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은 듯 다른 두 도시 이야기, 대구와 나고야

  • 조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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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6-25 16:23  |  발행일 2026-06-25
나고야시청과 시 시정자료관 외경. 나고야의 역사와 문화를 알 수 있는 자료를 보존하고 있다. 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

나고야시청과 시 시정자료관 외경. 나고야의 역사와 문화를 알 수 있는 자료를 보존하고 있다. 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

나고야(名古屋). 일본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다. 인구로만 보면 요코하마에 밀려 4위이지만, 통상 도쿄·오사카와 함께 3대 도시로 인정받는다. 김해에서 비행기를 타면 2시간 채 걸리지 않는다. 마음만 먹으면 쉽게 다녀올 수 있다. 그런데 좀처럼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노잼' 도시라는 이미지가 워낙 강해서다. 화려한 도쿄도, 개성 강한 오사카도 아닌 어딘가 애매한 도시라는 말을 듣는다.


나고야 중심 사카에에 위치한 친환경 입체 도시 공원 오아시스21과 그 너머로 보이는 중부전력 미라이 타워 야경. 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

나고야 중심 사카에에 위치한 친환경 입체 도시 공원 오아시스21과 그 너머로 보이는 중부전력 미라이 타워 야경. 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

그런데 이 도시를 보면 묘한 기시감이 든다. 보수적인 지역색, 지역에 대한 시민들의 자부심, 향토 음식, 여름에 특히 고온다습한 기후, 230만의 인구…. 우리가 잘 아는 한국의 어느 도시와 닮았다. 대구가 떠오른다면 당신의 감각은 틀리지 않았다. '나고야의 태양'이라 불리며 일본 프로야구를 호령했던 선동열 전 삼성라이온즈 감독 역시 나고야에 대해 "대구 분위기와 비슷하다"고 말한 바 있다.


나고야 노리타케의 숲. 나고야시가 도요타박물관과 더불어 산업관광 명소로 내세우는 명소다. 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

나고야 '노리타케의 숲'. 나고야시가 도요타박물관과 더불어 산업관광 명소로 내세우는 명소다. 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

지난 9일부터 13일까지 5일간 나고야에 머물렀다. '노잼 도시'라는 선입견을 무시하지 못한 채 찾았지만 도시를 둘러볼수록 대구와 비슷한 모습들이 눈에 들어와 흥미로웠다. 물론 차이도 있었지만, 그 차이도 두 도시를 비교하는 재미를 더했다. 올여름 나고야에서 발견한 대구의 모습과 닮은 듯 다른 두 도시 이야기를 풀어본다.


나고야 도자기 공장 건물 부지에 조성된 복합문화공간 노리타케의 숲. 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

나고야 도자기 공장 건물 부지에 조성된 복합문화공간 '노리타케의 숲'. 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

◆234만 3대 도시…천년고도 지역과도 인접


대구와 나고야는 도시의 지리적 위치, 기후, 사회·문화적 성격까지 놀라울 정도로 닮았다. 과거 주일대사를 지낸 외교 인사들과 현지 연고 구단에서 활약했던 체육인들 사이에서도 두 도시의 정서와 분위기가 비슷하다는 평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대구와 나고야는 국가 내에서의 행정적 위상에서부터 명확한 공통점을 갖는다. 먼저 양국 '3대 도시'라는 상징성을 공유한다. 우리나라 3대 도시라 하면 흔히 '서울-부산-대구'를 들 수 있다. 인구(인천 305만명·대구 234만명)는 물론 경제 규모 등 실질적인 체급에서는 인천이 대구를 앞서지만, 광역시 건제(建制) 순으로 보면 대구가 3대 도시로 분류된다. 나고야 역시 대구와 같이 234만명의 지역이다. 도쿄, 오사카, 요코하마 다음으로 많은 인구를 보유하고 있지만 요코하마가 도쿄의 위성도시 성격이 강한 탓에 도쿄·오사카와 함께 일본의 3대 도시로 꼽힌다.


나고야의 랜드마크 중부전력 미라이타워. 1954년 완공된 일본 최초의 전파탑이다. 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

나고야의 랜드마크 중부전력 미라이타워. 1954년 완공된 일본 최초의 전파탑이다. 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

도시의 지리적 특성도 비슷하다. 양 도시 모두 천년고도와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다. 대구가 경주와 가까운 것처럼 나고야는 일본의 옛 수도 교토가 인근에 있다. 고온다습한 기후도 닮은꼴이다. 대구가 분지 지형의 특성으로 무덥고 습한 여름을 보낸다면, 나고야의 경우 이세만을 끼고 있음에도 뒤쪽이 산으로 둘러싸여 여름철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더운 날씨가 이어진다.


나고야 도심에 위치한 도요타 산업기술기념관 외관. 나고야는 글로벌 자동차 기업 도요타의 본거지다. <트립어드바이저 제공>

나고야 도심에 위치한 도요타 산업기술기념관 외관. 나고야는 글로벌 자동차 기업 도요타의 본거지다. <트립어드바이저 제공>

◆대구는 자영업·중소기업 생태계, 나고야는 도요타


교통이 편리한 점도 공통점. 동쪽의 에도(현 도쿄)와 서쪽의 교토를 잇는 길을 '도카이도(東海道)'라 한다. 나고야는 이 도카이도의 중심에 위치해 오래전부터 교통의 요충지로 번성했다. 현재 두 곳 모두 국제공항과 고속철도, 도시철도망을 갖추고 있고, 계획적으로 정비된 넓은 도로망으로 자가용 이용률도 높다. 그러나 관광도시로서의 존재감은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다. 화려한 수도나 역사문화도시에 비해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점에서 둘 다 '노잼 도시'라 불린다.


