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목 기자 <사회2팀>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하고, 매국을 하면 3대가 흥한다.'
우리 사회에서 익숙하게 회자되는 말이다. 이 말이 오랫동안 생명력을 가진 데는 나름 이유가 있다. 나라를 위해 모든 걸 내놓은 이들과 그 후손들 현실을 돌아보면 틀린 말이라고 치부하기 어려워서다.
최근 한 여자 배우를 둘러싼 가족사 논란이 다시 친일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다양한 주장이 있지만 역설적으로 '나라를 위해 희생한 사람들 후손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라는 궁금증도 있다.
지역에서 독립운동사를 연구해 온 영남이공대 김태열 교수(한국보훈포럼 회장) 이야기를 들으며 이 질문은 더 선명해졌다.
김 교수는 독립운동가 가운데서도 후손이 많지 않은 인물일수록 공적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는 현실을 지적해왔다. 대표적인 사례로 꼽은 인물이 김동삼 선생이다. 김 선생 이름은 역사책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정작 그가 남긴 삶의 무게와 후대 이야기는 널리 알려져 있지 않아서다.
특히 독립운동가 후손들이 경제적으로 궁핍한 삶을 이어온 현실을 강조했다. 독립운동을 위해 재산과 삶을 희생하고 가족까지 고난을 감수해야 했지만, 광복 이후 그 희생이 후손들에게 충분한 사회적·경제적 기반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의미다.
친일 행적이 있는 인물 후손이라는 이유만으로 후대 사람에게 책임을 묻는 건 논란의 소지가 있다. 조상의 행적과 후손의 삶은 구분돼야 한다. 마찬가지로 독립운동가 후손이라고 해서 특별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도 단순하게 받아들일 문제는 아니다.
그래도 우리가 꼭 곱씹어봐야 할 대목이 있다. 누군가는 자기 재산과 삶을 포기하면서까지 나라의 독립을 위해 싸웠고 그로 인해 가족과 후손까지 어려움을 겪었다는 점이다. 시간이 흐른 뒤 우리는 그들의 이름조차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여배우 논란이 불편한 이유도 단지 친일 후손이 잘살고 있다는 사실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보다 더 근본적인 불편함은 나라를 위해 희생한 사람들의 삶이 그에 걸맞게 기억되고 평가받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에 있을지 모른다.
한 여배우 가족사를 둘러싼 논란은 역설적으로 독립운동가와 그 후손들의 삶을 다시 돌아보게 했다. 이제는 용어부터 바로 세울 필요가 있다. 독립운동가와 후손들에게 우리가 해야 할 것은 '보상'이 아니라 '보답'이다. 숭고한 희생을 돈으로 환산해 지급하는 데만 신경 쓸 게 아니라 오늘의 풍족한 삶이 그들의 희생 위에 있다는 사실을 꼭 기억하고 감사해야 한다. 이번 논란이 독립운동가의 희생에 대해 우리 사회가 얼마나 기억하고 있었는지 자성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김현목
대구경북 대학과 보훈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살아 있는 기사를 작성하는데 집중하고 한번쯤 생각날수 있는 기사를 추구합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