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 “봉사하는 지금이 가장 행복해요”…김나경씨의 인생 황금기

  • 황국향 시민기자 jaeyenvv@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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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8-19 09:22  |  발행일 2026-08-19
전직 초등교사인 김나경씨가 대구 남구 대명동 전인병원 내 도서관 읽는 약방에서 봉사활동 중 포즈를 잡았다.

전직 초등교사인 김나경씨가 대구 남구 대명동 전인병원 내 도서관 '읽는 약방'에서 봉사활동 중 포즈를 잡았다.

김나경(62·대구 달서구 상인동)씨는 전인병원(대구 남구 대명동) 환자들을 위한 도서관 '읽는 약방'에서 3년째 책을 정리하고 환자들에게 책을 골라주는 봉사를 하고 있다. 전직 초등교사인 그는 교단을 떠난 뒤 봉사를 통해 삶의 새로운 의미를 찾고 있다.


초등교사 시절 김씨는 학급담임과 부장교사, 학교폭력자치위원회 등 여러 업무를 맡으며 누구보다 바쁘게 생활했다. 일에 대한 열정으로 앞만 보고 달리던 어느 날 왼쪽 손이 마비되는 미세신경 손상 진단을 받았다. 치료와 회복에 오랜 시간이 걸렸고 병가와 휴직을 거쳐 결국 교직을 내려놓았다.


보람이 컸던 교직을 예상보다 일찍 떠난 뒤 허전함도 컸다. 하지만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며 지나온 삶을 돌아보게 됐다.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는 질문에 스스로 답을 찾기 시작했다. 자신을 사랑해야 다른 사람도 사랑할 수 있다는 생각과 함께 남은 삶을 의미 있게, 하느님의 뜻에 충실하게 살아가기로 마음먹었다.


봉사는 그 결심을 실천하는 계기가 됐다. 달리던 삶에서 잠깐 멈춘 것이 오히려 새로운 길을 열어주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대구의료원에서 병원 특전 미사 안내 봉사를 했고, 대구가톨릭대병원 안과 외래에서도 환자들의 수술실 이동을 도왔다. 특히 눈에 약을 넣어 앞을 잘 볼 수 없는 환자들을 수술실까지 안내하며 잠시나마 '한 사람의 눈'이 되어주었다. 김씨는 "작은 도움이라도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일이 될 수 있음을,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감사한지 깨달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봉사활동이 중단되자 김씨는 남미 전통악기인 팬플룻을 배우기 시작했다. 어느덧 5년째 연주를 이어가고 있으며, 지금은 주간보호센터를 찾아 어르신들에게 팬플룻 연주를 들려주는 봉사도 하고 있다. 오묘하고 신비로운 팬플룻의 선율이 어르신들의 무료한 시간을 잠시 잊게 하고, 아름다운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작은 선물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봉사 중 어르신들을 바라보면서 자신의 삶도 돌아본다. 한때는 사회의 각 자리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온 사람들이 이제는 누군가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모습을 보며 '나 역시 언젠가는 도움을 받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한다.


이제 봉사는 김씨에게 남을 돕는 일만이 아니다.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끼고, 삶의 소중함을 배우며, 하느님께 감사하는 시간이 됐다. 건강을 걱정하던 가족들도 봉사에 열심인 그의 건강하고 밝은 모습을 보며 안심한다.


교단을 떠났지만 가르치고 사랑하는 마음은 여전히 그의 삶에 남아 있다. 이제는 책 한 권과 따뜻한 말 한마디, 팬플룻의 작은 선율로 누군가에게 위로를 전한다.


김씨는 환하게 웃으며 말한다. "지금이 가장 행복해요. 제 삶의 황금기인 것 같아요."


글·사진=황국향 시민기자 jaeyenvv@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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