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걸 대구교대 명예교수
우리는 평생 자신을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여기며 살아간다. 나는 생각하고, 판단하고, 결정하는 사람이라고 믿는다. 아침에 눈을 뜨면 오늘 해야 할 일을 생각하고, 어제 있었던 일을 떠올리고, 아직 오지 않은 내일을 걱정한다. 누군가의 말에 기분이 상하면 '저 사람이 왜 나에게 저렇게 말했을까'를 생각하고, 일이 뜻대로 되지 않으면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를 생각한다. 그 수많은 생각을 가리켜 우리는 '나'라고 부른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상한 일이 하나 있다. 생각은 내가 원한다고 해서 언제나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생각은 내가 의식하기도 전에 저절로 떠오른다. 어떤 사람의 얼굴이 갑자기 떠오르고, 오래전 기억이 불쑥 나타나며, 아무런 의도도 없이 걱정과 두려움이 마음을 가득 채운다. 생각을 멈추려고 하면 오히려 더 많은 생각이 찾아온다. 이처럼 생각이 저절로 일어나는 것이라면 생각하는 자가 정말 '나'일까?
잠시 눈을 감고 자신의 생각을 바라보자. 지금 어떤 생각이 떠오르는가? '이 글을 어떻게 마무리할까?'라는 생각일 수도 있고, 오늘 점심 메뉴일 수도 있으며, 어제 만났던 사람의 얼굴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생각의 내용이 아니다. 조금 전에는 없었던 생각이 어느 순간 나타난다. 잠시 머물다가 또 다른 생각으로 바뀐다. 한 덩어리의 구름이 나타났다가 흩어지고, 그 자리에 또 다른 구름이 나타난다. 그런데 하늘은 구름이 아니다. 우리의 생각도 이와 비슷하다. 분노가 일어날 수 있다. 슬픔이 찾아올 수 있다. 욕망과 불안과 질투가 생겨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을 알아차리는 어떤 자리가 있다. '내가 화가 났다'고 말할 때 우리는 흔히 화와 나를 하나로 생각한다. 과연 그런가?
'화가 났구나.' 이렇게 알아차리는 순간, 화와 그것을 바라보는 의식 사이에 작은 틈이 생긴다. 그 틈이 중요하다. 화가 나 있는 나와 화를 바라보는 내가 완전히 같다면 화를 바라볼 수 없다. 바라본다는 것은 이미 어느 정도 거리를 갖는다는 뜻이다. 이것은 삶의 방식 자체를 바꾸는 통찰이다. 우리는 생각과 자신을 동일시하기 때문에 생각이 흔들릴 때 함께 흔들린다. 누군가가 나를 비난하면 '나는 형편없는 사람인가?'라는 생각이 생기고, 그 생각을 사실로 받아들이면서 괴로워한다. 미래가 불확실하면 '앞으로 큰일이 날 것이다'라는 생각이 생기고,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실제처럼 경험한다.
생각을 하나의 대상으로 바라볼 수 있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아, 두려움이라는 생각이 일어나고 있구나.' '아, 과거의 기억이 다시 떠오르고 있구나.' '아, 인정받고 싶다는 욕망이 생겨났구나.' 이렇게 바라보는 순간 생각은 더 이상 나를 완전히 지배하는 힘이 되지 못한다. 생각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그것과 나 사이에는 공간이 생긴다.
불교의 수행에서 '알아차림'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생각을 없애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이 생각임을 알아차리는 것, 화를 없애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보는 것, 욕망을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욕망이 일어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 생각과 감정에 끌려가지 않고 그것이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과정을 바라보는 것이다. 물 위에 파도가 일어나는 것을 막을 수 없듯이 마음에서 생각이 일어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파도가 일어났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다.
나는 생각이 아니다. 나는 감정도 아니다. 나는 기억도 아니다. 그렇다면 남는 것은 무엇인가? 그저 바라보면 된다. 생각이 일어나면 생각을 보고, 사라지면 사라지는 것을 본다. 기쁨이 오면 기쁨을 보고, 슬픔이 오면 슬픔을 본다. 마음이 조용하면 조용함을 보고, 마음이 어지러우면 어지러움을 본다. 자유란 생각이 없어지는 상태가 아니라 생각이 나를 끌고 다니지 못하는 상태다.
강물 위에 떠 있는 나뭇잎은 물결을 따라 움직인다. 그러나 강가에 서 있는 사람은 그 흐름을 바라볼 수 있다. 우리의 생각은 계속 흐른다. 때로는 빠르고 거칠게, 때로는 느리고 잔잔하게 흐른다. 중요한 것은 흐름을 멈추는 것이 아니다. 흐르는 것을 흐르는 그대로 보는 것이다.
그리고 어느 순간 문득 알게 된다. 생각은 끊임없이 변하고 있었지만, 그것을 알아차리는 자리는 전혀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기쁨도 지나가고 슬픔도 지나간다. 성공도 실패도 지나간다. 젊음도 늙음도 지나간다. 수많은 '나'의 이야기가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그 모든 것의 배경에서 조용히 바라보고 있는 무엇인가가 있다. 그것을 굳이 이름 붙일 필요는 없다. 어쩌면 우리가 평생 찾아 헤맨 '나'는 생각 속에 숨어 있던 것이 아니라, 생각이 오고 가는 것을 묵묵히 바라보고 있던 바로 그 자리인지도 모른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