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상대를 끌어내리는 정치에서 상생과 협력의 정치로

  • 이주엽 엘엔피파트너스(주) 대표
  • |
  • 입력 2026-09-20 14:50  |  수정 2026-09-20 15:37  |  발행일 2026-09-21
이주엽 엘엔피파트너스(주) 대표

이주엽 엘엔피파트너스(주) 대표

매일 아침 각종 언론보도를 통해 정치권 소식을 접할 때면 우리네 이웃들에게 희망과 기대보다는 깊은 피로감과 절망을 안겨주기에 충분한 정보들만 마주하게 된 지가 언제부터인지도 모를 지경이 되었다. 최근 장관 후보자의 잇따른 낙마와 검증 과정을 둘러싼 여·야 정치권의 날선 공방은 중앙정치가 얼마나 심각한 진영 논리에 갇혀 있는지를 다시 한번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국회 인사청문회는 공직자의 자질과 정책 역량을 검증하는 소통의 장이 아니라, 상대를 끌어내리고 진영의 세를 과시하는 소모적 전장으로 변질된 지 오래다.


하지만 이번에 6명의 장관 후보자 중 2명이나 낙마하는 상황은 단순히 야당의 꼬투리 잡기나 정치적 공방으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 계속되는 장관 후보자 낙마의 근본적인 원인은 청와대의 부실한 인사 검증 시스템에 있다. 최소한의 도덕성과 국정 수행 능력조차 걸러내지 못한 채 부실 검증을 반복하고, 지명 이후에도 오기로 버티다 여론에 떠밀려 뒤늦게 사퇴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국정 운영의 동력을 스스로 갉아먹는 행태이자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는 명백한 인사 참사로 봐야 할 것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국정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의 현실 인식이다. 며칠 전 열린 대통령 기자회견에서 나타난 국내 정치와 경제 상황에 대한 국정 리더십의 시각은 국민이 체감하는 가혹한 현실과 상당한 거리가 있었다. 부동산 문제나 증시 불안정성 등 민생 경제의 시름은 날로 깊어져가고 정치적 대립은 극으로 치닫고 있음에도, 국정의 난맥상을 진솔하게 인정하고 대타협을 모색하려는 진정성 있는 태도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현실의 고통을 외면한 편의주의적 인식이나 안이한 진단으로는 벼랑 끝에 선 민생을 구할 수도, 얼어붙은 정국을 풀 수도 없다.


그렇다고 현 상황에서 야당의 책임이 가벼워지는 것도 아니다. 중앙정치의 극한 대립과 여권의 난맥상 속에서도 제1야당인 국민의힘 역시 존재감을 제대로 부각하지 못하고 있다. 거대 여당의 오만한 국정 운영과 인사 실패를 매섭게 견제하고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할 야당이 제 역할과 기능을 상실해가고 있다는 비판이 지배적이다. 민주당의 실책에 기대어 반사이익만을 노릴 뿐, 선명한 비전이나 국민의 삶을 담보할 정책적 리더십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뼈를 깎는 반성과 구조적 혁신(革新) 없이 과거의 관성만을 되풀이한다면 국민의 외면은 더욱 가혹해질 수밖에 없다. 국민이 바라는 것은 국정을 책임질 역량을 갖춘 진정한 변화와 쇄신의 모습이다.


이처럼 중앙정치가 파행과 무기력의 늪에 빠져 있을 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편 가르기의 대립적 정치가 아니라 민생문제 해결을 위한 실용주의 정치다. 이념과 정당을 떠나 국민의 삶을 실제로 제대로 바꿀 수 있는 정책을 논의하고, 서로 다른 의견이라도 경청하고 조율해 나가는 경험사례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진영이라는 좁은 틀에 갇혀 있으면 우리 앞에 직면한 진짜 위기를 제대로 바라볼 수 없다.


정치적 극단화와 무기력의 고리를 끊는 시작점은 거창한 구호에 있지 않다. 상대를 적(敵)으로 규정하는 독설을 거두고, 국민의 현실적 고통에 귀 기울이는 상식과 대안의 회복에서 출발한다. 중앙정치의 소모전이 계속될수록 정치권은 스스로 소통과 협치의 대안을 제시하며 새로운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대립과 반목, 갈등을 넘어서는 상생과 협력의 정치를 국민은 기대하고 있다. 여·야가 진영 간의 소모적 논리에서 벗어나 생산적 정책 협력을 이뤄내 아침을 열어가는 진짜 힘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관련기사

정치인기뉴스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