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규완 논설위원
궤변의 어원은 소피스트(sophist)에서 유래한다. 소피스트는 BC 5세기에서 BC 4세기에 걸쳐 아테네를 중심으로 한 그리스에서 지식을 가르친 인물들이다. 프로타고라스, 고르기아스가 대표적 소피스트에 속한다. 소피스트는 대부분 지방 출신의 학자로, 개인과 국가로부터 돈을 받고 변론술 등을 전수했다. 그러나 후일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등이 소피스트들이 가르친 건 지혜가 아니라 말하는 기술에 불과했다고 혹평했다. 이후 소피스트들은 '궤변을 일삼는 무리'를 의미하게 됐고 궤변학파라 불리기도 했다. 예나 지금이나 사유(思惟)의 규칙을 벗어나는 논리의 조립에 의해 자기 주장에 맞는 결론을 끄집어내는 게 궤변의 본질이다.
유시민 작가가 연이어 이재명 대통령을 저격했다. 1탄은 ABC론, 2탄 증축·재건축론, 3탄은 이 대통령 필패론이다. 21일엔 "'뉴이재명'의 수장은 이 대통령"이라며 "썩은 내 나기 전 정화해야 한다"고 직격했다. '뉴이재명'은 이 대통령의 실용 노선을 지지하는 그룹이다. 하지만 유시민의 주장은 화려한 논법과 은유에 비해 내용이 허접하고 언어는 저급하다. 정파에 매몰된 견강부회는 기본이고, 확증편향에 더해 비루한 나르시시즘까지 엿보인다. 영락없는 21세기 한국판 궤변가다.
유시민의 정치 평론은 분열의 언어다. 즉 분(分)이다. 유 작가는 지난 3월 이 대통령 및 민주당 지지층을 가치지향의 A그룹, 이익지향 B그룹, A·B 교집합의 C그룹으로 나눠 '뉴이재명'을 폄훼했다. 순식간에 진보 진영을 3등분한 것이다. 통합의 언어로 파이를 키우기는커녕 갈라치기로 피아를 구분했다. 용렬한 술사(術士)의 뺄셈정치다.
유시민의 말엔 오(誤)가 어른거린다. 오조준이란 말이다. "유시민이 김대중 필패를 주장했지만 대통령이 됐고, 대통령이 된 후에도 5년 동안 패악질했다"(박지원 의원). 빗나간 필패론도 모자라 5년간 공격했다? "서생의 문제의식, 상인의 현실감각"으로 웅변되는 김대중의 중도·실용노선이 그리 못마땅했나. 유난한 대한민국 대통령 잔혹사(史)에 그나마 DJ는 성공한 대통령 아니었나.
그때의 흑역사를 벌써 잊었나. 지금도 이재명 대통령의 탕평·실용주의와 외연 확장 국정운영에 경기(驚氣)를 일으키며 딴지를 건다. 증축만 하랬는데 재건축을 한다고? 국민이 원하면 재개발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유시민의 대통령 공격 저의는 뭘까.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둔 시점에서의 강성 당원 결집? 이를테면 모(謀)다. 정청래 후보를 위한 장외 지원 사격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검찰 개혁 비판엔 곡(曲)이 스며있다. 즉 왜곡이다. 유시민은 검찰 개혁이 1년 넘도록 안 되는 이유를 "이 대통령이 수사와 기소 분리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 보완수사권은 티끌조차 허용하지 않겠다는 건 정청래 전 민주당 대표의 일관된 의지다.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가 검찰 개혁의 완성인양, 일점일획의 보완수사권도 허용하지 않는 게 정의인양 착각하는 유 작가와 민주당 강경파 의원들의 도그마야말로 위험한 아집이다.
유 작가의 말과 주장을 종합하면 실용 노선과 외연 확장 기조는 걷어치우고, 오직 이데올로기에 충직한 가치지향 A그룹만 바라보는 정파적 대통령이 되라는 건데 이거야말로 필연적 실패의 길 아닌가. 낙제점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 방식을 답습하라는 주문 같기도 하다. 주군을 실패로 유인하는 유시민의 요설(妖說)은 분명 간신의 작태다. 논설위원
박재일
30년 현장 경험을 자양분 삼아 사설과 칼럼을 집필합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