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환동해국제심포지엄 紙上중계 下]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한국의 전략은?

  • 전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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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7-28 22:24  |  발행일 2026-07-29

28일 포항시청 대회의실에서 '전쟁, 에너지 위기, AI 시대: 포항의 발전 전략'을 주제로 제14회 환동해국제심포지엄이 열렸다. 이번 행사는 급변하는 글로벌 정세와 경제 환경 변화에 대응해 포항이 환동해 중심도시로 도약하기 위한 발전 비전을 모색하고자 마련됐다. 이와 관련 지상중계 하(下)편을 통해 거시 경제 진단과 지역 발전 전략을 제시한 장혜지 길림대 동북아연구원 부원장과 송원근 현대경제연구원장의 기조강연을 지상 중계한다.


- 장혜지 길림대 동북아연구원 부원장

"미-중 경제 전쟁과 한-중 협력"

장혜지 길림대 동북아연구원 부원장.

장혜지 길림대 동북아연구원 부원장.

◆ 미·중 '경쟁적 공존' 시대 진입과 미국의 '프렌드쇼어링' 가속화


장혜지 길림대 동북아연구원 부원장은 2026년 5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중을 기점으로 미국과 중국이 '건설적 전략 안정 관계'라는 새로운 합의에 도달했다고 분석했다. 양국 관계가 전통적인 제로섬 게임이 아닌 '경쟁적 공존'의 단계로 전환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장 부원장은 거시적인 관계 안정화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본질적인 대중국 경제 견제 기조는 변함이 없다고 짚었다. 미국은 2026년 무역 의제를 통해 호혜무역협정(ART)과 301조 관세를 강력히 집행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글로벌 공급망을 자국과 우방국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프렌드쇼어링' 전략을 더욱 노골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韓 경제 구조적 제약 심화 및 전통적 중간재 가공 분업 모델 붕괴


장 부원장은 이러한 미·중 간의 복잡한 관계 탓에 미국의 대외투자 심사 제도가 글로벌 규칙으로 외연을 확장하면서, 한국 기업들의 글로벌 자본 배치 논리가 근본적으로 뒤바뀌고 있다고 진단했다. 과거에는 투자 결정 시 '경제적 효율성'이 최우선 고려 대상이었으나, 이제는 미국의 엄격한 규제 기준을 맞추기 위한 '제도적 리스크 최소화'를 경영의 최우선 가치로 둬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이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을 전방위적으로 확대 적용함에 따라, 한국이 고부가가치 중간재를 공급하고 중국이 이를 최종 조립해 전 세계로 수출하던 한·중 간의 전통적인 분업 모델이 급격히 허물어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 '모듈화 협력' 체계 구축 및 제3국 공동 진출을 통한 돌파구 모색


다층적인 복합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해법으로 장 부원장은 기존의 전면적인 가치사슬 융합에서 벗어나, 리스크를 통제하고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모듈화된 협력' 체계로 한·중 경제 관계를 재편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구체적으로 소비재 제조업, 헬스케어, 현대 서비스업 등 지정학적 민감도가 낮은 분야에서는 교류를 더욱 심화해 공급망의 자체적인 회복 탄력성을 높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반면, 미국의 견제가 집중되는 반도체나 배터리 등 첨단 전략 기술 분야에서는 한국이 핵심 부품 생산과 연구개발(R&D)을 전담하고 중국이 제조와 패키징을 맡는 식의 철저히 분절된 계층적 협력 구조를 확립해야 한다고 했다. 더불어 양국이 각자의 자본, 기술력, 유통망 등의 장점을 결합해 동남아시아, 중동, 중남미 등 신흥 글로벌 사우스 시장에 공동 진출함으로써 지경학적 리스크를 공간적으로 현명하게 분산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송원근 현대경제연구원장

"경제 대전환기 3고(高) 시대 한국의 전략"

송원근 현대경제연구원장.

송원근 현대경제연구원장.

'팍스 아메리카나' 쇠퇴와 다극화... '3高·기술 넛크래커'에 빠진 한국 경제


송원근 현대경제연구원장은 세계 질서가 미국의 단일 패권인 '팍스 아메리카나' 시대의 쇠퇴와 함께 다극화 시대로 접어들었음을 강조했다. 풍부한 자원과 인구를 보유한 '글로벌 사우스'가 급부상하고 있으며, 반도체, 배터리, 희토류 등 첨단 산업의 핵심 자원이 국가 간 무기화되는 '지경학적 대립'이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을 최고조로 끌어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송 원장은 이러한 대외적 위협 속에서 한국 경제는 선진국 진입 이후 성장세가 급격히 둔화하며 잠재성장률이 1%대까지 추락할 위기에 직면한 중대한 분수령에 서 있다고 했다. 3고 현상으로 비용 부담이 가중되는 가운데, 노동 생산성은 하락하고 인공지능(AI) 혁신 패러다임 속에서 미국의 초격차 기술과 중국의 매서운 추월 사이에 낀 '기술 넛크래커' 신세로 전락해 미래 핵심 성장 동력마저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고 경고했다.


◆ K자형 성장 극복 및 인구 구조 변화 대응... 대내외 5대 선결 과제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해 송 원장은 5대 선결 과제를 제시했다. 우선, 수출 기업과 내수 기업 간의 실적 양극화 현상인 'K자형 성장'을 극복하기 위해 세제 지원과 규제 샌드박스 등 투자 유인책을 대폭 확충해 설비 투자 모멘텀을 되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2025년을 기점으로 본격화하는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 오너스' 현상에 대비하기 위해 고령층의 계속 고용을 장려하고 사회보장성기금의 재정 건전성을 선제적으로 방어하는 연금 기금 운용 구조 개혁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대외적으로는 '고환율 퍼즐'을 풀기 위해 해외 투자 소득의 국내 환류를 적극적으로 유도해야 하며, 수입 의존도가 극도로 높은 리튬, 니켈, 희토류 등 핵심 광물 자원의 공급망을 튼튼하게 안정화하기 위한 다변화 및 내재화 방어선 구축이 필수적이라고 역설했다.


◆ 포항의 3대 미래 비전 제시... 그린철강·배터리 순환·환동해 물류 거점화


끝으로 송 원장은 포항이 환동해 거점 도시로 확고히 도약하기 위한 구체적인 세 가지 특화 전략을 제안했다. 첫째, 포항의 상징인 철강 산업은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글로벌 탈탄소 기조에 발맞춰 기존의 가격 중심 경쟁에서 과감히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탄소 배출량이 곧 기업의 생존 경쟁력이 되는 시대에 저가 중국산 철강의 공세를 이겨내려면 포항이 가진 인프라 우위를 적극 활용해 '그린철강'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포항의 미래 먹거리로 부상한 2차전지 산업은 핵심 광물 무기화 시대에 대응해, 단순한 양극재 소재 생산을 넘어 광물의 정제와 재활용(리사이클링) 역량까지 완벽하게 결합한 '광물-소재-재활용'의 배터리 순환경제 클러스터를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셋째, 지정학적 갈등으로 인한 물류 초크포인트 리스크와 AI 확산에 따른 전력망 부족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포항을 환동해 에너지 및 물류 거점으로 고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정부가 하반기부터 시범 운항을 추진하는 북극항로의 특화 항만을 포항이 선점하고, 지역 내 연료전지 클러스터 역량과 결합한다면 다가올 환동해 시대를 이끄는 핵심 중추 도시로 확고히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리=전준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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