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서 광주 전시 보고, 광주서 대구 오페라 보고…‘달빛동맹’ 문화예술로도 확장

  • 조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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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8-13 20:50  |  발행일 2026-08-13
대구시립극단이 국립아시아문화전당재단과 함께 제작한 뮤지컬 피아노의 숲 공연 장면. 대구시립극단 제공

대구시립극단이 국립아시아문화전당재단과 함께 제작한 뮤지컬 '피아노의 숲' 공연 장면. 대구시립극단 제공

대구와 광주를 잇는 '달빛동맹'이 문화예술로도 확대되고 있다. 지역의 대표 공연을 서로 선보이고, 고유한 역사문화자산을 공유하기도 한다. 정치·행정만으로 좁히기 어려웠던 두 도시의 심리적 거리가 문화예술을 통해 가까워지는 모습이다.


'달빛동맹'은 두 지역이 지역주의를 타파하고 협력·상생관계를 위해 결성한 모델이다. 이 일환으로 지난달 대구시립극단은 제20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 공식초청작으로 뮤지컬 '피아노의 숲'을 선보였다. 일본 잇시키 마코토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배우들의 열연과 세련된 연출로 2030 여성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더 주목할 만한 건 대구와 광주의 문화예술 기관이 협업해 제작했다는 점이다. 대구문화예술회관과 광주에 소재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재단이 지난해 체결한 업무협약을 바탕으로 DIMF와 공동 기획했다. 작품은 대구 공연이 끝난 뒤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극장에도 올랐다.


대구시립극단 관계자는 "광주에 작품을 올리는 기회 자체가 많지 않았는데 공공기관이 과감하게 투자하고 협력하면서 작품을 선보일 수 있었다"며 "극장 규모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객석 점유율은 광주가 대구보다 높았다. 광주에서도 관객이 상당히 많이 왔다"고 말했다.


광주시립오페라단이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한 오페라 라보엠. 대구오페라하우스 제공

광주시립오페라단이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한 오페라 '라보엠'. 대구오페라하우스 제공

◆문화예술 통해 화합…일반적 소통과 다른 의미 지녀


올 초에는 광주시립오페라단의 올해 첫 공연이 대구에서 열렸다. 광주 공연에서 전석 매진을 기록한 오페라 '라 보엠'을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도 선보였다. 이 같은 교류는 일회성 행사가 아니다. 대구오페라하우스와 광주시립오페라단은 2022년부터 양 도시의 대표 공연을 서로 초청해 무대에 올리고 있다. 김민정 대구오페라하우스 국제교류팀장은 "대구와 광주가 여러 차이가 있지만 문화예술을 통해 상생하자는 취지에서 사업이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문화예술 달빛동맹'은 대중문화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프로야구에서는 각각 대구·광주를 연고하는 팀 삼성 라이온즈와 KIA 타이거즈가 맞붙는 경기를 '달빛시리즈'라 부른다. 지난 6월 광주 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달빛시리즈에서는 두 팀의 상징색을 섞은 보라색과 달빛을 테마로 다양한 이벤트가 마련됐다. 두 지역을 대표하는 인기팀의 맞대결이자 대구와 광주를 잇는 장이라 팬들의 관심도 뜨겁다. 매 경기마다 매진 행렬이 이어진다. 2024년엔 정규 시즌 1위를 앞다투다 한국시리즈에서까지 격돌해 어느 때보다 야구 열기가 뜨거웠다.


대구와 광주의 문화예술 교류는 일반적인 지역 간 소통과는 다른 의미를 갖는다. 두 지역의 고유한 문화를 나누는 동시에 정치와 행정만으로는 좁히기 어려운 정서적인 거리를 좁히기 때문이다. 권응상 대구대 교수(문화예술학부)는 "지역 간 문화교류는 각 지역의 문화를 서로 경험하며 향유의 폭을 넓히는 것이 본래 목적이지만, 대구와 광주는 근현대사에 '지역 감정'이라는 특수성이 있는 만큼 정치로 풀기 어려운 갈등을 완화하는 역할도 할 수 있다"고 했다.