도요타 산업기술기념관 내부. 도요타의 역사와 기술에 대한 전시를 관람할 수 있는 기업 박물관이다. <트립어드바이저 제공>

도요타 산업기술기념관 내부. 도요타의 역사와 기술에 대한 전시를 관람할 수 있는 기업 박물관이다. <트립어드바이저 제공>

다만 경제 구조에서는 큰 차이를 보인다. 대구가 자영업과 중소기업 중심의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면, 나고야는 일본 제조업의 심장으로 불릴 만큼 대기업의 존재감이 압도적이다. 글로벌 자동차 기업 도요타의 본거지다. 도요타 본사는 물론 여러 자동차 부품 산업체도 소재해 일본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 역할을 한다. '부자 도시'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나고야 시민들에게 도요타란 하나의 거대한 상징과 같아서, 도요타 산업기술기념관과 창업주의 생가 등 기업의 역사와 인물을 기념하는 공간이 지역 곳곳에 자리한다.


나고야 성. 도쿠가와가 도요토미를 견제하기 위해 축조하고 자신의 정치적 기반을 다져나간 곳이다. 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

나고야 성. 도쿠가와가 도요토미를 견제하기 위해 축조하고 자신의 정치적 기반을 다져나간 곳이다. 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

◆향토기업 충성도 강해…역사적 인물 대거 배출


"외지인들은 나고야에서 장사를 못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나쁘게 말하면 배타성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그만큼 지역민들의 고향 사랑과 지역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강하다. 전통을 중시하는 보수성으로 대도시임에도 관습을 중시하고 시민들간 결속력이 높다. 마찬가지로 대구에도 "프랜차이즈가 들어오면 망한다"는 말이 있다. 오랜 세월 자리를 지켜온 로컬 맛집과 향토 기업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고, 지역 출신 인물에 대한 애정도 남다르다.


나고야에 위치한 도쿠가와미술관. 에도 막부를 이끈 도쿠가와 가문이 남긴 유물들을 볼 수 있다. 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

나고야에 위치한 도쿠가와미술관. 에도 막부를 이끈 도쿠가와 가문이 남긴 유물들을 볼 수 있다. 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

이런 자부심은 복합적인 요인으로 형성되긴 했으나, 오랜 역사 속에서 수많은 인물을 배출한 것이 지역 정체성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구가 대통령, 삼성 창업주 등 정치·경제·문화계의 굵직한 인물들을 배출한 도시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듯, 나고야 역시 일본 전국시대를 대표하는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 등과 깊은 연고를 지닌다. 수도이자 격전지인 교토와 적당히 멀면서, 교토로 향할 수 있는 길 한가운데에 위치해 천하인들이 많이 나올 수 있었다. 이런 역사로 나고야 도심에서는 나고야성, 도쿠가와엔 등 이들 흔적이 깃든 문화유산을 만날 수 있다.


도쿠가와미술관에 전시 중인 태도(太刀). 도쿠가와 이에야스와 도요토미 히데요리가 만났을 때, 히데요리가 오와리 도쿠가와 가문 초대 당주에게 하사한 검이다. 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

도쿠가와미술관에 전시 중인 태도(太刀). 도쿠가와 이에야스와 도요토미 히데요리가 만났을 때, 히데요리가 오와리 도쿠가와 가문 초대 당주에게 하사한 검이다. 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

◆독자적인 식문화 '대구 10미' '나고야메시'


타 지역과 차별화되는 독자적인 식문화도 자랑한다. 대구에 10가지 향토 음식을 일컫는 '대구10미(味)'라는 말이 있다면, 나고야도 '나고야 음식'을 뜻하는 '나고야메시(名古屋めし)'라는 고유명사가 존재한다. 지역만의 조리법을 바탕으로 발전한 향토 음식들이 다양한데, 3대 명물인 히츠마부시(장어덮밥), 미소카츠(된장돈가스), 테바사키(닭날개 튀김)가 특히 유명하다. 야구에 대한 열정도 뜨겁다. 대구에 프로야구단 삼성라이온즈가 있듯, 나고야에도 지역을 대표하는 야구단 '주니치 드래곤즈'가 있다.


나고야 3대 명물 미소카츠(된장돈가스). 철판에 구운 돈까스 위에 된장 소스를 뿌린 것이 특징이다. 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

나고야 3대 명물 미소카츠(된장돈가스). 철판에 구운 돈까스 위에 된장 소스를 뿌린 것이 특징이다. 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

낯선 이국의 도시에서 고향 대구의 정취를 느끼고, 동시에 나고야만의 문화를 느껴본 것은 이번 여정이 준 뜻밖의 묘미였다. 닮은 듯 다른, 그래서 알수록 더 흥미로운 두 도시의 이야기는 '노잼'이라는 편견을 지우기에 충분했다. 오는 9월 나고야에서 아시안게임이 열린다. 올여름, 대구를 닮은 나고야의 숨은 매력 속으로 한 걸음 더 걸어 들어가 보는 것은 어떨까.


일본 나고야에서 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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