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4천690억 들인 울릉 사동항, 폐기물 이어 배수로까지 ‘방치’

  • 홍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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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8-22 15:23  |  발행일 2026-08-22
50여m 구간 그레이팅 50여개 뒤틀리고 이탈…배수로 주변에는 물까지 고여
포항해수청 “우리가 시공했지만 캠코 땅”…정작 시설 관리 주체는 누구인가
울릉도 사동항 항만부지 내 약 50여m에 이르는 배수로 구간에 철제 그레이팅 덮개 50여개가 뒤틀리거나 제자리를 이탈한 채 방치돼 있다. 홍준기 기자

울릉도 사동항 항만부지 내 약 50여m에 이르는 배수로 구간에 철제 그레이팅 덮개 50여개가 뒤틀리거나 제자리를 이탈한 채 방치돼 있다. 홍준기 기자

4천690억원이 투입된 경북 울릉 사동항에서 항만시설 관리 문제가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 앞서 항만부지 내 폐기물 관리 문제가 지적된 데 이어 이번에는 빗물을 처리해야 할 배수로의 철제 덮개 수십개가 뒤틀리거나 이탈한 채 방치되고, 주변에는 물까지 고여 있는 모습이 확인됐다. 막대한 국가 예산을 들여 항만을 조성해 놓고 정작 기본적인 시설물 유지·관리는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20일 현장을 확인한 결과 사동항 항만부지 내 약 50여m에 이르는 배수로 구간에는 철제 그레이팅 덮개 50여개가 뒤틀리거나 제자리를 이탈한 채 방치돼 있었다. 일부 덮개는 배수로 위에 비스듬히 걸쳐 있었고 일부는 바닥에 떨어져 있었으며, 여러 개가 한곳에 겹쳐 놓인 곳도 확인됐다.


울릉도 사동항 항만부지 배수로 구간에 철제 그레이팅 덮개가 제자리를 이탈한 채 방치돼 있다. 홍준기 기자

울릉도 사동항 항만부지 배수로 구간에 철제 그레이팅 덮개가 제자리를 이탈한 채 방치돼 있다. 홍준기 기자

배수로 내부에는 토사와 잡초 등이 뒤엉켜 있었고 주변에도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 배수시설을 제대로 확인하기조차 어려운 구간이 있었다. 철제 덮개가 제자리를 벗어나 배수로가 노출된 곳도 있어 차량과 작업자 등이 오가는 항만부지의 안전에도 주의가 필요한 상태였다.


무엇보다 배수로 주변에 물이 고여 있는 모습도 현장에서 확인됐다. 배수로가 설치된 주변에 물이 빠지지 않고 고여 있는 모습은 배수시설의 관리 상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현장 장면이다. 다만 물 고임의 원인이 배수로 자체의 기능 저하 때문인지, 강우량이나 지형 등 다른 요인이 작용했는지는 별도의 확인이 필요한 만큼 관계기관의 점검이 요구된다.


배수로는 항만부지에 내린 빗물을 원활하게 배출하기 위한 기본적인 시설이다. 특히 울릉도처럼 강우와 태풍의 영향을 크게 받는 지역에서는 배수시설의 정기적인 점검과 관리가 중요하다. 배수로 내부에 토사와 잡초가 쌓이고 철제 덮개까지 이탈한 상태가 계속된다면 집중호우 때 배수 기능이 떨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배수로가 설치된 주변에 물이 빠지지 않고 고여 있는 모습은 배수시설의 관리 상태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홍준기 기자

배수로가 설치된 주변에 물이 빠지지 않고 고여 있는 모습은 배수시설의 관리 상태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홍준기 기자

문제는 이처럼 눈에 보이는 시설물 관리 상태가 불량한데도 관리 책임을 둘러싼 설명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울릉(사동)항 개발사업은 1993년부터 2026년까지 추진되고 있으며 포항지방해양수산청에 따르면 총사업비만 4천690억원에 달한다. 국가 예산이 대규모로 투입된 울릉도의 핵심 항만이다.


그런데 이곳에서 폐기물 관리 문제에 이어 배수로의 철제 덮개 50여개가 뒤틀리고 이탈한 모습까지 확인되면서 단순한 시설물 훼손을 넘어 사동항의 전반적인 유지·관리 체계를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남일보가 포항지방해양수산청에 해당 배수로의 관리 실태와 정비 계획, 관리 주체 등을 확인한 결과 해수청은 해당 배수시설을 자신들이 시공한 것은 맞지만 현재 부지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소유인 만큼 캠코 측에 문의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실제 지적 확인 결과 해당 부지가 캠코 소유인 것도 확인됐다. 하지만 토지 소유권과 시설물 관리 책임은 별개의 문제다. 중요한 것은 현재 이 배수로를 누가 관리하고, 파손이나 훼손이 발생했을 때 누가 점검하고 정비해야 하는지가 명확하게 정해져 있느냐는 것이다.


영남일보는 캠코 측의 입장도 확인하려 했으나 이날까지 관련 입장을 확인하지 못했다. 따라서 현재 단계에서 캠코에 해당 배수로의 관리 책임이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관계기관이 서로의 소유권과 관리 범위를 따지는 사이 현장에서는 그레이팅 50여개가 제자리를 벗어나고 배수로 주변에 물까지 고이는 상황이 확인된 만큼, 관리 주체를 조속히 명확히 해야 한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렵다.


더욱이 이번 배수로 문제는 앞서 제기된 사동항 항만부지 내 폐기물 관리 문제와 같은 항만에서 잇따라 확인됐다는 점에서도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폐기물에 이어 배수시설까지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모습이 확인되면서 "시설을 만드는 데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면서 정작 유지·관리에는 소홀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항만시설은 준공하는 순간 관리가 끝나는 시설이 아니다. 오히려 대규모 국가 예산을 들여 만든 시설일수록 준공 이후에도 안전과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지속적인 점검과 보수가 뒤따라야 한다. 사동항은 울릉도를 오가는 대형 여객선과 각종 선박, 물류 차량 등이 이용하는 울릉도의 핵심 관문이다. 항만의 안전은 새로운 시설을 짓는 것만으로 확보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만들어진 시설을 제대로 유지하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포항해수청을 비롯한 관계기관은 이제라도 사동항 항만부지에 대한 전반적인 시설물 관리 실태를 점검하고 배수로의 관리 주체와 정비 책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 뒤틀린 그레이팅을 바로잡고 배수로 내부의 토사와 잡초를 제거하는 것은 거창한 신규 사업이 아니라 기본적인 시설 관리의 영역이다.


4천690억원이 투입된 국가 항만에서 배수로 덮개 50여개가 뒤틀리고 토사와 잡초가 뒤엉킨 데다 주변에 물까지 고인 모습이 확인됐다면, 이제는 "누가 땅을 소유하고 있느냐"보다 "누가 시설을 책임지고 관리할 것인가"를 먼저 답해야 한다.


사동항에서 폐기물에 이어 배수로까지 잇따라 드러난 관리 문제를 더 이상 기관 간 책임의 경계에서 머물게 해서는 안 된다. 국가 예산으로 만든 항만이라면 누가 시공했는지를 넘어 누가 끝까지 안전과 기능을 책임질 것인지 명확히 하는 것 역시 기본적인 행정의 책무다.


포항해수청이 국가 항만을 관리하는 기관으로서 이제라도 현장을 직접 확인하고, 관계기관과 관리 주체를 명확히 해 파손된 배수시설을 신속히 정비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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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기

발로 뛰는 현장 취재와 심층 기획으로 울릉도와 독도의 가치를 기록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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