지난해 달빛동맹 한마음 행사 2025 달빛소나기에 참가한 광주 시민들이 대구간송미술관에서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영남일보 DB

지난해 달빛동맹 한마음 행사 '2025 달빛소나기'에 참가한 광주 시민들이 대구간송미술관에서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영남일보 DB

◆시민들 "가까워지는 느낌" "신지역주의 완화"


시민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2021년 달빛동맹 문화교류의 일환으로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된 광주시립발레단의 '호두까끼 인형'은 3회 전 회차 모두 전석 매진됐다. 지난해 대구오페라하우스가 광주에서 선보인 대작 '안드레아 셰니에' 역시 현지 관객들로부터 호응을 얻었다. 강민지(32·대구 달서구)씨는 "평소 대구에서 보기 어려운 작품을 볼 수 있어 좋고, 예전에는 두 지역이 정치적으로든 심리적으로든 여러 면에서 갈라져 있다는 느낌이 강했는데 이런 교류가 활성화되는 모습을 보면 실제로 가까워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오동욱 대구정책연구원 박사는 "지역의 고유한 문화를 바탕으로 만나다 보면 상대 지역의 문화를 통해 우리 지역이 가진 강점과 부족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며 "대구가 강점을 가진 오페라와 광주의 판소리 등 서로 다른 문화적 자산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각자의 문화가 한 단계 더 발전하고 이는 인적 교류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이런 교류가 '신지역주의'를 완화할 수 있을 거란 의견도 나온다. '신지역주의'​는 과거의 지역주의가 소외감, 지역 간 경쟁, 지역 이익을 둘러싼 갈등 등 새로운 형태로 나타나는 현상을 뜻한다. 박광훈(43)씨는 "최근 정부의 메가 프로젝트 계획 발표로 'TK 소외론'이 불거졌는데 자칫하면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는 호남을 향해 지역감정이 조장될 수 있을 것 같다"며 "이럴 때일수록 서로의 지역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광주 은암미술관에서 열린 2026 달빛연대프로젝트: 10월 항쟁 80주년-시월이 온다에 전시. 은암미술관 제공

광주 은암미술관에서 열린 '2026 달빛연대프로젝트: 10월 항쟁 80주년-시월이 온다'에 전시. 은암미술관 제공

◆기관 중심으로 이뤄져 직접 교류 아쉬움도


'문화예술 달빛동맹'은 앞으로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앞선 다른 교류들로 물꼬를 텄고, 최근에는 공유하는 장르와 주제도 다양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8일까지 광주에서는 '대구 10월 항쟁'을 주제로 한 전시 '시월이 온다'가 열렸다. 대구시민에게도 생소한 역사적 사건을 여러 지역의 작가들이 뭉쳐 광주에서 예술로 풀어냈다. 해당 전시는 다음 달 13일 대구 무영당에서도 진행된다.


대구오페라하우스는 대구를 대표하는 민족시인 이육사의 생애를 다룬 작품을 만들고, 광주시립오페라단은 광주를 대표하는 시인 박용철의 삶을 보여주는 오페라를 제작하고 있다. 김민정 대구오페라하우스 팀장은 "내년 극장 리노베이션 기간에 대구 작품을 광주에서 선보이고, 이후 광주에서 제작한 작품을 대구에서 공연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다만 앞으로는 두 지역의 시민들이 자리를 함께 할 수 있는 직접적인 교류로 확장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지금까지의 교류가 주로 기관 주도의 공연으로 이뤄져 체감도가 다소 떨어졌기 때문이다. 문화예술을 매개로 한 소통의 장을 만들거나 예술가들 간 협업을 추진하는 등 접점을 넓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오동욱 박사는 "양 지역의 유관기관과 민간 주체들이 서로의 역량을 공유하고 협력할 수 있는 논의의 장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여러 장르에서 서로 잘하는 것을 발굴하고 개별적으로 추진하는 행사를 조율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접점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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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희

문화팀 조현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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