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진 경북도청 팀장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 이오공감의 노래 '한사람을 위한 마음'에 나오는 한 줄 가사는 30년이 훌쩍 지난 오늘에도 깊은 여운을 남긴다. 진부한 사랑이야기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지을 '백년지대계'에서 소외된 지역민의 슬픔이다.
얼마전 정부는 '3대 메가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피지컬 AI 거점을 지역에 조성해 균형발전을 이뤄내겠다는 야심찬 목표와 함께. 지향점은 바르다. 정부의 '5극3특' 정책과도 맥을 같이한다. 분명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은 성장동력이 요원한 상태다. 군(郡)단위 지역은 아예 소멸을 걱정하는 처지다. 더이상 지방의 침체를 두고볼 수 없는 시점에 나온 대형 개발사업은 환영할 일이다. 항상 분배가 문제다. 세계적으로 가장 핫한 산업인 반도체는 서남권에 몰아주고 나머지 지역은 들러리가 됐다. 정부가 공개한 기업 투자 규모만 단순 비교해도 차이가 극심하다. 호남권에 896조원의 투자금이 쏟아지는 동안 영남권에는 1/3수준의 투자가 이뤄진다. 영남권 중에서도 편차가 심하다. 울산에만 투자가 집중되고, 대구에 대한 투자규모와 로드맵은 제시조차 되지 않았다. 그나마 삼성이 구미에 19조원을 투자하기로 한게 위안거리다. 우는 아이에게 사탕 하나 쥐어준 형국이라 그마저도 찜찜하다.
더욱이 정부는 호남권 반도체 산업단지 부지로 광주 군 공항을 낙점했다. 오랜 기간 난항을 겪던 광주 군 공항 이전사업이 급물살을 타게 된 것이다. 공공자금관리기금 지원마저 거부한 TK신공항 이전사업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3대 메가프로젝트 발표전 경북 영덕이 대형 신규원전 2기 조성 후보지로 선정된 점이 마음을 더 짠하게 한다. 심사기간 영덕에는 '원전이 아니면 죽음을 달라'란 현수막이 걸릴 정도로 유치를 염원했다. 모두가 기피하는 시설인 원자력발전소를 지역발전의 '마지막 동아줄'처럼 여기고 유치전에 뛰어든 주민들의 모습이 선하다. 하지만 정작 막대한 전력을 필요로 하는 반도체 팹(공장)은 광주전남으로 향한다. 아이러니다. 현재 가동 또는 건설 중인 원전은 영남에 24기, 호남에는 6기가 있다. 신규 원전 2기와 소형모듈원전(SMR)까지 합치면 격차는 더욱 벌어진다. 만드는 사람, 쓰는 사람 따로 있는 셈이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또 한번 슬픈 예감이 엄습해온다. 올해 말 예정된 2차 공공기관 이전에서도 영남권은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일 공산이 크다. 이미 전남·광주가 한발 앞서 판을 지배하고 있다. '통합특별시'라는 거대한 돛을 달고 정부의 우선 배치 약속을 받아냈다. 농협중앙회, 한국지역난방공사, 한국환경공단, 한국산업기술진흥원, 한국공항공사, 한국마사회 등 알짜배기 공공기관들이 어디로 향할지는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우린 무엇을 해야 할까. 프로젝트 철회를 외치며 떼쓰기에 나설까. 수도권에 밀리고 호남권에 치이기 전에 체급과 경쟁력을 키울 수밖에 없다. 대구경북이 인구 500만명의 거대 경제권을 이뤄내 힘을 합쳐야만 살 길이 열린다. 2차 공공기관 유치는 물론 산업구조 재편에도 공동전선을 구축해야 한다. 이미 경북도의 수장인 이철우 도지사는 행정통합을 민선 9기 최대 현안사업으로 선포했다. "권한과 재정을 지방으로 가져와 지방이 스스로 성장하는 모델을 보여주겠다"고 장담한 그의 외침이 공허한 메아리로 돌아와선 안된다. 또한 이번 메가프로젝트를 지역의 실질적인 성장동력으로 활용하는 방안 마련도 수반돼야 한다. 작은 씨앗이라도 어떻게 키워내느냐에 따라 과실의 크기는 달라질 수 있다. "10년 뒤 조성될 반도체 공장을 대신해 2~3년 안에 지역이 가져올 수 있는 것이 무언가를 고민하고 전략을 짜는 게 더 현명하다"는 포스텍 이병훈 반도체공학과 학과장의 조언이 귓가에 맴돈다.
박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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