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초입, 숨이 막히는 더위 속에서도 홀로 서늘한 가을 온도를 유지하는 거대한 유리 온실이 있다. 온실 내부로 들어서자 미세한 안개가 뿜어져 나오고, 차가운 지하수가 순환하며 고산지대의 혹독한 환경을 그대로 재현해낸다. 지구 온난화로 갈 곳을 잃어가는 고산·아고산 식물들의 안식처,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의 냉실 '알파인하우스'다.
'호랑이를 볼 수 있는 수목원'으로 알려진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단순한 관광 시설이 아니다.
일반적인 수목원이 열대 식물을 키우는 온실(Greenhouse)을 갖춘 것과 달리, 이곳에는 전 세계 희귀 고산식물을 보전하는 냉실(Alpine house)인 '알파인하우스'가 있다. 또 '씨앗금고'인 시드볼트까지 있는 이곳은 기후변화 위기 대비를 위한 공간이기도 하다. 고산식물과 미래 자원인 야생종자, 멸종위기 동물까지 아우르며 기후변화 위기에 대응해 미래 생태계를 보전하는 산림 핵심 기관이다.
수목원은 구성 식물에 따라 동북아시아전시관, 중앙아시아전시관, 세계식물전시관 등 세 동으로 나누어 운영 중이다.
봉화 춘양면의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5천179ha(약 15만평)의 넓은 면적으로 아시아 최대 수목원이다. 이곳은 고산식물과 미래 자원인 야생종자, 그리고 멸종위기 동물까지 아우르며 미래 생태계를 보전하기 위한 전방위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현재 국내 전체 식물 3천925종 가운데 43.9%인 1천723종을 보유하고 있으며 희귀식물은 571종 중 327종(57.2%), 특정한 나라나 지역에만 자라는 특산식물은 360종 중 166종(46.1%)을 확보하고 있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서 열린 '2026 산림정원 아카데미' 현장연수에서 장창석 실장이 알파인하우스 안의 고산식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준상기자 junsang@yeongnam.com
◆고산식물의 안식처 '알파인하우스'
일반적인 수목원이 열대 식물을 키우는 온실(Greenhouse)을 갖춘 것과 달리, 이곳에는 전 세계 희귀 고산식물을 보전하는 냉실(Alpine house)인 '알파인하우스'가 있다. 알파인하우스는 지구 온난화로 설 자리를 잃어가는 고산·아고산 식물들을 보전하기 위한 대형 냉실이다. 내부는 뜨거운 초여름 날씨와 완벽히 차단된 채 서늘한 온도를 유지하며, 미세한 안개 분사 시스템과 차가운 지하수 순환을 통해 고산지대의 혹독한 환경을 고스란히 재현해냈다. 백두대간수목원은 알파인하우스를 구성식물에 따라 동북아시아전시관, 중앙아시아전시관, 세계식물전시관 세 동으로 나눠 운영 중이다.
해외 탐사와 채집으로 알파인하우스를 채우고 조성에도 참여한 한 장창석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서비스본부 전시원실장은 "고산식물은 말 그대로 높은 산에 자라는 식물을 뜻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정확한 의미의 고산지대가 많지 않다. 북한을 제외하고 한반도에는 한라산, 지리산, 설악산 등 일부 산지 정상부쯤에 고산식물들이 있다"고 말했다.
알파인하우스에는 기후변화로 집단 고사 위기에 처한 구상나무를 비롯해 산솜다리, 한라장구채 등 설악산과 한라산 정상부에서나 볼 수 있는 희귀식물 200여 종이 보전되고 있다. 연구진들은 국내뿐 아니라 몽골,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고산지대까지 직접 탐사에 나서 멸종 위기에 처한 식물과 종자를 수집하고 있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기후재난·산불·전쟁 등에 대비해 지하 40m 깊이에 영하 20도, 상대습도 40%를 유지하는 야생식물 종자 전용 영구 저장 시설인 '시드볼트'를 갖고 있다. 백두대간수목원 시드볼트 내부 모습.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제공>
◆재난에 대비하는 최후의 안전장치 '시드볼트'
살아있는 식물을 보전하는 곳이 알파인하우스라면, 씨앗 상태로 생명력을 장기 보존하는 시설은 '시드볼트(Seed Vault)'와 '시드뱅크(Seed Bank)'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이 두 시설을 모두 보유한 기관이다.
