에 한 회사의 위기는 모두의 위기가 됐다. 이런 상황에 JTBC는 승부수를 던졌다. 거액을 들여 대형 스포츠 중계권을 독식한 후 국내 방송사에 되팔아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나려 했다. 하지만 방송 시장이 워낙 안 좋다보니 방송사들은 중계권 구입에 소극적이었고 이것이 JTBC에게 결정타가 된 것으로 보인다.


한 마디로 불황기에 투자를 확대한 것이 패착이었다는 얘기다. 이런 시장상황은 우리나라 방송업과 콘텐츠 업계에 모두 위기요인으로 작용한다. 적극적으로 투자하면 망할 수 있는 시장에서 누가 투자에 나설까? 미래를 위한 도전보단 근근이 살아남기만을 바라게 된 업계 분위기다. 하지만 투자를 줄이면 콘텐츠 경쟁력이 약화해 생존도 어려워질 수 있다. 이번 JTBC 사태는 한국 방송 콘텐츠 업계가 이런 위기에 처했다는 것을 드러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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