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 窓] 지방을 떠나는 의사, 위험해지는 출산

  • 황인아 대구시의사회 홍보이사·르네여성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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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9-10 14:43  |  발행일 2026-09-11
황인아 대구시의사회 홍보이사·르네여성의원 원장

황인아 대구시의사회 홍보이사·르네여성의원 원장

경남 밀양의 유일한 분만 의료기관이던 제일병원이 지난달 문을 닫았다. 40년간 이 지역의 아이를 받아온 병원이었다. 이제 밀양의 산모는 진통이 시작되면 다른 도시로 이동해야 한다.


분만은 대부분 무사히 끝난다. 그러나 일부는 아무 예고 없이 응급 상황으로 바뀐다. 산후출혈이나 태반조기박리는 발생 후 수십 분 안에 수술과 수혈이 이뤄져야 산모와 아이가 산다. 지역에 분만할 병원이 없다는 것은 그 시간을 이동에 써야 한다는 뜻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에서 모자의료센터가 멀리 있는 권역일수록 모성사망비가 높게 나타났고, 제때 치료받았다면 살릴 수 있었던 사망의 비율도 지역에 따라 뚜렷하게 갈렸다. 어디에 사느냐가 산모와 아이의 안전을 좌우하고 있다는 뜻이다.


대구·경북도 예외가 아니다. 대구의 분만 가능 의료기관은 10년 사이 절반으로 줄었다. 경북에서는 의성, 청송, 영양, 영덕, 청도, 봉화, 울릉이 분만 접근성이 가장 낮은 등급으로 분류됐고, 이 가운데 세 곳은 가임 여성 대부분이 기준 시간 안에 분만실에 닿기 어렵다. 분만할 병원이 없는 지역의 임신부는 정기 검진을 위해서도 매번 차를 타고 도시로 나가야 하고, 그 과정에서 검진 간격이 벌어지면 조기 발견이 늦어진다.


같은 기간 산모 쪽 위험은 오히려 커졌다. 평균 출산 연령이 서른셋을 넘어서면서 조산과 임신 합병증이 늘었고, 전문 인력과 신생아중환자실을 갖춘 병원이 더 필요해졌다. 그러나 전국 권역모자의료센터의 절반 이상이 정부가 정한 산과 전문의 인원조차 채우지 못하고 있다. 신규 산부인과 전문의는 20년 사이 절반 이하로 줄었고, 올해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서 비수도권 산부인과에 지원한 사람은 한 명이었다. 수련에 4년이 걸리므로 이 공백은 몇 년 뒤 지방의 전문의 부재로 나타난다.


정부는 고위험 산모 수가 인상과 지역의사제로 답하고 있다. 그러나 인력을 보내더라도 제대로 수련할 환경이 없으면 그 의사들은 성장하지 못한다. 분만은 옆에서 보고 배우는 술기다. 지도할 교수가 없고 증례도 없는 병원에 배치된 의사는 자격만 갖춘 채 현장을 감당하지 못한다. 비수도권 수련병원에 교수 인력을 확보하는 일이 인원 배치보다 먼저인 이유다.


더 현실적인 자원은 이미 있다. 분만을 하지 않는 산부인과 전문의들이다. 필자도 그중 하나다. 수련과 분만병원 근무 시절 아찔했던 순간이 여러 번 있었다. 다행히 넘어갔을 뿐, 한 번만 어긋났다면 지금과 전혀 다른 자리에 서 있었을 것이다. 분만실을 떠나는 이유는 수입이나 소송 위험만이 아니다. 사람이 죽을 수 있는 상황을 반복해 겪는 데서 오는 소진이 크다. 그 부담을 견딜 만한 것으로 만들어주지 않으면 아무도 돌아오지 않는다. 법적 부담을 덜어주고 보상을 올리는 것은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래서 대책은 세 방향이어야 한다. 분만할 병원이 없는 지역의 산모가 응급 상황에서 제때 도달할 수 있는 이송 체계를 갖추는 것, 비수도권에 수련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 새 인력이 자라게 하는 것, 그리고 혼자 24시간을 감당하지 않는 당직 구조와 심리적 지원까지 포함해 떠난 의사들이 돌아올 환경을 설계하는 것이다.


출생아 수는 2년 연속 늘었다. 아이를 받을 병원과 의사는 계속 줄고 있다. 산부인과가 줄어드는 만큼 임신과 출산은 위험해진다. 밀양이 마지막이 아니라는 것은 이미 통계가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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