특히 '현대판 노아의 방주'라 불리는 시드볼트는 기후재난, 산불, 전쟁 등 최악의 지구적 재앙에 대비해 야생식물 종자를 영구 저장하는 시설이다. 지하 40m 깊이의 암반층에 위치해 있으며, 연중 영하 20도, 상대습도 40%를 엄격하게 유지한다.
나채선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야생식물종자실장은 "시드볼트의 문이 열린다는 것은 지구상에 심각한 재난이 발생했다는 뜻이기에 영원히 열리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현재의 작물이 기후변화나 병해충에 취약해졌을 때 유전자를 보완해 줄 미래 식량과 의약 자원의 출발점은 결국 '야생식물'이라고 강조했다.
시드볼트와 시드뱅크의 구조와 저장환경은 거의 비슷하다. 두 시설 모두 저온과 낮은 습도로 종자의 생명력을 최대한 길게 유지한다. 차이점은 목적에서부터 시작된다. 시드볼트는 말 그대로 '금고'로, 보존을 위해 안전장치로 봉인한다. 또 국가보안시설로 일반인의 출입이나 촬영이 엄격하게 금지된다. 시드뱅크는 연구와 교육을 위한 출입이 어느 정도 허용되며, 필요할 때 꺼내 연구하거나 보급하는 등 자원으로서 씨앗을 활용하는 공간이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 '호랑이숲'에 살고 있는 백두산호랑이 '미령'은 여섯살 암컷으로 오는 7월 공개될 예정이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제공>
◆멸종위기 '백두산호랑이'부터 보이지 않는 곤충까지
백두대간수목원의 생물다양성 보전 노력은 식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숲속 깊숙이 자리한 축구장 6개 크기(3.8ha)의 '호랑이숲'에는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서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된 백두산호랑이(시베리아호랑이) 6마리가 생활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호랑이의 야생성을 유지하기 위해 자연 지형을 그대로 살린 방사장을 운영한다. 특히 일주일에 하루는 자연 상태처럼 먹이를 주지 않거나, 먹이를 곳곳에 숨겨 사냥 환경을 조성하는 등 체계적인 행동 풍부화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현재 호랑이숲은 대방사장 확장 공사 중으로 관람이 제한되어 있으나, 공사가 마무리되는 오는 7월, 여섯 살 암컷 백두산호랑이 '미령'이의 모습을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서 열린 '2026 산림정원 아카데미' 현장연수에서 남종우 팀장이 곤충과 생태계에 대한 강의를 하며 곤충포획 시범을 보이고 있다. 박준상기자 junsang@yeongnam.com
백두대간수목원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곤충 생태계 연구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해 곤충의 출현 시기가 엇박자를 내면 식물의 개화와 결실, 이를 먹고 사는 새와 양서류에 이르기까지 생태계 전반에 도미노 파괴 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남종우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대외협력실 팀장은 "곤충은 환경변화를 가장 먼저 알려주는 생태계 경고등"이라며 "제주도에 살던 곤충이 강원도 지역에서 발견되는 것은 기후위기가 현실이 됐다는 증거"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최재원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대외협력실 주임은 "백두대간수목원은 단순한 관광시설이 아니라 산림생물자원 연구와 종자저장, 생태복원, 희귀식물·야생동물 보전 기능 등을 수행하는 산림핵심기관"이라며 "기후변화에 대응하며 충실하게 자연을 보전하는 데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상
대구와 갱상북도의 이바구 https://litt.ly/junsang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영상] 계명대학교 6.25전쟁 76주년 추념식···나라를 위해 헌신했던 그날을 기억하며](https://www.yeongnam.com/mnt/file_m/202606/news-m.v1.20260626.d50c3ce98822490d8a081435d84bc3d5_P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