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승완 유메타랩 대표
회사를 운영하는 사람으로서, 필자는 요즘 자주 이런 질문을 받는다. AI가 결국 사람을 다 대체하지 않겠느냐고. 산업 현장에서 목격하는 AI의 약진은 이미 '놀랍다'는 말로도 부족한 수준에 이르렀고, 그 변화는 멀리서 들려오는 소문이 아니라 매일 곁에서 체감하는 현실이 되고 있다. 뉴스도 연일 AI가 불러온 먼 나라의 취업난 소식을 실어 나른다. 이만하면 묻는 이들의 답도 정해져 있는 편이다. '분명 AI가 사람을 대체할 것'이라는 확신에 걸쳐 있다.
하지만 필자는 그런 확신에 선뜻 동의하지 못한다. 고용을 지키고 싶은 꿈 많은 경영자의 감상 때문이 아니라, 회사라는 것이 실제로 무엇으로 굴러가는지를 매일 곁에서 보기 때문이다.
밖에서 보면 회사는 업무의 총합처럼 보인다. 보고서를 쓰고, 코드를 짜고, 숫자를 맞추고, 고객들과 소통하는 일들의 묶음. 그렇게 본다면 AI가 사람을 대체한다는 결론은 자연스럽다. 그 일들 하나하나는 이미 기계가 더 빠르고 지치지 않게 해내기 시작했으니까. 하지만 회사를 안에서 오래 들여다본 사람은 안다. 회사를 실제로 지탱하는 것은 그 업무들의 목록이 아니라는 것을.
한 사람이 회사에서 하는 일은 그의 직무 기술서에 적힌 것보다 훨씬 넓다. 그는 어떤 결정이 왜 그렇게 내려졌는지를 기억하고, 말로 옮겨지지 않은 팀의 분위기를 읽고, 위험한 신호 앞에서 잠시 멈추고, 자신이 한 일에 대해 책임을 진다. 그는 동료가 무너질 때 곁에 있고, 옳지 않은 방향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고, 때로는 지시받지 않은 일을 한다. 이 모든 것은 업무가 아니라 사람이 하는 일이다. 그리고 조직은 정확히 이 자리에서 굴러간다.
AI는 업무를 대신할 수 있다. 그러나 책임을 대신 질 수는 없다. 무언가 잘못되었을 때 고개를 들고 그것은 제 잘못이었다고 말할 주체가 없는 조직은, 아무리 유능해도 오래 신뢰받지 못한다. 판단에는 반드시 그 판단을 감당하는 사람이 있어야 하고, 그 감당의 무게야말로 기계가 결코 대신 짊어질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AI가 사람을 대체한다기보다, 사람이 무엇을 하는 존재였는지를 다시 묻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반복되는 업무가 기계에게 넘어갈수록, 사람에게 남는 것은 오히려 사람만이 할 수 있던 일들이다. 관계를 맺는 일, 책임을 지는 일, 의미를 정하는 일. 어쩌면 우리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사람을 업무 처리 장치로 다루는 데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사람이 원래 그보다 훨씬 큰 존재였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일은 늘 밥벌이 이상이었다. 그것은 우리가 누구인지를 말해주는 이름표였고, 세상에 속해 있다는 감각이었으며, 하루를 지탱하는 의미이기도 했다. 이것은 일하는 사람에게만 참인 말이 아니다. 회사에도 참이다. 회사는 결국 그런 사람들이 서로에게 속해 있는 방식이고, 그 속함이 만들어내는 신뢰와 책임의 그물이다. 그 그물을 기계로 대체하려는 순간, 우리는 회사를 더 효율적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회사를 회사이게 하던 것을 잃는다.
물론 많은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다. 그 고통을 가볍게 말할 생각은 없다. 다만 필자는, 사람이 빠진 자리를 기계로 메우는 회사와, 기계가 비워준 자리에 사람을 다시 채워 넣는 회사가 결국 다른 길을 가게 되리라 믿는다. 그리고 필자는 후자의 회사를 만들고 싶다.
AI가 던지는 진짜 질문은 사람이 필요한가가 아니다. 우리가 사람을 무엇으로 여겨왔는가이다. 그 질문에 어떻게 답하느냐에 따라, 이 기술은 사람을 밀어내는 도구가 될 수도, 사람을 사람이게 하는 자리로 돌려보내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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