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에서] 돌아올 이유

  • 추현호 (주)콰타드림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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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9-10 14:44  |  발행일 2026-09-11
추현호 (주)콰타드림랩 대표

추현호 (주)콰타드림랩 대표

지난 4월 이 지면에 '대구를 살려주세요'라는 글을 썼다. 2030년까지 대구를 맡게 될 시장 후보들에게 보내는 편지였다. 도시는 건물로 만들어지지 않으며 사람이 다시 걷고 싶어 할 때 비로소 살아난다는 이야기였다. 다섯 달이 지났다. 새 시장이 취임했고 시는 첫 예산안을 짜고 있다. 성과를 묻기에는 이른 때지만 방향을 정하기에는 가장 좋은 때다. 4월의 질문을 다시 꺼내본다. 이 도시는 다시 걷고 싶은 도시일까?


요즘 지역의 관심은 온통 유치에 쏠려 있다. 정부가 2차 공공기관 이전의 원칙을 내놓았고, 대구시는 기업은행 등 34개 기관을 후보로 정해 설득에 나섰다. 그 와중에 경북대가 '서울대 10개 만들기' 지원 대학에서 빠졌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지역이 배제됐다는 소식에 마음이 내려앉는다. 밤새 자료를 만들고 서울을 오가는 담당자들의 수고를 알기에 더 그렇다. 유치는 중요하다. 예산이 오고 사람이 온다. 다만 유치가 끝나는 자리에서 또 하나의 일이 시작된다. 기관이 오는 것과 청년이 남는 것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숫자가 그것을 말해준다. 2025년 말 기준 대구의 청년 인구는 55만9천160명으로 전체의 23.8%다. 한 해 사이 1만2천여 명이 줄었다. 눈여겨볼 조사도 있다. 대구를 떠난 청년의 절반가량이 조건이 나아지면 돌아올 뜻이 있다고 답했다. 절반은 아직 문을 닫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그 조건이란 무엇일까?


지난 5월 실리콘밸리에서 만난 청년들을 떠올린다. 그들이 모여 있는 이유는 연봉만이 아니었다. 실패를 배움으로 읽어주는 분위기, 새로운 시도를 응원하는 생태계, 명함보다 가능성을 보는 태도가 있었다. 청년은 자신이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느끼는 곳에 남는다. 얼마 전 교육프로그램 멘토링에서 만난 청년 A는 대구에서 창업했다가 한 차례 사업을 접었다. 지금은 다시 준비 중이다.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이냐고 물었다. A는 잠시 생각하더니 실패해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재기 지원 정책이 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그 대답이 오래 남았다. 처음 시작하는 청년에게는 문이 많다. 그러나 한 번 넘어진 청년에게는 그 문이 잘 보이지 않는다. 돌아올 이유는 거기에 있는지도 모른다.


필자 역시 여러 해 청년정책 위원회에 앉아 있었다. 정책을 만드는 분들의 노고를 곁에서 보았고, 나 또한 답을 다 내지 못했다. 이 글은 밖에서 던지는 주문이 아니라 함께 풀어야 할 숙제다. 최근 대구시가 첫 청년특보를 두고 청년이 왜 정책을 체감하지 못하는지부터 살피겠다고 밝혔다. 반가운 출발이다. 거기에 몇 가지 질문을 보태고 싶다. 도시학자 제인 제이컵스는 도시가 모든 사람에게 무언가를 줄 수 있는 것은 모든 사람이 함께 도시를 만들 때뿐이라고 했다. 듣는 자리를 넘어 설계하는 자리에 청년이 앉아 있는가? 지원이 끝난 뒤 몇 명이 이 도시에 남았는가? 그리고 한 번 넘어진 청년에게도 다시 두드릴 문이 있는가?


이달 말이면 추석이다. 떠난 청년들이 며칠 고향에 돌아온다. 그 며칠 동안 청년들은 이 도시를 다시 읽는다. 걷고 싶은 거리가 있는지, 친구들이 여전히 남아 있는지, 다시 시작해도 되겠다는 마음이 드는지를 그들은 말없이 확인하고 돌아간다. 돌아올 이유는 머무는 시간이 아니라 그 시간 동안 이 도시가 보여주는 태도에서 만들어진다. 청년을 비용으로 볼 것인가, 미래를 만드는 투자로 볼 것인가. 그 답이 곧 대구의 2030년이 될 것이다. 언젠가 돌아오겠다는 그 절반의 마음이 계획으로 바뀌기를, 그 일을 이 도시가 청년과 함께 해내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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