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새벽 대구 동구 신평동의 연밭에서 김지훈씨가 연잎을 채취하던 중 포즈를 취하고 있다. 강명주 시민기자
지난달 24일 폭염특보가 내려진 날, 대구 반야월 신평동 연밭에 한 사나이가 들어섰다. 대구 동구 도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지훈(동구 도평동·58) 씨다. 뜨거운 햇볕 아래 진흙탕에 발을 담근 그는 다른 누구의 손도 빌리지 않은 채 연잎을 하나씩 거둬들였다.
8월 말에서 9월 초는 연근이 자라고 연잎을 채취하기 좋은 시기다. 김 씨는 해마다 이때가 되면 직접 연밭을 찾는다. 좋은 잎을 고르고, 잎이 상하지 않도록 손질하는 그의 손놀림에는 오랜 경험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옷은 땀에 젖고 발은 진흙에 빠지지만 작업을 멈추지 않는다.
채취한 연잎은 가게로 가져와 깨끗이 씻은 뒤 햇살과 바람에 자연 건조한다. 잘 말린 연잎은 1년 동안 보관하며 연잎백숙 등 음식의 재료로 사용한다. 손님에게 제공하는 물에도 연잎을 활용해 연잎 물을 내놓는다. 좋은 재료를 직접 준비하는 수고가 김씨가 운영하는 식당만의 차별점이다.
김씨가 연잎에 정성을 쏟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의 음식 전통은 1976년 아버지가 시작한 연잎백숙에서 출발했다. 8대째 도동을 지켜온 그는 아버지에게 음식의 맛과 노하우를 배우며 가업을 이어왔고, 2007년 자신의 식당을 열어 20년 가까이 한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동안의 노력으로 연잎백숙과 옻닭은 대구 특산품으로 선정됐다. 하지만 김 씨는 과거의 성과에 머물지 않는다. 식재료비와 인건비, 임대료 상승 등으로 음식점 폐업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좋은 재료와 차별화된 맛, 지역의 특색을 담은 음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가 바라보는 목표는 '백년가게'다. 아버지가 1976년 시작한 연잎백숙의 전통을 50년에 머물게 하지 않고 100년의 역사로 이어가 다음 세대에 물려주고 싶다는 것이다.
가게 문을 여는 것보다 어려운 것은 그 문을 계속 열어두는 일이다. 그래서 김 씨는 올해의 연잎을 준비하면서 내년을 준비한다. 폭염 속 진흙 밭에서 직접 거둔 연잎 한 장 한 장에는 오래된 맛을 지키면서도 끊임없이 노력해 가게를 이어가겠다는 그의 의지가 담겨 있다.
1976년 시작된 연잎백숙, 2007년 문을 연 식당. 그리고 오늘도 연밭으로 향하는 김지훈 씨의 발걸음. 50년 가까이 이어온 전통이 100년의 역사로 이어질 수 있을지, 그의 작업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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