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군이 지난 10일 성주군청 군수실에서 캄보디아 노동직업훈련부 관계자들과 간담회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성주군 제공>
전국 최대 참외 주산지인 성주군이 외국인 계절근로자 공급국 다변화에 본격 나섰다. 최근 1년간 도입한 외국인 계절근로자 10명 가운데 8명 가까이가 라오스 출신일 정도로 특정 국가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캄보디아 중앙정부와 직접 협력체계를 구축해 안정적인 농업인력 공급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전략이다.
성주군은 지난 10일 군청에서 캄보디아 노동직업훈련부 관계자들과 외국인 계절근로자 도입을 위한 업무협의를 갖고 이달 중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날 협의에는 캄보디아 노동직업훈련부 부국장을 비롯한 관계자 3명이 참석해 성주군의 외국인 계절근로자 운영 현황을 공유하고 근로자 선발과 송출 절차, 교육 및 관리 방안, 향후 추진 일정 등을 집중 논의했다.
이번 협약의 핵심은 단순히 새로운 국가에서 계절근로자를 도입하는 데 있지 않다. 특정 국가에 집중된 인력 공급 구조를 개선해 농번기 인력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는 데 의미가 있다. 성주군에 따르면 2025년 하반기부터 2026년 상반기까지 도입한 외국인 계절근로자는 모두 1천922명이다.
이 가운데 라오스 출신이 1천501명으로 전체의 78%를 차지했다. 이어 필리핀 348명(18%), 베트남 73명(4%) 순이었다. 특히 올해 상반기만 보면 전체 1천521명 가운데 라오스 출신이 1천197명으로 79%에 달해 특정 국가 의존도가 더욱 높아졌다.
성주군이 지난 10일 성주군청 군수실에서 캄보디아 노동직업훈련부 관계자들과 간담회 를 가지고 있다. <성주군 제공>
그동안 큰 문제 없이 운영돼 왔지만, 특정 국가 의존도가 높을 경우 현지 정책 변화나 국제 정세, 항공편 문제 등 예상치 못한 변수 하나만으로도 농촌 인력 수급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성주군이 공급국 다변화를 서두르게 된 계기는 지난 4월 참외 수확철이었다.
라오스 대사관의 비자 발급 지연과 항공편 문제로 당초 입국 예정이던 근로자 300여 명의 입국이 늦어졌다. 참외는 수확 시기를 놓치면 상품성이 크게 떨어지는 대표적인 작물이다. 농가들은 갑작스러운 인력 공백으로 수확 일정에 차질을 빚었고, 일부는 피해를 호소하기도 했다.
이번 사례는 특정 국가에 인력이 집중될 경우 외부 변수 하나만으로도 농업 생산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줬다. 성주군은 이러한 위험을 줄이기 위해 캄보디아를 새로운 협력국으로 선택했다.
특히 협력 대상이 지방정부가 아니라 캄보디아 노동직업훈련부라는 점이 눈에 띈다. 중앙정부가 직접 근로자 모집과 선발, 송출을 관리하면 브로커 개입을 최소화하고 보다 투명하고 안정적인 인력 공급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는 최근 다른 지방자치단체들도 선택하고 있는 방식이다. 강원 양구군과 홍천군 등은 필리핀 일부 지역에서 송출이 중단되거나 불법 브로커 개입으로 임금 체불 등의 문제가 발생하자 캄보디아 중앙정부와 직접 업무협약을 체결해 계절근로자를 도입하고 있다.
성주군 역시 이번 협약을 통해 보다 안정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인력 공급 체계를 구축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외국인 계절근로자 수요는 전국적으로도 급증하고 있다. 올해 경북지역에 배정된 외국인 계절근로자는 1만4천600여 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하지만 인력이 늘어난 만큼 무단이탈 문제도 함께 커지고 있다. 최근 3년간 전국적으로 외국인 계절근로자 1천900여 명이 근무지를 이탈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자체마다 관리 강화에 나서고 있다. 성주군도 이번 협약을 통해 단순히 인력을 확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전교육과 사후관리를 강화해 무단이탈을 최소화하는 것이 또 다른 과제가 될 전망이다.
하지만 공급국을 늘리는 것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참외 재배는 단순 노동이 아니다. 정식과 순치기, 적과, 수확 등 대부분의 작업이 경험과 숙련도를 필요로 한다. 새로운 국가에서 들어오는 근로자들이 얼마나 빨리 농촌 환경에 적응하고 숙련도를 높이느냐에 따라 생산성과 품질도 달라질 수 있다.
언어와 문화 차이를 줄이기 위한 사전교육, 한국 생활교육, 현장 적응 프로그램 등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협약은 우리 농업이 처한 현실도 그대로 보여준다. 농촌의 고령화와 인구 감소가 갈수록 심화되면서 외국인 계절근로자는 부족한 노동력을 보완하는 수준을 넘어 농업 생산을 유지하는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았다.
성주군은 이번 캄보디아 협약과는 별도로 결혼이민자 가족 초청 방식의 계절근로자 30명도 추가 도입해 농번기 인력 확보에 활용할 계획이다.
전화식 성주군수는 "캄보디아 중앙정부와의 직접 협력은 외국인 계절근로자 운영의 신뢰성과 안정성을 한층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국가와 협력을 확대해 농업인이 안심하고 영농에 전념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농업인력 공급체계를 구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석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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