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영 이장이 자신의 스마트팜 농장에서 월곡2리 마을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박성우 기자
"농사도, 마을 일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잖아요. 제가 맡았으면 제대로 해봐야죠."
경북 청도군 청도읍 월곡2리 정은영 이장은 농촌 마을에서는 보기 드문 50대 중반의 여성 이장이다. 올해로 이장 2년 차다.
40여 가구가 모여 사는 월곡2리는 산 아래 자리 잡은 작은 농촌 마을이다. 마을 곳곳에는 옛 돌담이 남아 있어 외지인들이 "마을 길이 예쁘다"고 할 만큼 정취가 있다. 하지만 주민 대부분이 70대 이상일 정도로 고령화가 깊다.
정 이장이 마을 살림을 맡게 된 것은 주민들의 적극적인 추천 때문이었다. 직장을 그만둔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주민들이 먼저 이장을 맡아 달라고 권했다.
정 이장은 여성 이장이라는 점 때문에 특별한 어려움을 느끼지는 않는다고 했다. 오히려 주민들이 "여자가 이장 하려면 힘들겠다"며 더 배려해 준다고 한다. 때로는 농담을 주고받고, 때로는 목소리를 높이면서 가족처럼 지내는 것이 작은 농촌마을 이장만의 매력이라고 했다.
그렇다고 마을 일을 가볍게 여기지는 않는다. 오히려 원칙은 분명하다.
"동네 일을 맡겼는데 그 정도 신경을 쓰지 않을 거면 이장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마을에서 공사가 진행되면 농사일을 하다가도 현장으로 달려간다. 주민 민원이 생기면 직접 현장을 확인하고 해결책을 찾는다. 주민들이 오히려 "젊은 사람이 너무 신경 쓰는 것 아니냐"고 말할 정도다.
주민들과 의견이 부딪칠 때도 있다. 나이가 많은 주민이라고 해서 무조건 의견을 따르지는 않는다.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분명하게 말한다. 대신 이후 따로 만나 자신의 생각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한다.
정 이장은 "나이가 많다고 해서 모든 의견이 반드시 맞는 것은 아니지 않으냐"며 "할 말은 하더라도 서로 이해할 수 있도록 충분히 설명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장을 맡은 뒤 가장 큰 보람은 눈에 보이는 마을의 변화다.
지난 2년 동안 마을 입구와 고속도로 아래 등 어두웠던 곳에 가로등 4개를 추가로 설치했다. 각종 사업비를 확보해 분리수거 시설을 설치하는 등 생활환경 개선에도 힘을 쏟았다.
"주민들이 '마을이 예뻐졌다'고 말해 줄 때 가장 보람을 느껴요."
풀어야 할 숙제도 있다. 마을 한가운데 방치된 오래된 빈집 문제다. 한때 청도군이 빈집을 매입해 주차장으로 조성하는 방안이 추진됐지만 예산 등의 문제로 무산됐다.
정 이장은 빈집을 수리해 귀촌을 희망하는 젊은 사람들이 일정 기간 머물며 농촌 생활을 경험할 수 있는 '한 달 살아보기' 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소유주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등 현실적인 어려움도 적지 않다고 털어놨다.
정 이장의 도전은 마을 일에만 머물지 않는다. 40대 초반 대구에서 청도로 귀농한 그는 임산물 가공업 관련 실무 등을 익힌 뒤 3년 전부터 두릅 농사를 짓고 있다. 최근에는 자신의 영농 노하우를 반영한 30평 규모의 스마트팜을 만들어 여름 두릅 생산에도 나섰다.
그가 꿈꾸는 월곡2리의 모습은 거창하지 않다.
"조금씩만 양보하고 본인보다 동네를 먼저 생각하면 마을이 훨씬 더 좋아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이장을 맡은 동안에는 마을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계속 찾아서 해 보려고 합니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정 이장에게 앞으로도 계속 이장을 할 생각이냐고 물었다.
그는 "주민들이 벌써부터 자신에게 '종신 이장'을 하라고 한다"며 "마을 주민들이 원한다면 기꺼이 종신 이장 하지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박성우
경산•청도 담당 기자입니다. 세상에 따뜻한 온기를 전하겠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영상] 울릉공항, 드론으로 미리 보는 이착륙 현장](https://www.yeongnam.com/mnt/file_m/202609/news-m.v1.20260923.2c4cf16d7cf34b9ca82925ef313ec1d8_P1.jpg)


