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3년째 열리는 지역 인디 음악 페스티벌 '공평사운즈'의 네 번째 행사가 오는 11~13일 대구 중구 공평동 복합문화공간 제임스레코드에서 펼쳐진다. 제임스레코드 입구 모습. 정수민 기자
대구 중구 2·28기념중앙공원 인근 좁은 골목길에는 오랜 세월 궁금증을 불러오던 저택이 하나 있었다. 그 정체는 1973년 청사 이전 전까지 공평동에 대구지방법원이 있던 시절, 한 유명 변호사가 거주하던 정원이 딸린 고택이다. 이곳은 2024년 8월, 턴테이블이 돌아가고 라이브 연주가 흐르는 복합문화공간 '제임스레코드'로 재탄생했다.
오는 11일부터 13일까지 이곳에서는 도심형 실내 음악 페스티벌 '공평사운즈'가 열린다. 지난 5월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열리는 지역 인디 뮤지션들의 축제로, 총괄 기획자인 황재원(47) 제임스레코드 대표를 지난 3일 이곳에서 만났다.
올해 10년차를 맞은 제임스레코드에서는 기획 공연과 LP 음반 제작 등 지역 인디 음악계 활성화를 위한 여러 작업들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 3일 제임스레코드에서 황 대표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수민 기자
"페스티벌이라고 해서 꼭 큰 규모일 필요는 없잖아요. 소규모로 진행되더라도 우리만의 축제가 된다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황 대표가 운영 중인 제임스레코드는 올해로 10년차를 맞았다. 2016년 골목의 작은 뮤직펍으로 출발해 기획 공연과 LP 음반 제작 등 지역 인디 음악계 활성화를 위한 여러 작업들을 이어오고 있다. 황 대표는 한 해에만 70~80회 공연을 올리고, 300여 개 팀의 뮤지션을 현장에서 만나왔다.
하지만 그가 기획한 공연이 매번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횟수를 거듭할수록 관객은 줄었고, 수년간 원인을 고민한 끝에 티켓값을 낮추거나 무료 공연도 시도해봤지만 정답이 되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대구에 록 페스티벌이 없는데, 직접 판을 벌이자'고 결심했고, 그렇게 시작된 것이 '공평사운즈'다.
지난 5월 열린 '공평사운즈' 현장 모습. 제임스레코드 제공
공평사운즈는 제임스레코드가 현 위치로 이전한 직후인 2024년 9월7일 단 하루 일정으로 처음 선보였다. 반응은 뜨거웠다. 호응에 힘입어 이듬해인 2025년에는 기간을 사흘로 늘렸고, 올해는 5월과 9월, 각 3일씩 연 2회로 축제를 확장했다. 대중들에게 한 번이라도 더 노출시키기 위한 선택이었다.
축제는 지자체·기업의 지원금에 의존하지 않고, 뜻을 함께하는 민간 기획자들이 의기투합해 운영돼 왔다. 올해도 인근 라이브 클럽 '꼬뮨'을 포함해 '볼트스튜디오' '영민필름' '빈공간' '더커먼' '튜나레이블' '모임 별' 등 10여 개 민간 기업과 창작자들이 함께했다.
축제가 거듭되면서 새로운 관객층 발굴은 물론, 여러 지역의 실력 있는 뮤지션들을 소개하는 기회도 만들었다. 이에 타 지역 관객들도 이곳을 찾았고, 그 비율은 절반에 달했다.
그러나 현실적인 문제도 있었다. 지난 5월 축제에는 하루를 제외하고 매진을 기록하며 총 450여 명의 관객이 찾았지만 적자를 피하지 못했다. 황 대표는 이번 9월 축제 역시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공간 내 안전과 쾌적한 관람을 위해 입장 인원을 하루 160명 안팎으로 제한하는 데다, 출연료·장비 대여료 등을 감당하기에도 빠듯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황 대표에게 재정적인 스트레스보다 중요한 것은 축제에 대한 피드백이다. 그는 "가장 중요한 건 '재미'다. 관객과 뮤지션들이 불편했던 지점들이 있었는지 꼼꼼히 살피고, 다음 축제 때 개선해 나가는 게 최우선 과제"라고 전했다.
이번 축제가 끝나면 제임스레코드는 더 쾌적한 공연을 위한 무대 확장 공사에 돌입한다. 또 내년 축제부터는 출연팀 수를 줄이는 대신 팀당 공연 시간을 늘려 음악적 밀도를 높이는 등 운영 방식을 달리한다는 계획이다.
황 대표는 축제 10년 장기 목표로 '관객 수 100배 만들기'를 세우고 올해로 3년째 실천 중이다. 지난 3일 제임스레코드에서 황 대표가 음향 장비를 조작하고 있다. 정수민 기자
축제의 10년 장기 목표는 '관객 수 100배 만들기'다. 황 대표는 "다소 허황돼 보이지만, 워낙 관객 수가 적기 때문에 1~2천명만 모여도 100배가 되는 현실"이라며 "사람들이 문화를 즐기기 위해 한 곳에 모이고 지갑을 여는 행위 자체가 대구라는 도시의 가치도 함께 끌어올리게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제임스레코드는 LP 음반 제작에도 힘쓰고 있다. 2019년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총 37개의 앨범을 발매했다. 지난달 29일에는 2023년부터 추진해 온 '사계절 프로젝트'의 마지막 앨범이자 일곱 번째 컴필레이션 앨범인 '제임스레코드 컴필레이션 겨울'이 세상에 나왔다. 내년에는 타 지역 뮤지션들의 시선으로 대구를 노래하는 컴필레이션 앨범 '대구, 대구, 대구'를 발매할 예정이다.
황 대표는 장르 뮤지션들이 자리 잡은 부산과 달리, 자작곡 없이 행사를 주로 전전하는 신진 밴드가 많아진 최근 대구 인디 음악계에 대한 아쉬움을 털어놨다. 아울러 그는 "대구의 라이브 클럽 대표들 중에 제가 가장 젊은 편이다. 낭만과 설렘을 안고 이곳에 뛰어드는 20~30대 청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며 "이들로부터 기존의 세대들이 자극을 받으며 서로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대구에도 크고 작은 여러 페스티벌이 생겨나서, 제가 더 이상 페스티벌을 만들지 않고도 관객으로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때가 오기를 바랍니다."
정수민
공연장 지박령. 지역의 문화·예술 이야기를 구석구석 전합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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